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92 - 흘러간 브라더들
휴일. 대량의 사진과 그간 적어둔 글들을 정리하다 보면, 그 당시에 내가 했었던 생각들과 감정들 그리고 인연들이 주르륵 떠오른다. 그리고 지나쳐간 인연들이 와~ 참 많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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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같이 허니스트로(꿀이 들어가 있는 빨대) 장사하지 않을래?”라고 끈질기게 사업 제안을 했었던 형이 있었다. 물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제안하길래 농담이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는구나 했다. 뭐 사업얘기도 할 만큼, 한때는 꽤 가까운 사이였지만 서로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지고 나서는 아무래도 점점 할 얘기가 없어졌다. 그래서 만나면 술 마시고 연애 얘기밖에 할게 없어졌다. 영광스러웠던 과거 이야기와 지루한 연애 이야기만 돌고도니 마음속에서는 피곤함을 느꼈다. 그렇게 점점 만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아마도 커리어로 한창 바쁜 30대 시기인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버거운 이야기를 받아줄 만큼 여유가 없는 상태일 터이다. 마음으로는 언제나 모두를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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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들로 가득한, 나는 20대였다. 이때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 처음 만나는 관계인데도 불구하고 곧바로 ‘헤이 브로!’하고 아주 친근하게 하는 문화? 트렌드? 아무튼 그런 분위기 같은 게 있었다. 처음 봤어도 뭔가 서로 첫인상이 좋다면 어찌 되었건 그날만은 친형제같이 끈끈하게 한잔 마시고 노는 그런 셈이다. 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여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에서도 곧장 ‘브라더!’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음- 솔. 직. 히 잘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말하는 사람치고 꾸준히 연락되는 사람들은 지금 아무도 없기에 저런 '브로~'같은 표현을 굉장히 오글거리게 생각한다. 뭐 별 뜻 없는 호칭에 내가 너무 의미부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여하튼 간! 인간관계란 적당히 거리 두고 천천히 또는 예의를 잃지 않을 정도 그대로를 유지하는 편이 깊어지고 훨씬 더 오래가더라. (뭐 얼마 안 살았지만 그렇더라고요. 하하.)
@ 군대 때 동료들을 가끔 만나는데요. 저는 아직도 형동생이 어색해서 군대 계급 호칭으로 부르고 싶은데.. 싫어하더라고요.. 하하 =)
이따금씩 집안 인테리어 바꾸는 기분으로 화분들의 위치를 옮겨본다. 아! 화분 친구들도 서로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가 하고 있구나! 스토리가 떠올랐으니 필름사진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