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은채 Jan 05. 2024

뱃사람의 연초 보너스

저는 어부의 아내입니다

오징어



우리의 바람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오징어로 만선이라……

몸은 고되어도 기분은 좋았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기분이 구름처럼 둥둥 뜨는가 보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행복해서 무슨 일이든 다 잘 될 것 같고 그런 마음이다.


한동안 오징어고 물고기고 없어서 힘들다는 얘기만 듣다가 모처럼만에 저렇게나 많이 잡았다고 하니 남편도 얼마나 뿌듯했을까


아직은 월급쟁이 뱃사람이라 수확량이 많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성취감’이라는 것은 돈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준다.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재미도 있으니 희망이

생기고 다른 일에서도 연신 싱글벙글하니까 말이다.







남들 연말 보너스 받는다는 이야기들에

우리는 그저 월급만 바라보는 처지라 내심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뱃사람에게도 보너스가 있다는 사실.

물론 사장님 by 사장님이겠지만,

수확량이 아주 많은 날에는 소액이라도 봉투를 챙겨주신다고 했다. 그렇게 남편에게 쏠쏠한 용돈이 생겼다. 그 돈을 달라고 하지 않은 이유는 힘들 게 일하면서 부수적으로 생긴 수입에 조금이라도 동기부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사장님이 부모님이라 수확량 걱정도 함께해야 하는 불안하고 불편한 월급쟁이지만, 어쨌든 오랜 침체기 끝에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만 갖자 싶었다.


  집에 가만히 있어도 맘 편할 날 없는 어부 아내, 며느리의 삶을 오늘도 묵묵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본다.


이전 03화 오징어가 내 행복에 일조할 줄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