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동해안 어부들에게 반가운 손님은 단연 오징어이다.
오징어 만선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기쁜 일이라는 것을 남편이 어부가 된 이후에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남편이 일하고 있는 어장에는 원래부터 오징어가 많이 들기로 유명한 어장인데 어쨰서인지 요즘 유난히 오징어 손님이 들어오질 않는다고 했다.
매일의 어획량의 편차가 있다 보니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한 직업이지만, 우리는 미약한 인간이어서인지 자주 일희일비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주위 어른들 모두 일희일비하고 계시기에 나라도 중심을 잡아야지 하며 매일을 시작한다.
남편이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지구온난화를 실시간으로 걱정하는 삶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저 에어컨을 틀며 느끼는 약간의 죄책감과 결국은 ‘에라 모르겠다,’하며 신나게 틀고 전기세 폭탄을 맞을까 봐 두려워했던 정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농작물들이 피해를 입는다 해도 김치를 직접 담가 먹거나 하지도 않고, 과일값이 비싸서 장보기가 무서웠다는 정도였다.
새벽 1시경 출항해서 오전이면 보통 일이 끝나야 하는데 거의 오후 4시가 다 되어 퇴근을 했다.
1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일을 하다 온 것인데, 그게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기를 잡는 데에는 깨끗한 그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 어촌 사람들 말로는 ‘뚝이 끼인다’라고 하는데 이물질이 그물을 휘감듯 끼면 물고기가 들어오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 며칠에 한 번씩은 그물에 달라붙은 ‘뚝’을 털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최근 들어 ‘뚝’이 너무 자주, 많이 낀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해수 온도가 계속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니 이렇게 날씨가 쌀쌀한 11월인데도 해수 온도는 따뜻하다고 하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어민들도 이 일을 언제까지 해 먹겠다며 푸념을 한다고 했다.
먼발치에서만 하던 지구에 대한 걱정을 이젠 가까이에서 하게 되었다는 슬픈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남편은 퇴근이 늦어졌다.
지난여름에는 자주 발생하는 태풍에 마음 졸이던 날이 많았고, 여름이 지나고 나면 좀 나을까 싶었는데 이젠 또 떨어지지 않는 해수 온도에 걱정이 는다.
인간이 먹고사는 데에 필요한 일만큼은 흔들림이 없었으면 하는 게 나의 욕심이라면 욕심일까.
농사를 지으며 사는 동생네 역시 태풍에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을 받아들이며 사는 삶은 어떤 삶인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올해가 제일 시원했던 여름으로 기억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걱정은 되지만 늘 막연했다.
이젠 정말 지구의 아픔으로 인해 생사를 걱정해야 하나 싶을 정도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
그걸 실천해 나가는 것이 어쩌면 나의 소명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