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라는 우주
서이라는 우주 / 레옹
나는 별에서 왔고
긴 시간 고향을 잊고 떠돌았다
꽃구경 나온 어린이집 서이가
말없이 내게 다가와
한 줄의 질문을 던진다
“할아부지, 어디서 왔어요?”
나는 웃으며
"B-612라는 작은 별에서 왔단다"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나는 알았다
말보다 깊은 침묵을 가진 별
꽃보다 먼저 피어난 마음
그 작은 몸에
나보다 더 큰
우주 하나가 숨어 있다
나는 별을 건너
너를 만나러 왔나 보다
아이의 맑은 눈엔
우주 전체가 담겨 있다
오늘은 아파트 단지 내 관리동에 입주한 어린이집 누수공사를 다녀왔어요
정말 오랜만에 마주하는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 덩어리 그 자체지요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 선생님이 아이들 몇 명과 함께 아파트 화단과 정원에 피어난 꽃구경을 나오더군요
이제는 아이들이 내 눈에 쏙~ 들어옵니다
꽃이 보이기 시작한 것처럼요 ㅎㅎ
아이들은 좋아하는 사람과 손잡기를 갈망했고 서이라는 아이가 왼손으로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고 서이의 손을 잡고 싶은 한 아이는 내게 와서 자기도 서이의 손을 잡고 싶은데 다른 친구가 먼저 잡고 있어서 서운한 모양입니다
내게 도움을 청합니다
"나도 손 잡고 싶어요"
그래서 레옹이 그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서이의 오른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서이는 인기가 많은가 봅니다
그때였어요
양손에 아이들 손을 잡은 서이가 내게
"할아부지 어디서 왔어요?"
기습 질문을 합니다
할아부지 소리에 잠시 멍해져 있던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응~ B612라는 작은 별에서 왔지요"라며
나름 기습적인 답변을 했답니다
순간 아이의 그 검은 눈동자가 확장되더군요
순간 저는 우주에 홀딱 빠졌지 뭐예요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조그만 아이의 깊은 내면을 보았답니다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