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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에서  여행사 사장을 꿈꾸는 Jaya

여행의 시점을 바꾸면 여행이 다채롭다

by 시몬스 Feb 16. 2025

Day 3 Allepy

Day 4 Kochi



여행은 계속된다. 아프던, 서로 싸우든 어떤 일이 생기든 말이다. 여행이 계속되니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은 10명의 한국인이 하는 것이지만, 우리를 태우는 버스 기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여행자가 아닌, 우리를 태우고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 기사를 바라보며 여행을 기록하기로 했다. 그는 말 많은 인도인도 아니었고, 우리에게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뜯으려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단순한 버스 기사가 아닌 여행사 사장을 꿈꾸는 남자였다. 그가 운전하는 동안 나는 그가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지 상상해 보았다.     


버스 기사와의 첫 만남  

   

오로빌에서 우리를 맞이한 기사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짙은 갈색 피부,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얼굴엔 굵은 주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Jayamoothy였지만, 어른들은 영어 발음이 어려워 그냥 “Jaya”라고 불렀다.

    

"바나깜"     


그는 짧고 간결하게 인사했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거침없이 버스를 몰았다. 차선을 무시하고 빈틈만 보이면 달려 나가는 그의 운전 방식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과감했다. 버스가 좌우로 흔들리자 어른들은 서로를 붙잡고 사고 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도로는 생각보다 혼잡했다.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고, 차량들은 신호와 상관없이 오고 갔다. 하지만 Jaya는 여유로웠다. 앞차가 갑자기 끼어들어도, 길가에 소가 앉아 있어도 그는 화를 내지 않았다. 익숙하다는 듯 속도를 조절하고 핸들을 돌렸다. 한국에서 운전기사를 고용한다면 그를 고용하고 싶을 정도로 운전을 정교하게 잘했다.     


Jaya는 우리를 일단 여행사와 연결된 가게들로 안내했다. 연결된 가게에서 옷을 사면 커미션을 받는 그런 구조였고, 우리는 그 구조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우리는 몇 번 가다가 Jaya한테 이런 곳은 안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Good Good, then we can save more time.”     


다른 버스 기사라면 분명 싫어했을 테지만 Jaya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너희는 여행할 때 너무 여유가 없어. 하루에 몇 개씩 관광지를 가야 해? 나는 여유로운 여행을 추천해”    

 

 Jaya에게 이게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말했고, 다른 곳을 안 가는 만큼 우리가 원하는 행선지를 추가해서 더 힘들고 자유로운 여행을 기획했다.    

           

알레피 – 하우스보트의 실망  

   

알레피에 도착한 우리는 오후 2시에 하우스보트를 탔다. 출발할 때는 물 위를 떠다니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모두 들떠 있었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보트가 가게 앞에 멈추었다. 선장은 저녁 식사를 위해 해산물을 사야 한다며 우리를 내리게 했다. 그러나 가게는 보트 업체와 연결된 곳이었고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게다가 흥정도 불가능했다.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새우와 생선을 샀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트 여행은 지루해졌다. 4시간이 지나니 물길은 비슷해 보였고 벌써부터 피곤함이 몰려왔다. 해가 지면서 벌레들이 보트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낭만적인 보트 여행? 현실은 창문을 닫아도 들어오는 벌레와의 전쟁이었다.  그럼에도 새우와 생선은 꽤나 맛있었다. 나와 어른들은 "3천 루피? 그래봤자 한국돈으로 5만 원이네"라고 말하며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노력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거 밤새 있어야 해?”  

   

L 아저씨가 한숨을 쉬었다. 하루짜리 코스이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탔던 자리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배 타는 게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다. 결국 우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보를 들춰보니 bed bug가 많이 죽어있었다. 세상 찜찜한 상태로 갖고 있는 옷을 다 깔고 신체를 다 칭칭 감으며 잠에 들었다.  

   

코친 – 유럽의 흔적과 까따 깔리 공연

    

다음 목적지는 코친. 포트 코친 지역은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오래된 건물, 카페, 벽화들. 관광객들은 이국적인 분위기에 들떠 사진을 찍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하지만 Jaya의 태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는 그저 또 다른 일터에 온 것처럼 무심한 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어딜 가도 그는 현지 상인과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았고, 경찰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곳에 많이 와봤어?”

     

내가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100번도 넘게 와봤지.”  

   

우리는 까따 깔리 공연장으로 향했다. 무대가 어두워지고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배우들은 눈을 번뜩이며 강렬한 표정으로 무대를 지배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소리가 공연장에 널리 퍼졌다. Jaya는 이 전통 무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 춤은 얼굴 표정과 손동작이 중요해. 눈을 크게 뜨는 것도 하나의 연기야.”     


공연을 보면서 Jaya의 설명이 떠올랐다. 배우들의 화려한 분장과 강렬한 몸짓. 인도 전통 예술의 깊이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Kochi 마지막 날에서 Jaya는 우리를 슬리핑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었다. 하지만 버스가 오지 않았다.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이게 뭐야? 우리 밤새 여기 있어야 해?”


 어른들은 점점 초조해졌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야 뭐 항상 겪던 일이었으니 태연하게 유튜브를 봤고 Jaya 역시 한결같이 차분했다. 그는 어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함께 남아 기다려 주었다.


하필 우리버스 빼고 다 온다하필 우리버스 빼고 다 온다

    

“It happens sometimes.”   

  

나와 Jaya는 기다리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여행사 사장이 정말 무능하다고 생각했고, 자기가 돈 벌어서 직접 여행사를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진짜 인도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릭샤나 버스 기사 중 이 정도로 꿈이 구체적인 사람은 처음이었다. Jaya를 보니 벌써부터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한 나의 생각을 반성하게 됐다.     

그의 말처럼 한참 후 슬리핑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는 그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Jaya는 오로빌에 다시 온다면 자기를 다시 찾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사 사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 관광객과 함께하며 느낀 점이 많았다며, 너무 바쁘게 여행하는 한국인들과 더 여유로운 여행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올 때, 네 여행사를 꼭 찾아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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