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있는 곳에 위험이 있고, 위험 있는 곳에 이익이 있다. 위험 없는 곳에서 이익을 찾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일이지만 찾기 쉬울 리 없다. 그럼에도 공무원은 이 어려운 일을 간절히 찾는다. 찾기가 어려우면 만들어낸다.
사업이 시작되면 담당부서는 기획보고서를 쓴다.
기획보고서의 내용을 따라 가보면 부서별로 업무를 할당하고 할당된 업무를 종합하고 조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할당받은 부서의 보고서를 따라 가보면 또 다시 하위부서로 할당하거나 하위 기관에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할당받은 부서 역시 업무를 종합하고 정리할 뿐 생산하지는 않는 것이다. 도저히 나눠줄 부서를 찾지 못할 때에는 심의위원회나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의견을 취합한다. 큰 프로젝트는 연구용역과제를 이용하여 큰 덩이로 취합한다. 공무의 원점에 공무원이 없게 된다. 공무의 주춧돌은 튼튼한 것 같아보여도 구체적으로 업무를 따라 가보면 허름하기 쉽다.
취합하는 부서는 위험을 가져오지 않고 진척만 가져온다.
위험은 최상위 부서로 따라오지 않고 현장에, 말단에 남는다.
취합부서는 진척만을 조정·통제할 뿐이다. 조정·통제마저도 판단주체와 시기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취합에 취합을 더해 더 큰 취합을 만들어낸 담당 공무원은 이것을 다시 보고서로 만들어 낸다.
보고서를 상위 결정권자에게 들고 가 보고하며 성과를 쌓는다.
왜 그럴까.
공으로 쌓을 수 있는, 피부에 와 닿는 실익은 적고, 위험이 현실화 되었을 때 돌아오는 불이익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그것을 보며 수 십 년간 근무했기 때문이다.
적극행정, 적극행정 면책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결과가 극히 좋지 않거나 언론이나 여론이 아주 나빠지면 누구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이라는 것은 정년이라는 안전판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정년까지는 결코 도망갈 수 없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분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많은 공무원은 적극적으로 일하려 한다. 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무는 다시 취합의 취합이 될 것이다. 한 숟갈의 설탕으로 솜사탕을 만들어 내듯 공허한 공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