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웃기면 너무 좋아.

소소하지만 기억하고픈 딸과의 수다(9)

by 정감있는 그녀


엄마: 학교종이에 올라온 역할극 영상 봤는데, 딸 장난 아니던데!

딸: 친구들이 우리 모둠 거 재밌다고 했어.

엄마: 재밌게 봤겠더라. 딸 오버 액션 때문에.

딸: 친구들을 웃기면 너무 좋아. 내가 연기 잘한다고 주인공 맡은 거야.




얼마 전에 모둠별로 발표가 있다며 역할극 대본을 열심히 쓰더군요. 대본도 쓰고, 준비물도 챙기는 등 역할극에 진심인 딸입니다.

며칠 뒤, 딸 모둠이 한 역할극이 학교종이 앱에 올라왔습니다.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하는 공부였는데, 딸 모둠은 역할극으로 했습니다. 영상을 보니 와...!!!! 딸이 열연을 펼쳤더군요.


남자 목소리를 내면서, 직접 만든 소품으로 우걱우걱 불고기를 먹는 장면이었는데 우리 딸 맞나 싶었어요.


딸이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열심히 연기하는 딸 모습이 웃기면서도 멋져 보였습니다. 조금 오버한 것 같긴 했지만, 저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학교에서 역할극을 할 때면 아이들은 책 읽듯이 말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실감 나게 연기하는 친구가 있으면 확실히 재미있고, 아이들도 몰입해서 봅니다. 그런 친구가 있는 모둠은 역할극을 준비할 때도 재미있게 활동해요. 친구의 연기에 아이디어가 생기고, 다른 친구들도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평소보다 더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친구들을 웃기면 좋다는 딸입니다. 친구들이 웃으면 자기가 망가져도 괜찮다는 거겠죠.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일의 매력을 벌써 압니다. 그리고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젊을 때는 잘 몰랐는데, 웃음이 잘 통한다는 게 관계에서 아주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남편과 저는 합리적으로 대화하는 편으로, 웃음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제가 웃기려고 말해도 남편의 반응이 쏘쏘일 때가 많아요. 저 또한 남편의 웃음 코드를 잘 모르겠고요. 진지한 남편과 살면서 저도 꽤 진지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들과는 웃음 코드가 통합니다. 별거 아닌 거 보고 둘이서 박장대소하거든요. 아들과는 놀아주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놀 때가 많습니다. 코드가 맞으니까요. 웃음 코드가 통하는 아들과 나이가 들어서도 잘 맞겠구나 하는 근거 없는 믿음이 생깁니다.


같은 포인트를 보고 함께 웃음이 나고, 나의 웃음 코드를 알고 웃겨 주는 사람이 있다면 지친 일상도 조금은 살만하지 않을까요. 다른 부분은 이해하며 내려놓고 살 수 있는데, 남편과 웃음 코드가 맞았으면 하는 욕심은 내려놓지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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