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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채 Dec 30. 2023

오징어가 내 행복에 일조할 줄이야

저는 어부의 아내입니다.



겨울은 겨울이다.

겨울 날씨가 따뜻한 게 야속하다 싶었는데 날씨보다도

유류 비용이며 일체 경비가 물가와 함께 올라버려서 매일 조업을 나가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에게는 분명 직업이 있는데 어째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가끔은 너무 피곤한 날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건넌방에서 새벽 1시쯤 칼같이 정확한 시간에 튀어나가는 남편의 소리를 듣는다.

매일 같이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야지…’ 하며 결국은 미적대기를 반복하는 나를 떠올려보면 남편은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임에 틀림없다.


일을 마치고 오전에 집으로 돌아올 때, 한 손에 생선이라도 들려 있으면 그날은 ‘기본 이상은 했구나……’ 짐작한다.


엊그제는 한 손에 오징어 한 마리를 들고 집에 왔는데, 매일 같이 얼마만큼 잡았냐고 묻는 것도 그만해야지 싶어 묻진 않았지만, 손에 무언가 쥐고 돌아오는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안심한다.


오징어가 씨가 말라 힘들다는 동해안 어민들의 이야기를 뉴스로 접하기도 하고, 이러다 열대어 잡게 생겼다는 남편의 걱정 섞인 말도 있었지만 한 마리 두 마리 잡히고 있다는 것에(물론 우리 어장이 아니더라도) 아직 바다에 희망이 있음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참 자연에게 고마우면서 새삼 경건한 마음도 가지게 된다.


아무튼 그날 남편이 들고 돌아온 오징어 한 마리를 통으로 삶아 혼자 야금야금 먹었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입에 착착 감기는데 그 따뜻함에 순간 취해 버리고 말았다.


‘자주, 많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그날 나의 기도였다.






남편과 외출 중에 라디오에서 사연과 신청곡을 보내달라는 멘트가 나왔다.  

신호에 걸린 찰나 후다닥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무작정 오징어 이야기로 시작한 나는 신청곡도 이글파이브의 오징어 외계인으로……^^


두둥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아니 아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그렇게 사연이 당첨되었고, 디제이의 목소리를 타고 내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영화 티켓 두 장도 선물 받게 되었다.




오징어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


‘오징어야 네 덕에 내가 많이 행복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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