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탐방 모임에서 방문한 곳이 시몬느. 핸드백 회사로의왕시 본사 사옥이 아름답다. 회사를 소개하는 원형의 홀(hall)분위기가 남다르다. 2003년 건축대상을 수상한 곳이라더니 가죽제품공장이미지와는 확연히달랐다. 패션 크리에이티브(creative) 회사인 줄 알아차렸어야 했다. 창업36년째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0%(미국에서는 30%를 점한다), 1조 원연매출은장기적으로 파트너사와 론칭을 기획하고 주도한결과였다.
원탁의 회의공간
갤러리 투어 도중 중앙 홀에서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홀에 놓여있는 고무와 자갈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가 창의력을 키우는 원동력인 것 같았다. 자갈이 보이는 회색 콘크리트 테이블에 앉아보니 말랑한 쿠션도 있어 경탄을 자아낸다. 고무가 적당히 굳을 때 조약돌을 집어넣어 만든 작품이었다. 물컹한 고무에 조약돌을 일찍 넣으면 가라앉고, 너무 늦으면 울퉁불퉁해질 것이다. 옆에 놓인 철사와 비닐로 만든 3백만 원짜리 의자는 재료비 6만 원으로 50배의 브랜드가치를 웅변했다. 직원들은 회사 내부에전시된 미술품들로디자인뿐 아니라 예술적인 자극에 동화되는 듯했다.
고무로 만든 자갈 탁자와 브랜드 의자
'그림에 대해얼치기'라며 700여 점을수집한 박 회장의 안내와 설명이 고마웠다.화장실까지 건물곳곳에 있는 미술품들이 말을 걸어오며 잠들어 있던 뇌를 깨운다. 사무실에 딸린 자연공간은 휴식과 창조를 위한 배려이다. 기업체에작품수장고가 있을 정도이고 분기마다 바꾸어 건다.직원들과 방문객 모두 갤러리에서 일하며 대화하고 창작하는 분위기가 곳곳에 넘쳐났다. 일을 추진하는 동력(動力)을 미술품이 제공하는 듯했다.
핸드백산업을 선도하면서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실력에 비해 아쉬운 2%의 갭(Gap)을 메우기 위해서도 아트가 생활화된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했다. 고흐 같은 거장의 대작을 지향하기보다 일상 속의 아트에 가치를 두는 그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작가에게 붓을 잡게 하고 싶다'는 그가 미술품을 대하는 또 다른 면모를 느끼게 한다.
시몬느 메인 홀
중견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공정과 품질의 향상보다 예술과 인문학적 가치 표방에 있어 보인다. 핸드백에는 인생 여정의 기록이 담겨 있기도 하다니 물건에서 감정적 가치(Emotional value)를 느끼는 경우도 떠올랐다. 미학적이고 감각적인 핸드백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회사 방문객에게도 참신한 발상의 전환을 권한다.
왜 여성은 핸드백에 집착하는가? 자랑하기(Show up)가 주된 이유이고, 현재의 삶과 살아지고 싶은 삶과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며,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두 번째 입는 옷인지를 메모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명품옷보다 실용성에서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입고 나갈 옷이 없다'는 오래된 진실은 사실이었다. 설명이 귀에 들어오고 비로소 오랜 의문이 풀렸다.
우리말로 표준화한 핸드백용어사전을 6개 국어로 번역한 일, 윤동주문학관을 헌정한 일, 미국 미네소타에 한국어 학당을 지어 130년 연세대 언더우드에 대한 보은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그의 행동에 뿌듯했다. '새로운 과거, 오래된 미래'라는 의미가 어렴풋이 다가왔다. 그의 소망대로 박물관을 세워 더 많은 문화예술기업의 전형이 많아지는 한국의 미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와 여흥까지 환대를 받았는데 도록과 저자의 책도 선물로 받아 읽었다. 일관된 철학을 예술로 승화, 지속하는 데 감동한다. 시몬느의 중국 이름은 세문(世門)이라고 적고 시몬느로 읽는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회사 상호도 반드시 중국어로 표기해야만 한다. 핸드백 세상의 관문역할을 하고 있어 글로벌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 그의 미술작품을 고르는 기준 또한 회사의 경영방침과도 조화로운 컬렉션 같아 보기에도 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