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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통제 그 사이에서

1년을 되돌아보는 교단일기 2화

by 정감있는 그녀




15년 만에 만난 3학년 아이들은 내 생각보다 어렸다.

15년 전에도 이랬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학년에서 갓 올라온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 복도와 교실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친구 엉덩이에 발차기를 하고, 고양이 놀이라며 교실을 기어 다니고 누워있기도 했다. 친구 얼굴을 때리는 시늉을 하고, 실수로 치면 도망가고 쫓아다니느라 교실이 소란스러워졌다. 고양이 놀이, 킥복싱 놀이, 잡기 놀이 등 과격한 몸놀이가 대부분이었다.


수업 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노느라 늦게 들어왔다. 다른 반 친구들과 다툼이 생겨 복도에서 싸우는 아이도 있었다. 규칙을 잘 지키고 조용하거나 소심한 친구들은 활발하고 과격한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했다.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하는 게 맞으나 여러 명이 같이 생활하는 교실에서는 아니다. 장소와 상황에 맞게 아이들의 행동을 가라앉혀야 했다.


장난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재밌어야 하지만, 보는 사람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쉬는 시간의 놀이와 장난에 대해서 3월 내내 지도했다. 위험한 행동이나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놀이는 제재했다.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친구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균형점을 찾기 위해 애썼다.


너무 과한 통제도 안되지만, 너무 과한 자유도 좋지 않다. 자유와 통제 사이에서 나름의 기준을 세워 학급을 운영하려 노력했다.





그중 우리 반 여학생 A는 정말 활발한 친구다. 재치 있고 재밌는 성격으로 톡톡 튀는 '아이셔' 같았다. 쉬는 시간에 몸놀이를 즐겨 했는데 그 중 고양이 흉내 놀이를 좋아했다. 크르릉 소리를 내며 좁은 통로 사이를 기어 다니고, 친구들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면서 놀았다. 고양이 흉내 내는 모습까지는 이해했지만, 남학생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건 보기에 좋지 않았다. 몇 명의 학생들도 A 학생이 기어 다니니까 다니기 불편하다고 교사에게 이야기했다.


"A야, 친구들이 기어 다니니까 불편하다고 하네. 친구들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는 것도 보기 좋지 않고. 고양이 놀이 말고 다른 놀이하면서 놀자."

"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교실은 25명의 학생들이 같이 생활하는 공동의 공간이다. 한 아이의 놀이를 위해 다른 친구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참아야 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과 지내기 위해서 나의 욕구와 자유를 조금은 포기할 줄 아는 게 A에게도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뒤, 학부모 상담기간.


A 학생 학부모님과 상담을 했다. 사실 평소 A의 말이나 행동을 보면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자유로움을 많이 주는 것 같았다. 상담을 하니 A 부모님의 교육관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아이가 자유롭게 놀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통제형 교사신 것 같더라고요. 쉬는 시간 놀이까지 통제하시는 걸 보니까요."


"통제형이요? 아...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어머니. A의 놀이가 친구들이 다니기에 불편하고 피해를 주는데요. 아이들이 넘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 사고는 잘 안 일어나잖아요."


"네? "(매우 당황스러웠다.)


물론 그 뒤로 나의 교육관이나 교실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미 나는 학부모님에게 통제형 교사였고, 학부모님은 자기 아이를 짠하게 생각했다. 나라는 교사를 만나서 쉬는 시간의 자유를 빼앗겼다고 생각하셨으니.





다음 날에도 통제형 교사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통제를 안 하는 학급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자유는 좋은 것이고, 통제는 나쁜 것일까?

쉬는 시간의 놀이까지 통제하는 건 잘못된 걸까?

다른 아이들의 불편함은?

3학년인데 남학생 가랑이 사이를 지나가는 걸 놔두는 게 맞는 걸까?


피드백을 받고 되돌아봤지만, 다시 생각해도 내 지도가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또한 내 고집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상담기간... 복잡한 머릿속을 뒤로 두고 다른 여학생 P 학부모님과 상담 전화를 했다.


"선생님, 저희 P가 우리 반은 정말 좋다고. 선생님도 너무 좋다고 이야기해요.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과격하게 장난치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대요."


조용하고 내성적인 P학생은 안정적인 교실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학교 생활하기에 마음이 편하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했나 보다. 그 외에도 플래너를 쓰면서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려고 노력한다며 내 학급 운영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하셨다.


나의 학급 스타일과 생활 지도를 A 학부모님은 통제라고 느꼈다. 반면 P 학부모님은 질서라고 느꼈다.

나는 누군가에게는 통제형 교사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교사일 수도 있다.


자유와 통제 그 사이에서 25명의 아이들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같은 지도도 다르게 받아들이기에.

부모님들의 교육관에 따라 다르게 바라보시기에.

그래서 교육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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