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서윤 Sep 23. 2021

모든 불행이 나를 중심으로 돌 때가 있다. 지금처럼.


최근 <어느 장씨와 어느 이씨가 만나>라는 책을 출간했다. 부모님의 첫 만남부터 남동생이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쓴 책이다. 책을 출간하고 주변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서윤씨의 행복한 가족 이야기가 부러워요.”


그럼 나는 장난스레 답한다.


“담을만한 이야기만 담아서 그래요.”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남동생에게 사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제 평화롭게 지내자는 사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쓰던 당시에는 동생과 사이가 너무나 안 좋았다. 그 일로 부모님과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겼으며 더불어 건강마저 나빠졌다.


어쩌면 이 시기에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리고 쓰는 것으로 현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탄생과 우리 남매의 어린 시절, 사소한 걸로 다투던 우리들, 주말이면 에버랜드를 가는 게 일상이던 날들, 하루하루가 설레고 내일이 두근거리던 그 시절.


좋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사진첩을 보며 작업을 하는 일은 때때로 쓸쓸함을 불러왔다.


그렇게 내가 기억하는 가장 행복한 시절만 담은 <어느 장씨와 어느 이씨가 만나>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거짓은 아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나의 행복한 어린 시절이 부럽다는 얘기를 번번이 들으니, 누군가에게 '저 사람은 저렇게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니 저렇게 살 수 있지.'라는 오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 책의 주제에 맞지 않지만 이 글의 주제에는 너무나 잘 맞는 얘기를 덧붙이자면, '그때의 저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이다.



<모든 불행이 나를 중심으로 돈다. 지금처럼.>에 쓰인 모든 글도 정말이지 자잘 자잘한 불행만을 담고 있다. 이주에 한 번 상담을 가는 병원에서조차 나의 이야기는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멍석 깔아준 이 넓은 마당에 진심을 담아 표현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제목만큼이나 거창한 불행을 꺼내지 못하고 늘 쇼핑에 실패한 이야기, 신발에 껌 붙은 이야기, 길 가다 넘어진 이야기나 하고 말았다.


우습게도 길 가다 넘어진 불행조차 찐 불행으로 가는 걸음이 되기도 한다.

넘어짐이 신발에 껌이 붙는 걸로 이어지고 길 가다 어깨빵을 당하고 괜한 시비까지 붙는다면,

고작 주차요금을 내지 못하는 상황 하나에도 그동안의 작은 불행이 고리가 되어 나를 몇 개월, 길게는 1년, 2년을 묶어 놓기도 한다.


동정해달라, 가엾게 생각해 달라는 건 아니지만 나의 불행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글을 올리고 나면 조금씩 울리는 진동이 잔잔한 공감의 표현 같아 가장 고맙다.


“언니, 이거 한 번 읽어봐 줘.”

모든 이야기에 반강제적 첫 번째 독자가 되어준 곱슬머리 장 덕분에 덜 창피한 글과 그림을 연재할 수 있었습니다.


하잖은 저의 불행을 읽어준 곱슬머리 장을 포함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