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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담선생님의 러브콜

1년을 되돌아보는 교단일기 4화

by 정감있는 그녀 Dec 29. 2024


3월에는 학급 분위기를 안정시키는데 에너지를 쏟는다. 보통 생활 지도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수업 분위기를 잘 잡아놓아야 학급이 안정된다.



학교 생활의 가장 기본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게 시간 지키기다. 학기 초, 쉬는 시간에 노느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가는 친구들이 많았다. 수업 시작 시간을 칠판에 게시해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 개념이 부족했다.


그래서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하고, 수업 시작 전에 앉아 미리 교과서를 펼 수 있도록 꾸준히 지도했다. 가능하면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수업 시간에는 이유 없이 교실을 돌아다니지 않도록 다.


수업 시간에 자유롭게 움직이는 순간, 분위기는 흐트러지기 쉽다. 사물함을 왔다 갔다 하고, 멀리 떨어진 친구에게 학용품을 빌리러 가는 등 부산스러운 움직임은 수업하는 교사에게도 집중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지 않다. 급하게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물건을 가지러 사물함을 가야 하는 경우 수신호를 정해서 조용히 다녀오도록 아이들과 연습했다. 



두 번째로 가르친 것은 정리정돈이다. 아침에 오면 주간학습안내장을 보고 그날 시간표를 책상 서랍에 정리하도록 했다. 오늘 공부할 주제를 미리 살펴보고 그날 배울 교과서를 챙겨두면, 쉬는 시간에 놀다가 급하게 자리에 앉아도 책상 서랍에서 교과서를 꺼내 공부할 수 있다. 수업 시작 사물함에 다녀오는 등 산만한 시간이 줄어들어 수업 시간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어서 좋다.

 

책상 위에 공부와 관련 없는 물건이 올라오면 아이들의 집중력은 금방 뺏기고 만다. 아이들은 작은 인형, 키링, 손난로 등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다 수업 흐름을 놓치기 일쑤였다. 어지럽혀진 책상 위에서 공부가 될 리 없다. 책상 위에 공부와 관련 없는 물건이 나오지 않도록 수업 시작 전에 교사가 돌아다니며 살펴봤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교정해줘야 했지만 꾸준히 지도했더니 "수업 준비 됐나요?"라는 말 한마디에 척척 정리한다.



수업 시간에는 참여를 강조한다. 참여에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다. 이 3가지는 듣기, 말하기, 협력이다. 잘 듣고, 적극적으로 말하고, 이해하고 협력하라고 꾸준히 지도한다. 참여 방법을 칠판에 1년 내내 붙여두고 수시로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참여해야지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참여를 잘하는 경우 칭찬의 말과 더불어 모둠 보상이나 개인 보상까지 팍팍 다.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면 고맙다고 인사해 주고 동의표시를 잘해도 엄지 척을 해준다. 모둠활동을 협력적으로 잘하면 교사가 모둠 보상으로 기를 세워준다. 아이들은 칭찬받은 모둠을 벤치마킹해서 더 의욕적이고 질서 있게 모둠 활동을 다.





우리 반은 수업 시간에 루틴이 있다. 먼저 복습을 한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간다. 이 때도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친구들에게 칭찬을 해주고, 모둠 보너스를 준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친구들이 늘어갈수록 수업은 더 활기차고 원활하게 진행된다.


복습을 한 다음에는 이번 시간에 배울 공부를 한다. 수업을 하다 보면 교사가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듣고 있을 때가 많다. 적고 발표하고 교사가 정리하는 식의 공부를 하면 소극적인 친구는 가만히 앉아서 듣고만 있게 된다. 그래서 꼭 말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자신의 생각을 짝에게 말해보는 시간, 모둠 친구들과 공유하는 시간, 활동을 일찍 끝낸 친구끼리 만나서 이번 시간에 배운 내용을 말해보는 시간 등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수업 시간에 글을 읽을 때도 속으로 읽지 않는다. 쫑알 읽기라고 해서 소리 내어 읽기를 하고, 짝과 번갈아 읽기, 모둠별로 돌아가면서 읽기 등 다양한 읽기 방법을 쓴다. 모둠활동도 자주 한다. 처음에는 삐걱대고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았는데, 학기 말인 지금은 다양한 프로젝트 발표 활동에 즐겁게 활동한다. 역할극 연습, 움직임 표현 연습, 컵타 연습, 수학 자료 수집 회의 등 모둠 활동이 전보다 매끄럽게 진행된다.



수업 시간 태도가 바르게 변하면, 아이들은 배움에 진지한 자세가 된다. 배움에 진지하게 임할수록 아이는 훨씬 더 잘 성장한다. 좀 더 의젓해지고, 조절 능력이나 책임감도 향상된다. 아이의 마음 성장은 전반적인 학교 생활 태도로 이어진다. 친구들 간의 갈등이 줄어들고, 쉬는 시간에 질서 있는 반이 된다.





"선생님, 이번에 공개수업 빛솔반 데리고 해도 될까요?"


우리 반에 들어오시는 영어, 체육 교담 선생님 두 분 모두 우리 반과 수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교담 선생님의 러브콜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 반과 합이 잘 맞는 걸 수도 있지만, 수업 시간 태도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어찌 됐든 우리 반을 데리고 공개수업을 하고 싶다는 말씀이 담임으로서는 참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 반 생존 수영 일정으로 인해 영어 선생님께서는 다른 반과 수업하셨지만, 체육 선생님께서는 우리 반을 데리고 공개수업을 하셨다. 학기 말인 지금도 아이들은 수업에 열심히다. 끝나가는 시점이라 흐트러질 만도 한데, 수업 시간도 잘 지키고, 어떤 활동을 해도 재밌게 참여한다.


교사가 아무리 열정적으로 가르쳐도 결국 배우는 것은 아이들 몫이다.

잘 따라와 줘서 잘 배워줘서 참 고맙다.

고마워. 빛솔반!


(마지막화 같지만 마지막화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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