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찬바람이 살짝 불기 시작하면 내륙에 사는 가족, 지인들에게 연락이 온다. 과메기는 어느 집이 맛있냐고……
그럴 때마다 참 난감하다.
어느 집이 맛있는 지도 잘 모르거니와 그렇게 물어오는 가족들에게 돈을 받고 보내주기는 뭣해서 인터넷을 뒤져서 맛집을 찾아낸 뒤 보내주는데, 그건 도시에서 과메기를 구입하는 방법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추천받지만 어떤 글이 홍보글인지를 잘 골라내야 하고 막상 주문해서 보내드려도 다른 집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내가 먹어보질 않았으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듬해에 또 같은 연락을 받아도 여전히 나는 검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친정 엄마는 내게 “이제 생선 자주 먹겠네?”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며칠마다 먹었나 새어 본 적은 없지만 중요한 건 생선을 먹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어부에 대한 로망이라고 해야 하나?
잡은 고기 중 맛있는 걸 골라 먹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와는 다르다.
돈이 되는 고기와 안 되는 고기로 나누긴 해도 결국 모두 판매해야 하는 상품이기에 어획량이 엄청 많은 날에나 한 두 마리 회로 먹곤 한다.
심지어 어부인 남편은 회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우리 집 유일하게 회킬러인 나 먹으라고 어머님이 가끔 마련해 주시는 게 특식이 되는 것이다.
남편이 어부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었던 것에는
첫 번째로 물고기를 맨손으로 만질 줄 몰랐다는 사실,
그리고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두 번째였다.
그러나 유일하게 좋아하는 해산물이 갑각류였으니 그중 최고는 바로 꽃게.
어쩌다 한 두 마리가 같이 그물에 걸리는 날에는 남편의 직업 만족도가 높아지는 날인 것이다.
그럴 거면 대게 잡이 배를 탔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도 해본다.
그와는 다르게 나는 내륙 지방에 오래 살았지만 해산물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
오징어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생선회를 즐기는 편이다. 특히나 흰 살 생선을 좋아한다.
다른 해산물도 다 좋아하는데 개불, 멍게, 해삼, 성게 등 남편이 꺼려하는 것들도 정말 좋아하며 잘 먹는다.
특유의 향긋함이 입안에 퍼질 때의 그 감각을 좋아한다. 다이어트에도 좋고 미용에도 좋은 건 덤이다.
그런 걸 보면 어쩌면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어부의
아내가 될 운명이었나 싶기도 하다.
입동이 지나고 날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과메기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 계절이 우리에게는 방어 잡이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계절이다.
올 겨울도 무사히 만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