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중. 고등학교가 함께 붙어 있었는데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중학교 교정이 나타나고 오른편엔 3층짜리 중학교 건물이 개울을 끼고 위치한다 그리고 정면엔 교무실을 비롯한 음악실, 미술실, 독서실, 과학실, 체육실 등이 자리한 3층 건물이 있었고 그 당시 보기 드문 실내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고 창호는 하얀 하이섀시 이중창이었다(80년대 중반 리모델링함)
그렇게 중학교 시설을 지나면 운동장이 나오고 운동장 건너편에 3층짜리 고등학교 건물이 위치했는데 규모로는 중학교의 절반정도였지만 야외 풀장이 있던 좀 특이한 시골 학교였다 (그 야외풀장은 나중에 테니스장으로 바뀌긴 한다)
그 시절엔 맞춤바지가 유행이었는데 바지의 펄럭이는 통이 넓을수록 일진 또는 양아치라고 보는 게 정석이었다
바람이 부는 날 통바지를 입은 무리가 걷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몸빼(시골 아낙의 일바지) 입은 시골 아낙들이 춤바람 난 듯 몰려다니는 모습 같다며 웃던 기억이 난다 (나중엔 각자 신체에 맞게끔 바지통이 조절되면서 보기에 어색함이 좀 줄어들긴 함 ㅋㅋ)
나 역시 옅은 하늘색 계열의 스트라이프 줄무늬 스타일, 검정 무지 스타일의 기지바지(남성정장 원단)와 하얀색 면티에 청재킷을 주로 입었는데 신발은 운동화보단 구두일 때가 많았다 (공포의 외인구단 스타일)
두발자율화와 교복자율화 1세대였기에 중학교 1학년때 타의적 까까머리를 제외하곤 드라이 파마나 짧은 머리라도 꼭 염색을 하고 좀 독특한 스타일을 고집했었던 시절이었으나 나중엔 헤어스타일 관리도 귀찮아져서 영화 '코만도'의 주인공 아널드 스왈츠네거의 짧은 헤어스타일을 가장 오랫동안 유지했던 기억이 있다 (머리에 월라폼은 필수였음)
고등학교 등교시간은 참 재밌는 시간이었는데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 살던 나는 늘 수업시간 10분 전에 등교를 하곤 했는데 고등학교 직접선배는 숫자도 줄었거니와(타 고등학교 진학 또는 자퇴) 그들은 늘 지각을 밥 먹듯 했기에 등교시간에 마주칠 일이 별로 없기도 했다
"선배한테 인사 안 하냐?"는 3학년 선도부를 본체만체 지나쳐 정문을 들어선다
그때부터 약 70m의 등교워킹이 시작된다
우측 중학교 교실창가에 수많은 얼굴들이 나타나고 금세 학교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원숭이'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함)
1층 3학년 교실 창가에 새까 많게 내민 저 얼굴들(짓궂은 미어캣들이다) 중에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친동생의 여자 친구 '얼숙이'가 양팔을 흔들며 "오빠~"를 외쳐대면 어김없이 주위에 수많은 미어캣들이 덩달아 "오빠~ 건터오빠~"를 외친다 (오글거리지만 내 인생의 리즈 시절이었다)
2층 2학년 교실 창가에도 어린 미어캣들이 새까만 고개를 내밀고 환호성을 질러댄다 (간간히 사내 녀석들이 보인다 난 어김없이 그 녀석들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고 그 녀석들의 까만 머리가 순식간에 모두 사라진다)
3층 1학년 교실
창가에 낯선 신입 미어캣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에 유독 커 보이는 미어캣, 아니 아기공룡?
갈빗집 딸!
아기공룡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내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지난겨울처럼 뛸 수는 없었다
왜냐고?
난 신문배달 소년이 아니라 00 고등학교 '건터'(건드리면 터져)였으니까
'아기공룡 너 여중생이 되었구나!'
그날 이후 아기공룡에 대한 정보수집에 착수했다(중학교 후배에게 뒷조사를 시킴)
이름, 주소, 생년월일, 전화번호, 부모님 성함, 직업, 가족관계 등등...
그리고 알고 보니 아기공룡은 중학교 패거리 친구의 사촌 동생이었는데 이 친구는 중학교땐 절친이 아니었고 고등학교는 타 지역으로 진학해서 자주 만날 수 없었지만 성인이 된 후엔 가장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됐는데 지금은 이 세상에 없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내 곁을 떠나갔다)
일단 아기공룡에게 내 맘을 표현하는 건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여중생이 되었으니 적응할 시간도 필요할 테고 하니깐...
대신에 누구든 아기공룡을 괴롭히거나 울리지 못하도록 손을 써두긴 했다 (중1 황 00은 '건터'가 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중1 황 00은 아기공룡 '둘리'라 애칭 하겠다
(참고로 내 E-mail은 doolly000이다)
'둘리야~ 너 쫌 이쁘구나'
PS : 중3 날라리 여자 후배 중 날 좋아하던 녀석이 있었는데
내 스타일이 아니라 계속된 프로포즈에 거절의사를 밝혀왔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날라리가 '둘리'를 괴롭혔단 소식을 듣고 우리 학년 여자 날라리 짱(얜 나랑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찐 우정을 나눈 사이)에게 후배 계집아이들 교육을 부탁했었다
한동안 괴롭힘이 없다가 또다시 '둘리'를 울렸단 소식을 듣게 되고, 요 날라리들이 내 친구집(제2아지트)에서 낮술 먹다 내게 딱 걸렸는데 요 날라리가 내게 다짜고짜
"건터 오빠 할 말이 있어요"
"말해~"
"내 부탁 한 번만 들어주면 그 계집애 다신 안 울릴게요"
"뭔데?"
"한 번만 안아주세요"
"..."
어느새 내 품에 안기는 날라리...
'아~~ 술 냄새!'
'둘리'의 학창 시절은 무사 탄탄대로에 놓이게 된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