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100 - 해파리가 된 것 같은 기분
선택지의 범위가 정해져 있는 게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를 요즘 많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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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Spotify와 Youtube 세상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음악과 영상 콘텐츠는 말 그대로 '무한'하다.
그래서 오히려 "하아아아 어떻게 하지... 뭔가 막막하다.. 음..." 상태로 곧잘 빠지곤 한다.
(페이지만 몇 번씩 리프레시하다가 그냥 꺼버릴 때도 많다.)
그래 비유하자면.
마치~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두둥실~ 두둥실~ 무한히 부유하고만 있는 해파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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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중고 레코드 가게를 지나가다가, 오랜만에 CD와 CD플레이어를 사봤다. Queen의 Greatest hits앨범과 Chet Baker의 Jazz in Paris앨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는 오로지 퀸의 17곡과 쳇베이커의 재즈연주 8곡이 전부다.
이 중에서 좋아하는 것만 들어도 좋고 / 전부 다 들어도 좋고 / 굳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좋고 /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도 없다. 우와~ 딱 이 정도의 선택지가 왜 이렇게 안심이 되고 자유롭게 느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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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심이 드는지 생각해 봤다. 음- 이것도 비유하자면.
마치~ 휴양지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에서, 믿음직한 안전요원이 친절한 미소로! "저기 보이는 부표 선 있죠? 저 선 안에서는 마음 것 편하게 노세요~!"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공감이 될만한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세상에서 선택지가 유한한 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하.
@ 자, 이것과 같은 감각으로~ 소개팅어플도 선택지가 마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해파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음- 이 얘기는 역시 길어질 것 같으니 언젠간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한쪽 눈은 감고 한쪽 눈만 뷰파인더로 본다. 이때, 주변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그냥 그 직사각형의 세상만 볼 수 있는 순간이 된다. 수족관의 사람 없는 조용한 곳에서는 내가 지금 바닷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그 순간을 감상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