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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채 Feb 26. 2024

방어 잡는 남자랑 살고 있습니다

저는 어부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꽃게




한참 추웠던 날 제목을 써놓고는 이제야 글을 쓴다.

남편이 어부가 되고 난 후부터 나는 몇 월에 무슨 어종이 잡히는지가 최고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가 일하는 어장이 있는 바다에는 원래 가을부터 방어가 주종이었는데, 지난해 말에 방어 구경하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방어의 계절이 지나고 나면 오징어가 잡힌다. 

뉴스에서 많이 보도되었듯 동해안의 오징어들이 사라진 것은 맞는데, 그래서일까.

딱 한 번만 왕창 잡혀주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갔을까 오징어 가족들은......

오죽하면 우리 어머니는 "얘들이 미쳐서 방향을 틀어 우리 어장에 들어오면 좋겠다."라며 농담 섞인 희망을 읊조리셨다고 한다.


잠깐의 도파민 분출만 돕고 사라진 오징어를 뒤로하고 청어가 그렇게 많이 잡혔다고 했다.

그렇다. 청어는 과메기의 원조가 아닌가.

꽁치 과메기 이전에 청어 과메기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와서 나는 청어가 많이 잡힌다는 소식에 반가웠는데

청어는 가격이 나가는 편도 아닌 데다가 청어가 그물에 들어오면 알을 많이 까는데 그 알이 찐득해서 그물에 달라붙는 바람에 그물을 씻고 말릴 때 애를 먹는다고 했다.

그렇게 한 몇 주는 청어 가족들 때문에 그물작업이 힘들다고 했었다.


하지만 청어 가족들도 슬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다가오는 봄에는 어떤 물고기들이 어장을 찾아와 줄까.

궁금하기도 하면서도 변덕스러운 날씨에 유독 어획량이 준 것 같아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필 이 시기에 우리는 이사도 앞두고 있어서 돈 들어갈 일이 어마무시한데 

불안정한 어획량에 기분 관리를 잘하는 것이 유일한 미션인양 지내고 있다.


안정적인 생활을 그토록 바랐건만 하늘에 운명을 걸어야 하는 직업이라니

거참. 가만히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힘들다 느껴질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오늘도 내일도 밧줄 묶는 연습부터 하고 있는 남편의 거친 손이 유난히 애처로우면서도 빛나 보이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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