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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양이 R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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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Dec 20. 2019

고양이 R

3화

그랬다. 난 엄마를 몰랐다. 엄마도 모르는데 목이 탈 때 엄마 찌찌를 먹는다는 말이 뭔 말인지 알리가 있나. 노랭이는 그 많은 말을 다 어디에서 어떻게 알게 된 걸까? 덩치가 나와 비슷했지만 노랭이는 어딘지 나이가 든 모습이다. 말도 잘했고 눈치도 빨랐다. 게다가 몸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나는 참 맹탕이었다. 노랭이와 나는 목이 갈라지도록 양양 울었다. 노랭이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고 난 배가 고프다고 울었다. 어스름 길에 노랭이와 나는 처음 본 애들과 함께 커다란 쇠붙이에 실렸다.         

  

철커덩 쿵   

  

코에 큰 점이 있는 녀석하고 머리가 부딪쳤다. 녀석이 발톱으로 내 머리를 긁었다. 순식간에 두 번이나 머리를 긁히니까 얼얼했다. 


_아야! 

_야, 씨발. 왜 내 머리를 받어!

_내가 언제?

_지금 받았잖아. 하여간 요즘은 어리버리한 것들이 아주 골 때려. 아우 빡쳐


나는 그렇게 이상하고 복잡한 말을 처음 들었다. 아무도 말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말이라는 게 배워서 아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중에 알았지만 욕은 배워서 는다. 나는 왜 내가 맞았으며 코점박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라 앞발에 침을 묻혀 아픈 머리를 대 여섯번 쓰다듬었다. 저 새끼는 조심해. 싸가지가 없어. 노랑이가 속삭였다.


창피한 말이지만 난 그 말조차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때만 해도 나는 눈치 없고 겁 많고 눈물 많고 심지어 세수도 할 줄 모르는 얼간이였다. 난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세상은 어떤지 아는 게 없었다. 배고프지 않게 밥이나 많이 먹고 춥지 않기만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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