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에 있는 핸드폰 가게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처음 오신 손님은 첫 손님이라 반갑고,
두 번째 오신 손님은 단골이라 반갑고,
세 번째 오신 손님은 가족이라 반갑습니다.
사장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암튼 3이라는 숫자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것 같다.
참을 인 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세 번까지는 참아줄 수 있다.
스포츠에서 흔히 사용하는 카운트다운도 3 2 1이며, 내기를 하더라도 삼세판은 기본,
때로는 참을성을 있게 삼고초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야식도 33떡볶이.
우연이라 부를 수 있는 것도 세 번까지다.
즉 세 번이 넘어가면 우연이 아닌 것이다.
처음에는 왜 하필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찾아오는가 싶었다.
그다음에는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불편하게,
그다음은 회의 전날 꼭 날 만나러 와야 했어?
다음은 동생의 결혼식을 앞두고.
수없이 중요한 날들 목전에 두고 우연을 가장해 방문한 초대받지 않은 이 손님은 나보다 더 주인공 행세를 하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심지어 이 손님은 무척 예민하기까지 해, 혹여나 컨디션이 나쁘지 않을까 살살 달래 가며 신경을 써줘야 한다.
에잇! 하고 똑같이 성질대로 움직였다가는 되려 친구들까지 우르르 데려와 상황을 몹시 난처하게 만드는 경우도 더러 있다.
무더운 여름,
카시오페이아를 닮은 모습으로 찾아온 손님은 나의 이마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흔히들 옆집 아이는 볼 때마다 자라 있고
남의 집 자식은 벌써 제대할 때가 됐냐고들 한다.
그런데 이 아이는 내 몸에 철석 붙어있으면서도 남의 집 아이만큼이나 체감하는 성장 속도가 빨라 때론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다.
방금 쓰다듬었을 때는 반들반들했는데,
언제 이렇게 키가 컸지?
다시 쓰다듬고 돌아서면 또 언제 컸는지 모르게 우뚝 솟아있다.
이 아이가 자라는 속도만큼이나 나의 지적 성장이 월등할 수 있다면 지금 즈음 10개국어는 물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 하나쯤은 따왔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 친구의 존재 덕분에 아무것도 아니었을 일주일이 자라나는 한 주가 되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자라나는 것을 귀찮아하지 말아야지
야한 생각 하면 더 빨리 자란다는데,
근거나 있는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