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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Aug 02. 2021

우리 집 월드콘

언제부턴가 콘 아이스크림이 좋아졌다.

그전에는 생귤탱귤, 죠스바, 캔디바 같은 상큼한 셔벗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즐겼다.

그런데 지난여름부턴가 월드콘, 부라보콘, 빵빠레같이 마무리로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을 수 있는 콘 아이스크림을 즐기게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우리 집은 군것질 킬러다.

아이스크림 할인 가게에서 30,000원어치 사와 냉동실을 가득 채우면 일주일 안에 동이 난다. 매년 극강의 더위를 새로이 갱신하는 여름, 오늘도 나는 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니, 분명 콘 하나쯤은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 많던 콘은 누가 다 먹은 것인가.’


콘 종류를 더 많이 사 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바밤바와 요맘때, 돼지바만 남았다.

빈손으로 냉동실 문을 닫기는 아쉬워, 바밤바를 하나 집고 불만스럽게 봉지를 깠다.

콘을 정말 많이 사 왔기에,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월드콘만은 남아있을 줄 알았다.


카톡 방을 쭉 내리다 보면 바밤바와 요맘때, 돼지바로 채워진 방들이 가득 보인다.

자연스럽게 나의 인간관계에 뛰어든 바밤바와 요맘때부터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돼지바.

도대체 내가 좋아하는 월드콘은 어디 있는지 아무리 스크롤을 내려도 찾기 힘들다.

냉동실에 많이 쌓아뒀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미 다 먹어버렸나.

아니면 누가 먹었나.


유난히 내 인생을 자랑하고 싶은 날들이 있다.

막대 아이스크림들이 아닌 콘에게만 알리고 싶은,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자랑의 순간들 말이다.

정말 행복한 순간 또한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흔치 않은 초절정의 기쁨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알리고 싶은 날들.

반면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어 콘에게 털어놓고 싶은 날들도 있다.

‘난 요즘, 이런 일들을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하고 말이다.


그럴 때마다 월드콘은 냉동실에 없다.

내가 다 먹어버렸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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