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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신 케이 Oct 27. 2024

버스는 대체 언제 올까.

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99 - 버스는 대체 언제 올까.


Yashica T4 Safari, FUJI C100 / Edogawa-ku, Tokyo, Japan - Jun



미국에서는 (특히 미국 시골 동네에서는) 차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엄청나게 불편하다. 버스 배차시간 간격이 너무 커서, 시간표를 확인해두지 않으면 한 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정말 버스가 오긴 오나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장 보러 가려고 해도 마트도 웬만하면 정말 머-얼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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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기다려서 겨우 버스 타고~ 겨우 마트를 갔다가~ 장을 보는데 혹시 타이밍이라도 놓치면 그다음 버스까지 다시 1시간… 장 보는 시간이 총3~4시간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버스 정류장에서 무거운 짐을 든 채.. 허탈함에 거친 숨을 내쉴 수밖에 없게 되는 뭐, 그런 식의 생활이다. 그러면 그냥 근처의 서브웨이에 들어가서 멍-하고 앉아 있는 게 전부였다. (지금 글을 쓰다 보니 대학생활 거의 3년을 이렇게 살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이런 경험이 습관이 되어서 지금도 인내심 있게 잘 버티면서 사는구나 싶다. 멍-때리면서 말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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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도 월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계산이 늦어져서 버스를 놓치게 되었다. 결국 늘 그랬듯이 정류장에서

장바구니를 털썩 바닥에 두고 멍-하니 있는데 누군가 옆에 다가와 앉았다. 한국 사람 같은데, 딱 보니 미국 시골에서 차 없는 생활을 하는 나랑 비슷한 처지 같았다. 그리고 조금 뒤에 똑-같은 처지로 보이는 게다가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또 한 명 왔다. 셋이 나란히 허망하게 앉아 있으니까 근처의 까마귀 "까악 까악~" 울음소리만 어색하게 들려왔다. 버스는 대체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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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 명이 말문을 열었다. 영어로.

A: “두유 노- 웬 더 넥스트 버스 컴?”

B: “음 음 원 아워 레이러”

A: “음 오 아이씨~”

B: “유 돈 해브 어 카?”

A: “노 아돈 해브”

B: “오 아이씨-”

A: $#%^#&

B:!@#$@#$^

...

A: &@@#!!

B: 오 아이씨~

...

계속 이어지는 대화 속-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초면에 그러면 안 되지만 웃음이 나왔다.

나: “아이 참. 두 사람 다 한국 분이신 거 같은데 그냥 한국말로 하시죠. 하하하.”

(대학생 때는 꽤 건방졌었어서 툭툭 잘도 말했다.)

까마귀: “까악 까악(그래 그래)”

.

우리 셋은 동시에 웃음이 터져버렸고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이때의 인연이 아직도 이어져서 만날 때마다 이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사는 나라도 살아가는 방식도 각자 다 다르지만, 공유했던 한 시절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과 아직도 다 같이 웃음 지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


@ 어느 밤, 어느 술집에서 옆 테이블의 여성들에게 "잘생긴 사람하고 닮으셨네요!"라고,, 미묘하고 애매하고 재미난 칭찬? 비스무리한 표현을 들었습니다. 하긴 근데 여자 쪽에서 먼저 말 걸기에는 이런 애매한 포지션의 남자가 편하니까 그건 그거대로 아주 좋은 것일지도요. 다 같이 건배! 합석하시죠! 하하 =)



Centering 기법. 중요한 피사체 즉, 이야기의 주인공을 프레임의 정중앙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사실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중요한 피사체를 가운데 위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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