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97 - 그건 그 사람 사진입니다
살면서 만났던 몇 번간의 연애 중에-
나에게 전력을 다해줬던 순애보 같은 인연들이 있었다.
그 당시에 정말 무척이나 감사하게도-
나를 너무나 좋아해 줬고 아껴줬고.
그렇지만 난 모험을 더하고 싶었고, 다른 세계도, 다른 사람도 아직은 궁금했다.
그래서 참새가 새장 문이 잠깐 열린 틈에, 새장 밖을 뛰쳐나오듯이 매몰차게 떠났다.
.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 많다.
.
한 번은. 이제 떠난다고 하니까,
정리된 필름사진의 앨범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는데, 열어보니 마음에 드는 내 사진이 많았다.
너무 마음에 들어 프로필 사진으로 쓰던 사진들도 대부분 그분이 찍어준 사진들이었다.
...
아-!!!
...
이건 내 사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
그 사람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을 때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는 나의 모습(구성),
그 사람의 나에 대한 감정(빛),
그 사람의 우리 관계에서 느끼고 있던 안정감(구도)이 담기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단순히 그냥 인물 사진이 아니라
그 사람이 뷰파인더의 렌즈를 통해 나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주제)이었다.
그 사람의 눈 그 자체라는 것을 알았다.
.
우와~
나를 이렇게나 이쁘게 봐주고 있었구나-!
.
그래서 내 사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선이며 그 사람의 사진이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언제까지나 감사할 뿐이다.
덕분에 내 세상이 넓어졌고 풍부해져 있다.
너무 많이 받았다.
@ 사실은- 저도 누군가를 이런 눈으로 찍어주는 입장이 되고 나서야 이번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역시~ 세상은 돌고 돌지만, 그 가운데 각자의 타이밍이 있는 건가 보네요! =)
결국에 좋은 사진의 구성, 빛, 구도, 주제는 내가 어떤 눈으로 보고 있었는지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