희망의 일종
삶의 의미란, 미래를 위한 희망의 단서들을 모아서 짧게 정리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나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업가들은 대개 삶의 의미에 별 관심이 없쟎아요? 희망적인 미래가 확실히 보이니까요.
지금은 비록 가진 게 없지만 전도유망한 청년들도 대체로 삶의 의미에 대해 그리 깊게 고민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매우 부유한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고, 매일 똑같은 일상만 반복하는 사람들이 삶의 의미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할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연인과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고, 매출은 지지부진할 때, 사람들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기에 삶의 의미를 찾곤 하죠. 의미를 찾으면 이것을 믿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시간을 견딜 수) 있으니까요.
또한 나이가 들수록 종교에 귀의하는 경향이 커진다는 사실도, 삶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희망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품었던 꿈을 이룰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살아갈 힘을 잃게 됩니다.
(꿈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저 중산층 정도의 연봉,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좋아하는 분야를 직업으로 삼는 것 등 어느 정도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현실적으로 모두 성취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런 꿈들을 모두 이룬 극소수의 사람들조차도 그 꿈들을 이룬 즉시 새로운 꿈, 즉 또 다른 희망을 품어야만 살아갈 수 있기에, 결국 모든 인간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로 죽게 됩니다.)
인간은 희망 없이 살아갈 수 없기에, 현실 세계에 희망이 없다면 사후 세계에라도 희망이 있다고 믿어야 현실의 시간을 견디고 이겨 낼 수 있습니다.
또한, 노인이 되어 이제 곧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면, 완전한 절망에 맞서기 위해 죽음 이후에도 미래가 있다고 믿고 싶어지기에, 노년에 접어들수록 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듯합니다.
사람에게는 풍요로운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삶 자체가 가능하려면 우리에게는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반드시 있어야만 하죠.
희망이 전혀 없는 상태는 절망의 끝, 즉 죽음(과도 같은 상태)입니다. 아주아주 비관적인 사람도 아주아주 작은 희망 하나 정도는 품고 있기에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건, 시간을 견디기 위해 희망의 단서들을 찾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며,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삶의 의미는 자기가 정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죠. (삶을 견딜 수 있는 희망만 제공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든 그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의미를 정할 수 있는 건, 과거에 형성된 특정 신념과 특정 습관이 특정 단서들을 선택했기 때문 아닐까요.
우리는 우리가 왜 이런 신념과 습관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안다고 해도 이것들은 순전히 우리가 발명해 낸 것은 아니겠죠. 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모아 조합하여 만들어 낸 것일 겁니다.
그래서, 정답은 없기에 삶의 의미는 어떤 방식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삶의 의미가 공감이라는 바탕 아래서 만들어진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견디며 삶을 살아 내기 위한 희망 하나 정도는 이미 마음속에 품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아직 언어로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인간은 이미 삶에 대한 일종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먼저, 우리에게 삶의 의미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해야만, 자기 마음속에 이미 품고 있는 희망, 즉 자기만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해 없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자신의 구체적 일상이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 마음과는 거리가 먼, 거대 사상이나 종교에 끌리게 될지도 몰라요. 좀더 큰 미래를 기대하게 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상, 보다 확실하고 원대한 미래를 약속하는 무언가를 선호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삶의 의미란, 우리 마음이 미래를 위해, 삶을 견디기 위해, 행복한 현재를 위해 필요로 하는 '희망'의 일종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는 소박한 무언가로부터도 충분히 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유명 인사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따라 자기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