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하다 보면 상식이 풍부하고,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만난다. 이런 친구들은 글쓰기도 즐겁게 한다. 쓸 게 없다고 인상 찌푸리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왜 쓸 게 없지?'라는 이해되지 않는 표정으로 술술술 몇 줄이고 자기 생각을 펼쳐나간다.
교직에서 경력이 쌓일수록 점점 더 중요해지고 필수라고 생각해지는 교육이 있다.
바로 독서와 글쓰기다.
신규교사 시절에는 몰랐다. 그냥 옆 반이 하니까 우리 반도 따라서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독서를 많이 하는 친구들의 위력을 보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의 대부분이 글쓰기라는 걸깨달았다.
공부를 잘하는 편인데도 글쓰기를 꺼려하는 아이들도있다. 그런 친구들은 단순 계산 문제는 잘 풀지만 문장제나 서술형 문제는 어려워했다. 정해진 활동은 잘하지만 창의성이 요구되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활동에서는 자신감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독서와 글쓰기는 세트다. 독서를 통해 사유하고 그것을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 보는 글쓰기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 내 말로 표현할 줄 알아야 진정 내 것이 되는 거니까. 중요성을 느끼고 난 후부터는 어떤 학년을 맡아도 독서와글쓰기는 꼭 지도한다. 학년 수준에 맞게 조금씩 바꿔서 말이다.
1학년 담임일 때는 그림책을 자주 읽어줬다.아직 한글이 미숙하고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는 마음을갖는 게중요하기에 어른이 많이 읽어주는 게 좋다. 한글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되는 2학기에는 읽기 유창성이 좋아지도록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꾸준히가르쳤다.
집에서 소리 내어 읽기를 연습한 후 친구들 앞에서 읽어주는 활동을 하기도했다. 인상 깊은 장면이 담긴 페이지를 집중 연습해서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읽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소개한 그림책은 다른 친구들이 읽어볼 수 있도록 학급에 게시했다.
친구가 가져온 책을 먼저 읽으려고 쟁탈전이 생기기도 하고, 붙어 앉아 같이 책을 읽기도 했다. 책이 재밌다고 이야기해 주면 소개해준 친구 얼굴에 뿌듯함이 가득 찼다. 다양한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독서 폭이 점점 넓어졌다.
글쓰기는 책을 따라 쓰는 간단한 필사를 시작으로 자기 생각과 느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단계까지 지도했다. 1학년의 끝자락인 12월에는 <가방 들어주는 아이>로 슬로리딩 활동을 했다. 한 챕터 정도의 양을짝과 번갈아 읽고,활동지로 다양한 독후 활동을 이어갔다. 질문에 답을 써 보고, 그림도 그리고,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도 해 보면서 책을 더 깊이 있게 읽는시간을 가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했다.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글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3학년이 된 소감을 시작으로 교과 내용과 연관 지어 글을썼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명에 관한 글, 우리 가족의 갈등 상황과 해결 방법 등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글쓰기를 통해 심화시켰다. 독서감상문이나 오레오 글쓰기 등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알려줬다. 아이들의 글짓기장에 차곡차곡 글이 쌓였다.
한쪽에 약 200자. 학기 초에는 한쪽을 겨우 썼었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교사가 마중문구를 알려줘야 썼던 아이들이었다. 하지만학기 말인 요즘은 3~4쪽은 거뜬히 쓴다. 즉 800자 가까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반 아이들은 글쓰기를 겁내지 않는다. 1년 동안 꾸준히 쌓아놓은 글쓰기 내공이 있으니까.
올해는 한 권의 책을 만나 새로운 글쓰기 교육을 시도했다. 김진수 선생님의 <초등 집중력을 키우는 동시 쓰기의 힘>을 읽고 나서 우리 반은 동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시 한 스푼>.
시가 주는 따뜻함과 감미로움을 <시 한 스푼>이라는 활동명에 담았다. 글쓰기 교육에 동시라는 분야가 새롭게 들어왔다.
국어 시간뿐만 아니라 창체 시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동시 쓰기를 했다. 이야기를 읽고 감각적 표현을 담아 시로 쓰고, 도덕 시간에 배운 가치가 담긴 시를 쓰기도 했다. 책을 읽고 소감문을 동시로 쓰고, 공부, 방학, 지구 등 다양한 주제로 시를 썼다.
시는 참 재미있는 분야다.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친구들도 시 쓰는 것을 좋아했다. 나 또한 재미있는 표현과 창의적인 생각이 담긴 아이들의 창작시를 읽는 즐거움이 컸다.
우리 반 글쓰기 활동은 보다 더 풍성해졌다. 새로운 활동은 교사에게도 활력과 재미를 주었다.
<퓨처티처>에 나온 따빛샘 안나진 선생님의 글귀가 떠오른다.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일 년에 딱 한 가지만 새로워지자. 딱 하나만!"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 작년과 비슷한 활동으로 학급을운영한다. 즉 내 교육 스타일이 굳어지는 것이다. 그게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지루함과 권태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나는 올해 <시 한 스푼> 활동을 새롭게 추가했다. 새로운 활동은 아이들에게만 좋은 게 아니었다. 나에게도 가르침의 열정이 생기고, 또 무엇을 해볼까 생각하고 도전하게 만들었다.
내년에 만나는 아이들과는 어떤 새로운 활동을 하게 될까?
일 년에 딱 한 가지만 새롭게해 보자. 그 활동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의외의 면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