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부의 아내입니다.
우리 어머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솔직히 말해서 니 시집 진짜 잘 왔다. 맞제.“
이유는 간단하다.
거두절미하고, 해산물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게 그것이다. 심지어 어부가 된 남편은 원래부터 회는
입에도 안 댔고, 갑각류를 제외하고는 별로 좋아하지를 않았기 때문에 해산물이라면 뭐든 잘 먹는
며느리가 신기하셨던 모양이다.
바다에서 나는 걸 뭐라도 주시면 넙죽 받아 “맛있어요. 감사히 잘 먹을게요. “라는 말을 하는 걸 신기해하셨고, 도시에서만 나고 자란 나는 이 귀한 음식들을 산지직송보다 빠른 산지퀵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행복해했다.
도시 여자인 내가 왜 이렇게 해산물을 즐기느냐를 이야기해보자면, 거기엔 애주가이셨던 친정아버지가 있다. 묘하게 입맛이 고급이셨던지라 술안주가 꼭 비싼 게 아니더라도 고급지게 만들어 드시길 즐겼고, 그 곁엔 안주를 얻어먹으면서 맛을 알아간 내가 있었다.
그때 가장 많이 먹어본 음식이 해산물이었던 것 같다.
특히나 멍게나 해삼, 산 낙지 같은 거는 생김새부터가 도전 의식을 갖게 해주는 재료들이라 호기심 가득한 나를 더 자극하기에 맞춤이었다.
그래서일까 남편은 질색하지만 나는 멍게의 향긋함이 좋고, 해삼의 풍미와 오독한 식감이 여전히 좋다.
이렇게나 해산물에 진심인 내가 바다 마을로 시집을 왔으니 시집깨나 잘 왔다는 소리를 듣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오징어는 여러 해가 지나도 여전히 가격이 비싸서 예전만큼 많이 얻어먹지는 못하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만큼 바다 환경에 대한 걱정도 실질적으로 하게 된다는 건 사실이다.
농사일과 마찬가지로 바다 일이라는 게 매일 겪게 되는 자연의 변수를 예측은 할 수 있어도 순식 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대응이 불가능하기에 결코 안정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오늘은 어떤 고기들이 잡힐지, 혹은 고기가 없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만선이기도 하고……
확실히 기후 변화가 있고부터는 날씨의 변화도 심하고 그에 따라 어획량의 편차도 심하다 보니 더욱더 예측이 힘들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겠지만, 그래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려 노력한다. 사사로운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늘 나를 돌아보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내일은 이곳에 풍랑주의보가 내려 바다에 나가지는 않고, 육지에서 그물 작업만 있다고 했다. 원래 같으면 새벽 1시 출근인데, 모처럼 집에 누워 잠들어 있는 남편의 코 고는 소리에 삶의 고단함을 느낀다.
어머님 말씀처럼 일단 시집은 잘 온 거 맞는데
시집온 것과 내 삶은 별개이니, 내가 꾸려가야 할 ‘내 삶‘은 또 부지런히 살아내야지 다짐해 본다.
좀 더 나은 내일을 매일매일 희망하다 보면 언젠간 남편의 고단함이 크나큰 보람으로 돌아올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