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39 - 리크루터 씨에게
요즘에 링크드인에 헤드헌터 즉, 리쿠르터들이 참 많다. 뭐 원래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기하급수적이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부쩍 더 많아진 것 같다.
메시지도 메일도 너무 많아서 일일이 읽고 답장하는 게 꽤나 일이 되었다.
(이제는 그만두었다.)
가끔 눈에 띄는 흥미로운 제목의 메시지들이 있어서 읽어보지만 역시나 똑같다.
그분들의 결론은 "OO님께 딱 맞는 포지션이 있으니 통화 한번 합시다!"인데 사실 이게 진짜 진짜 귀찮다.
스케줄 겨우 맞추고 통화해서, 막상 추천 포지션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면
리크루터 씨의 뭐랄까.. 경력이 짧은 사람이라는 정도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어도, IT분야에서는 나도 나름대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알 수 있다.)
'그 포지션 내용 상, 내가 할 만한 포지션이 아닌데 그걸 아주 딱 맞는 포지션처럼 추천을 하다니… 리쿠르터 씨의 경력을 파악하는 실력이 없구나… 이 사람한테 맡겨서 진행한다고 해도 나중에 제대로 된 협상이 가능할지도 의문인걸..(시무룩...)'
예를 들어, 이력에 클라우드 자격증 글자 하나 있을 뿐인데 클라우드 고급 엔지니어 자리를 추천한다. 그리고 잡 디스크립션 내용을 확인해보면 "이건 완전 클라우드 시니어 경력 자리잖아.!" 하고 실망한다.
더 진행하기 위해 열심히 설명하시는 리크루터 씨 앞에서,
속으로는 거절할 타이밍을 기다리며 또 기분 나쁘지 않게 대하는 것- 여간 수고스럽다. 하하.
뭐 어쩔 수 없다. 어떤 일이던지 이렇게 겪어보면서 서로 성장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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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보통은 링크드인에서의 메시지를 읽지도 않거나 친구 요청도 리크루터이면 안(못)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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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내 쪽이 거절하는 입장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리크루터 씨에게는 매번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신의 귀중한 시간을 내서 나의 모자란 이력을 체크해준 그 수고가 고맙다.
항상 그렇지만 인연이란 혹시 모르는 것이기에 예의 바르게 대응하려고 노력한다.
"OO님 안녕하세요. 귀한 시간 제 이력을 검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지만, 제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이번 건은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언젠간 이직을 생각할 때 OO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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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리고 이건 작은 팁일 것 같은데-
온갖 미사여구가 있어봤자 어차피 눈에 안 들어오고 마음에 울림도 없다. (쌩판 모르는 관계니까 쉽지 않다.하하.) 그래서 쓸데없는 얘기 빼고, 그냥 간단한 짧은 인사와 잡 디스크립션만을 툭- 보내는 메시지가 오히려 편하고 좋다. 마치 ABC마트에서 직원이 말 걸어오면 오히려 부담되고 반대로 그냥 편하게 놔두면 혼자 고민하다가 신발 하나 사고 싶어지는 느낌이랑 비슷하달까. 하하.
@ 요새 젊은 나이에 은퇴하는 파이어족 운동이 있던데, 은퇴하고 나서 혹시 세 쌍둥이가 태어나기라도 하면 은퇴를 은퇴해하는 것 아닌가..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
누군가 나 자신을 피사체로 해서 사진 찍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눈이 마주친다면 서로 깜짝 놀라지 않나요? 나를 찍고 있던 건지, 다른 무언가를 찍고 있었던 건지 무척이나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