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부터 3학년까지 집공부를 했던 과정을 글로 남기는 일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뭐가 더 중요한지, 시간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루 일과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했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좌충우돌이었던 그 시간 속에서 배운 것들이 아이와 내 안에 쌓였음을알 수 있었다.
3학년 2학기가 되니 집공부는 안정기에 들어섰다. 하루에 해야 하는 분량이 정해졌고, 꾸준히 실천한 날들이 모여 아이의 루틴이 되었다. 집공부의 성패는 매일 꾸준히 실천했느냐에 달려 있다.
계획도 중요하지만 결국 실천이다.
실천을 하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안 해도 될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면 공부는 점점 힘들어진다. 그냥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단계가 되도록 꾸준히 옆에서 지켜봐 주고 다독거려야 한다.
처음부터 무리한 양으로 하면 안 된다. 해 볼만한 양으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양으로 시작하면 좋다. 피곤하다고 여행 간다고 집공부가 자주 빠지면 꼭 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 생각한다. 아이는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서 안 하려고 한다. 그 빈틈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게 부모 몫이다.
공부는 매일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엄마, 아빠가 직장 가서 일하듯이 너희도 학교 가서 공부하는 거라고.
이렇게 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결국 실력으로 이어질 거라고.
아이가 해야 하는 일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그 당연함이 받아들여지게 되는 순간, 부모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신의 일을 루틴처럼 해낸다.
그렇게 되기까지 약 3년 정도 걸렸다. 3학년 끝자락인 지금은 아이의 집공부 하루 루틴이 잡혔다. 해야 할 집공부 분량을 자신의 하루에 분산시켜 공부하고 매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저녁에 친구네로 밥 먹으러 간다면 약속 시간 전에 공부를 최대한 하고 간다.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한다.
그런 누나를 보며 둘째도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놀아야 함을 배운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놀잇감 가득이었던 거실은 책상이 있는 모습으로 변했다. 아이의 성장에 맞춰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집공부를 하고, 어릴 때처럼 몸놀이가 아닌 만들고 쓰고 그리는 등 창작활동을 하며 자유 시간을 보낸다.
이제 4학년이 될 첫째 아이를 바라보며, 점점 내 손을 떠나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나와 의논은 하겠지만 아이가 결정하는 것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