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96 - 강남스타일은 무슨
2012년 겨울이었나..! 말로만 듣던 '유럽에서의 삥 뜯김'을 로마에서 처음으로 경험했다.
보통 여행지를 정하고 나면 어디가 멋진 곳인지, 어디가 흥미로울지, 맛집은 어딘지 등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의 로마 여행 후기를 읽다 보니 관광객 상대의 강도나 소매치기가 꽤나 많은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공항에서 곧바로, 어떤 사람은 지하철에서, 어떤 사람은 유명 관광지에서 순식간에 당했다고 한다. "아 뭐~ 사람 사는 데가 다 그럴지도~"하고는 대충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래도 마음속 어딘가에 확실히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었다. 그래서 가능한 시나리오와 대처 방법도 나름대로는 대비해 두었지만~ 결국은 나도 당했다. (이거도 끌어당김의 법칙일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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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도착한 첫날.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그 유명하다고 해서 유명한 스페인 계단에 갔다. 이곳이구나~ 하며 계단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축구 좀 찰 것 같이 호리호리 민첩하게 생긴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를 원래 아는 사람인 것 마냥 또렷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 어디선가 다른 두 명이 왼손~ 오른손~을 교차해 흔들며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다가왔다.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한국어가 들려오거나 한국 문화를 마주치게 되면 자동으로 쳐다보게 되어있다. 그리고 아차! 하자마자 그들과도 눈이 마주쳤다.
그들 모두는 씨-익 웃었다.
"아~ 이런 이런."
그리고는 나의 팔을 잡아 알록달록한 끈으로 순식간에 팔찌를 만들어줬다.
“한국 사람이지?” 자기도 강남스타일 노래 좋아한다며 팔찌 값은 200유로(당시엔 25만 원쯤)라고 한다. 와- 놀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시스템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과정이 스무스했다.)
당연히 뭐, 말도 안 된다고 싫다, 무슨 짓이냐고 실랑이가 있을까 싶더니 근처에 있던 다른 일당 몇 명이 다가왔다. 그 일당 중 한 명은 능숙하게 이건 비즈니스라며 주먹으로 위협을 했고, 다른 한 명은 그래도 죄책감은 조금 느끼는 듯 미안하다고 나중에 다시 만나면 갚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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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의 배경지인 아름다운 장소에서 나는 테이큰 풍의 액션 영화를 겪었다! (어느 부분이 대체?라고 하셔도 다들 자신의 경험은 언제나 영화 같으니까요. 넓은 마음으로 생각해 주세요! 하하.)
첫 만남이 이렇게 강렬하니 잊을 수도 없고,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 한편에는 분한 감정이 이르기도 하는 아주 진한 도시로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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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우리들은(?) 이 찐~한 한순간을 공유했는데, 그들은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직도 그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려나. 이젠 자식도 있고 하니 부끄러웠던 행동을 반성하며 착실하게 살고는 있을까. 혹시나 닿을까 해서 그 친구들에게 짧은 편지를 남기자면~
“오랜만에 로마 여행 때의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당신들이 갑자기 무척이나 궁금해지네요. 난 뭐, 그때의 열받음도 하나의 경험이었다~생각하고 잘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그럭저럭 잘 살고 있고 또 이렇게 하나의 에피소드로서 당신들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직도 그 일을 하고 있다면 코로나 때문에 로마엔 관광객도 없을 테니 이참에 전직하세요! IT분야를 추천합니다! :D”
(* 코로나 시기에 썼던 글입니다!)
@ 당시에는 열받아서 팔찌를 곧바로 뜯어버렸는데, 사실.. 팔찌 디자인 자체는 이뻤습니다. 같은 디자인을 다음엔 제 값 주고 사고 싶네요. 강도한테 말고! 하하.
분명히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어떤 특정한 과거의 기억과 연결되는 현재의 장면들이 있다. 그 연결의 순간을 기록하는 도구로써 카메라와 사진은 가장 간편하고 멋진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