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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3학년 아이들을 만나다.

1년을 되돌아보는 교단일기 1화

by 정감있는 그녀




선생님들 사이에서 대부분 선호하는 학년은 3~4학년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서 말도 잘 알아듣고, 고학년처럼 학교폭력 문제가 잘 일어나지 않아 생활 지도가 편하다. 교육과정이 어렵지 않아서 수업하기에도 좋다.


작년에 나는 1학년 담임이었다. 같은 말을 하고 또 해야 했던 하루 일상에, 내가 교육을 하는 건지 보육을 하는 건지 모르겠던 1년을 보낸 후, 나는 몹시 지쳐버렸다.


1학년은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고, 선생님을 좋아하고 따르는 귀여운 아이들이라 교사로서 기쁨과 보람을 많이 느낀다. 1학년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하고 있지만, 뭔가 보육과 교육이 섞인 그 애매함에서 나는 아쉬움과 부족함을 느꼈다. 세세한 부분까지 원하는 학부모님의 관심과 요구도 나를 지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인기 학년이라 떨어질까 고민했지만 소신대로 3학년을 희망했다. 마지막 자리를 꿰찬 건지 운 좋게도 3학년 담임을 할 수 있었다.


가만있어보자.

내가 3학년을 언제 했더라?

2009년도에 하고 안 했네.


15년 만에 만나게 되는 3학년 아이들이다. 3학년은 통합교과로 공부하던 저학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학년이다. 책임교육학년으로 선정될 만큼 3학년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저학년이 학교에 적응하는 기간이라면 3학년부터는 학생다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시기다.


2024년 1년 동안 우리 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무엇을 길러주고 무엇을 도와줄까?

학급 운영 목표와 실천 방법을 고민했다.

마침 우리 딸도 3학년이라 딸이 길러지면 좋을 것을 떠올리며 생각의 물꼬를 텄다.



자기주도학습



가장 먼저 자기주도학습이 떠올랐다. 딸도 우리 반 아이들도 자신이 스스로 주도하는 학습을 면 좋겠다.

자기주도학습을 하기 위해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

무엇을 꾸준히 지도해야 할까?

나만의 학급 경영을 고민하는 시간은 은근한 설렘과 긴장을 준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했다.


'3학년 아이들인데 공책정리를 할 수 있을까?'

'플래너 쓰기를 습관화하면 좋을 것 같은데...'

'글쓰기 활동도 꼭 해야지.'

'공부도 중요하지만 체력도 중요하잖아. 동아리는 줄넘기로 하자.'

'3학년 수준에 맞춰 직업활동도 다시 짜야겠다. 통장도 만들고.'

'고학년 아이들처럼은 아니더라도 스스로 굴러가는 학급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고민과 생각 속에서 3가지를 목표로 1년을 꾸려가기로 결정했다.

독서와 글쓰기는 세트다. 독서도 권장하지만, 다양한 글쓰기로 아이들의 생각 주머니를 크게 만들어 주고 싶다. 가장 먼저 떠오른 자기주도학습을 위해 플래너 작성과 노트 정리를 꾸준히 지도할 것이다. 건강도 놓칠 수 없다. 우리 반만의 줄넘기 급수제를 만들어 다양한 스텝을 가르치고, 긴 줄넘기, 짝줄넘기 등 아이들이 재미있게 줄넘기를 넘었으면 좋겠다.


새 학기 첫날, 시간표 및 학습 준비물과 더불어 우리 반 학급 운영에 대해 학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안내를 했다. 3가지 목표와 함께 직업활동과 통장제도에 대해서도 알렸다. 3학년의 중요성과 아이들을 믿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라는 편지도 함께.


이렇게 3학년 빛솔반 학급이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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