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사랑 크기

왕방울 머리핀

by 온이담


아빠는 내가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어린아이를 대하듯 애지중지, 애틋하게 나를 챙기기 시작했다.

가을 하늘 아래 낙엽이 수북한 길을 걸어갈 때면

“낙엽 밟으면 미끄러울 수 있으니까,

조심해서 걸어야 해.”


겨울 빙판길이 이어질 땐

“블랙아이스는 눈에도 잘 안 보이니까,

더 조심해야 해.”

사실, 아빠의 이런 애정 어린 마음은

내가 아주 어릴 적부터 이어져 왔다.



사진 속 나는 이제 막 엎드리기를 시작한 아기였다.

머리 위엔 가녀린 머리카락에 비해 지나치게

커 보이는 왕방울 머리핀이 올려져 있는데,

얼마나 큰 방울인지,

내 얼굴보다 그 머리핀에 먼저 눈길이 갈 정도다.



사진을 들여다보던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머리 방울핀이 왜 이렇게 커? 엄청 무거워 보여.”

엄마가 대답하길

"아빠가 딸한테 예쁜 머리핀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저렇게 큰 방울 핀을 사 온 거지. 아마 아기용 머리핀이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했을걸?!"

32살, 처음으로 딸아이의 아빠가 된 우리 아빠는

자신의 마음을, 자식에 대한 사랑을 그토록 큰 머리방울에 담은 거였다.

이제 막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나에게는 한없이 크기만 했던 머리 방울이

지금의 나에겐 한 없이 작고 귀엽게 느껴지지만,

방울의 크기는 여전히 변함없다.

단지, 내가 커버렸기에 그 마음의 크기를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을 뿐.

아기를 품어본 지금에서야 아빠의 그 큰 마음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 사랑의 크기를,

나는 언제쯤 온전히 헤아릴 수 있을까.



이전 05화지켜내야 하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