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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신청서는 미리 제출해 주세요.

1년을 되돌아보는 교단일기 7화

by 정감있는 그녀 Jan 19. 2025





학교에는 교외체험학습이라는 출석인정 결석이 있다. 교육상 필요하다고 여길 경우, 학교장이 허가하여 수업으로 인정되는 체험학습을 말한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연간 14일 이내로 사용할 수 있으며, 미리 신청을 해서 다녀오고 보고서까지 제출해야 출석으로 인정된다.



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리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담임교사들이 미리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는 학부모님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교외체험학습 이용 절차는 다음과 같다. 최소한 하루 전날 교사에게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며, 학교장 심사 후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문자로 승인 통보를 한다. 그리고 다녀와서는 사진자료를 첨부하고 체험학습을 한 구체적인 내용을 학생의 자필로 적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몇몇 학부모님께서는 이 절차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긴다.

당일에 여행 통보를 한다던지, 부모님이 적어서 보고서를 제출한다던지, 사진 자료도 없고 내용도 별로 없이 가족과 여행 다녀옴 이렇게 적어서만 낸다던지.

교사가 교외체험학습 관련 업무를 할 때면 겪는 일이다.



학교를 안 나오면 결석, 나오면 출석.

이렇게 간단한 원칙으로 출석처리를 하면 좋은데 부모와의 여행이나 체험을 통해서 배움이 일어날 수 있기에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다. 좋은 취지였으나 교사에게는 민원을 받기도 하고, 서류 처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교외체험학습으로 문제가 많다 보니 선생님들도 학기 초에 자세하게 안내하고, 학기 중에도 여러 번 알림장이나 학급 SNS를 통해 알린다.


하루 전에는 신청해 주십시오.
사진 자료를 첨부하고, 꼭 보고서는 학생 자필로 자세하게 써 주세요.



여행을 가기 전에 신청서는 제출하나 보고서는 한 달이 넘도록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다하다. 재촉을 해도 자꾸 늦어면 서류 처리해야 하는 교사 입장에서는 개운하지 못한 찝찝함이 계속 들고, 교사도 깜빡  놓치게 되면 여행 두 달이 넘도록 보고서를 제출하지 도 한다.






올해도 역시나 교외체험학습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


"안녕하세요 금일 K가 결석입니다.

주말 동안 정해진 일정이라 미리 신청서를 못 드렸어요.

보고서랑 함께 내일 꼭 보낼게요."



월요일 아침에 이렇게 K학부모님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당연히 일관적인 원칙으로 안된다고 말씀드렸고 조심히 다녀오라고 메시지를 드렸다.



"미리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지금껏 불가피하게 미리 제출 못한 경우 사후처리가 되었는데요."



그렇다. 이 어머니께서는 불가피한 경우라고 하지만 급하게 정해진 여행으로 인해 1, 2학년 때도 이렇게 신청서를 늦게 제출하셨던 것이다. 규정이 하루 전에 제출이고, 정말 불가피하다면 신청서를 써서 사진으로라도 찍어서 보내주시라고 답을 드렸다.



"언제는 되고 안되고, 누구는 되고 안되고 하는데 문의해 봐야겠네요.

알겠습니다."



언제는 되고 안되고가 아니라 누구는 되고 안되고가 아니라 원래 되지 않았던 것인데 담임 선생님들께서 그냥 넘어가주셨던 거였다. 원칙에 어긋난데도 그냥 처리하셨던 것이다.



사실 교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로 입장차이가 있어 손발이 맞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동생 반 담임선생님은 안 된다고 원칙대로 했는데, 누나 반 담임선생님은 된다고 했다던지. 그러면 학부모님들 입장에서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원칙대로만 하면 되는 건데, 이해하고 허용했더니 오히려 혼란스러움만 주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더 강하게 원칙대로 하자.라고 학기 초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거기에 맞춰 나도 일관성 있게 안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교무실에 문의해 보겠다고 하시는 거다. 교무실에 문의해도 똑같은 답변을 들을 건데 말이다.



"학교 측에 안내받은 사항을 말씀드린 것으로 교무실에 문의하셔도 같은 답변을 들으실 겁니다. 제가 안내를 했음에도 또 문의하신다고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전에 그런 일들이 허용된 적이 있어 어머니 입장에서 의아하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원래 규정이 그러했으나 지키지 않는 학부모님이 많아 더 강화가 된 점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



K학부모님께 긴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고, 학부모님은 답이 없으셨다.



다음날 K학부모님과 교외체험학습 문제로 통화를 했다. 어머님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고, 급작스럽게 정해지는 여행도 있기에 하루 전날이라도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학부모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다.



"저도 이런 일로 연락드리고 이러는 거 좋지 않아요. 우리 아이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네? 어머님과 제가 이런 일이 있다고 왜 K에게 피해가 가죠?"

"아니,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요. "

"학부모님께 민원을 받았다고 아이를 차별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우리 교사들 그렇지 않습니다. 어머니."



민원까지야 이해를 하겠는데, 이런 걸로 자기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된다는 말은 교사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단순한 우려일 수도 있지만 그걸 교사에게 말하는 의도는 뭘까?



"선생님, 엄마들 다 그렇게 생각해요."

"어머니,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고 다 말로 하지는 않으세요. 교사를 그렇게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선생님들은 아이들 다 공정하게 가르치려고 노력합니다."



과거 선생님에 대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예전에는 촌지 등 학부모님의 태도에 따라 아이를 차별하는 교사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선생님들, 최소한 나와 내 주변 선생님들 중에서는 그런 분들은 없다.



민원은 민원대로 넣으시고, 그래서 우리 아이가 선생님에게 미운털이 박힐까 봐 걱정되는 학부모님...

물론 교사도 사람이기에 민원을 자주 넣는 학부모님 아이에게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조심스러울 뿐이지 아이를 미워하고 차별하지는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너무 편하게 교사에게 하는 학부모님의 당당함.

그래서 나도 당당하게 나갔다.

우리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그리고 생각한다고 상대방에게 다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학부모님의 민원에 마음이 다치고 스트레스를 받는 건 사실입니다. 교사도 사람이니까요. 그렇다고 그것을 아이에게 투영하고 교육적으로 옳지 않은 행동은 하지는 않습니다.

그게 선생님이니까요.

선생님을 믿어주고, 학교에서 안내한 규칙은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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