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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양이 R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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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화 Jan 12. 2020

고양이 R

27화

물건이 어질러진 집에서 털을 핥고 큰길로 내려왔다. 꼬불꼬불한 길을 내려오는 동안 애들은 내 앞으로 거침없이 달렸다. 큰길을 건너기 전에 애들을 한 번 더 돌아봤다. 내가 뛰자 애들도 뛰었다. 우리 뒤로 쇠붙이 하나가 촥~ 지나갔다. 큰길을 건너 돌아보니 바닥에 찐득하게 엉긴 채 뭔가 납작하게 붙어 눈을 껌벅인다. 길을 건너기 전에는 못 보던 거다. 가슴이 쿵쿵~ 흔들렸다. 가까이 가려고 했지만 쇠붙이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인간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나는 멈칫멈칫 서 있다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쇠붙이 지나가는 소리가 머릿속을 때렸다.   


꼬불꼬불한 길에서 벗어나 다시 꼬불꼬불한 길로 들어간 우리는 언제나 배가 고팠고 배가 아팠다. 물건을 던지는 인간을 만나고, 발톱을 세우며 머리를 할퀴는 고양이도 만났다. 이게 다 밥 때문이지만 나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애들은 하나 둘 가뭇없이 떠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 녀석은 인간이 많이 다니는 길에서 마주쳤다. 녀석은 나를 보고 꼬리를 세우지도 다가와서 양양 대지도 않았다. 나도 흘깃 보고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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