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이면 온 마을이 비상에 걸린다.
배를 단단히 묶어 놓는 것으로 어느 정도 대비는 하지만 바다 멀리 설치된 어장의 경우에는 배를 끌고 나갈 수가 없으니 대비할 방도가 없다.
공들여 작업해 둔 어장을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줄이 끊어지고 망가지고 하면서 고기를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바다 한 중간에 어장을 설치하는 정치망 어업은 그만큼 고정하는 일이 쉽지 않고 태풍이라도 오는 날이면 모두가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어장이 심하게 탈이 나게 되면 고정시키는 멍돌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멍돌은 시멘트 회사에서 제작해 오는데 한 개당 2톤 정도 된다고 했다.
이 멍돌을 바다로 옮겨 고정시키는 게 가장 고난도라고 남편은 말했다.
크레인으로 무거운 멍돌을 들어 올려 뱃머리에 두 개를 싣는다. 작은 배 같은 경우에는 무게 때문에 살짝 잠기기도 한다고 했다. 두 개씩 싣는 이유는 그래야만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싣고 간 멍돌을 바다에 투하할 때가 정말 위험하다.
바다 깊숙이 무거운 돌이 떨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하나를 떨어뜨릴 때 배가 한쪽으로 기울기에 하나가 떨어지는 정확한 타이밍에 나머지 돌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어장 멍돌 작업을 하던 지난여름에 남편은 정말 녹초가 되었었다. 그만큼 힘들고 작업도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그물에 걸린 고기만 잡아 올리는 게 어부의 일이라면 얼마나 간단할까.
크레인 달린 5톤 트럭도 필요하고, 위판장에 고기 싣고 갈 1톤 포터도 필요하고 배도 있어야 작업이 가능하니 건강한 신체만 있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다 싶다.
그만큼 관리해야 할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체력도 좋아야 하니 만능엔터테이너가 따로 없다.
변수가 늘 존재하는 일이라 가능한 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컨트롤할 수 없는 일들은 어쩔 수 없지만 그 밖에 것들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식당에 손님이 많이 올지 안 올진 알 수 없지만
깨끗하게 청소하고 음식 맛을 연구하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매일을 운에 기대야 하는 삶이다 싶었는데 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쉽게 온다고 믿기로 했다.
하루하루 할 일을 부지런히 해 나가는 남편을 보며 분명 언젠가 행운의 여신도 그를 찾아와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매일매일 만선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