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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작가 Nov 30. 2024

6화 추격자

타로(Tarot)

  밤이 깊어지자 축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공연들까지 마무리가 되자 광장에 있는 학생들은 아쉬움 남는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 사회자가 그들의 기대를 느꼈는지 마이크를 들고 마지막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금번 축제의 마지막 이벤트 '최고의 인연을 찾아라!'입니다. 여기 계신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며 방식은 간단합니다. 먼저 남자는 왼쪽으로 여자는 오른쪽으로 흩어 모여 주세요. 도우미들은 집단에 맞게 분리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웅성웅성- 소리가 점차 커져갔고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상적으로 한걸음을 걷기 힘들었다. 인파 속에 싸인 준아와 아린은 둘 다 당황한 눈치였다. 그때 노란 잠바를 입은 여성 도우미 한 명이 아린의 팔을 잡고 끌었다. 연이어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여성 도우미 서넛이 아린을 둘러싸더니 오른쪽 무리 쪽으로 급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금세 아린과 떨어지게 된 준아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최대한 오른으로 이동하는 것을 시도했다. 멀리 보이는 아린의 작은 머리 놓치지 않고 따라가고 있었다. 그 순간 거대한 신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이이-익! 펑! 펑펑!! 퍼펑펑! 펑!대형 폭죽이 터졌다.


  화려한 눈꽃 피었다가 지고 다시 파란 꽃 세 송이가 피더니 천천히 사라졌다. 잠 한눈을 판 사이 준아의 눈에 아린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지?' 있어야 할 오른쪽 무리에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 노란 잠바를 입은 여학생들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당황한 준아는 주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물어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벤트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다급한 모습의 준아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지나치거나 시선을 피했다. 때 마침 오른쪽 방향에서 노란색 잠바를 입고 걸어오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이런! 반대쪽이었구나!."


  왼쪽으로 몸을 돌린 순간 대여섯 명 여자들이 누군가를 납치해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부 이미 노란 재킷을 벗은 뒤였다. 그녀들을 따라가려는 데 이번에는 노란 재킷을 입은 남자들 여럿이 준아에게 다가다.


  "불꽃놀이가 모두 끝날 때까지 자리를 벗어나지 마세요. 다 안전 때문이니 자기 자리를 지키세요!"


  검은 모자를 눌러쓴 노란 재킷 남자는 준아 쪽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 곧바로 길을 막았다. 아는 정중히 말했다.


  "저기 잠시만요. 제가 긴급하게 저쪽으로 가봐야 해서요."


  "안 돼요!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기다리세요!"


  "저 쪽에 제 친구가 납치된 것 같아요. 빨리 가 봐야 해요. 부탁드립니다."


  노란 잠바를 입은 남자는 놀란 듯이 잠깐 멈칫했다가 고개를 돌리고 무전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준아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준아의 양쪽 어깨를 거칠게 밀었다.


  "C, 말 귀를 못 알아 처먹나! 가만히 있으라고!"


  갑작스러운 고함 소리에 불꽃을 구경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놀란 눈치였다. 여전히 터지는 불꽃 소리에 준아 주위 외에는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준아는 떠밀려 넘어질 듯 몸을 제대로 못 가누고 주춤하였다. 그때 빨간 후드 티를 입은 사내가 노란 재킷 남자 오른쪽 정강이를 가격했다. 공격을 받은 남자는 급소를 제대로 맞았는지 아픈 부위를 부여잡고 주저앉아 버렸다.


  빨간 옷의 주인공은 법학대학의 최성진이었다. 성진은 준아를 원래 알고 있는 듯이 친구처럼 얘기했다.


  "이 새끼들 우리 학교 학생 아니야. 좀 아까 봉고차에서 남자, 여자 여럿이 내리면서 노란 재킷을 입더라고. 내가 이상해서 지켜보니까 어떤 여학생을 끌고 가는 거야."


  준아는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 여학생! 빨리 구해줘야 해요. 제 친구예요."


  "친구? 알았어. 내가 앞장설 테니 따라와."


  성진은 올해 9월 학교로 돌아온 복학생이었다. 합기도 특기를 살려 군대를 특공대로 갔으나 지난 7월 복무기간 1년을 남겨두고 조기 제대하였다. 공수훈련 중 추락해서 왼쪽 발 아킬레스 건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비켜! 좀 비켜 주세요! 아 좀 비켜 주시라니까!"


  거칠게 밀고 나가는 성진 덕분에 준아는 아린을 데리고 가는 무리를 추격할 수 있었다. 무전을 받은 노란 재킷 남자들의 움직임이 급격히 빨라졌다. 그들 또한 학생들을 헤치고 성진과 준아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키가 185cm 정도 되어 보이는 덩치가 성진을 노려 보며 다가왔다. 성진은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기세 등등 하게 그를 맞이했다. 그가 오른쪽 주먹을 날리자 성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왼쪽 팔을 들어 막아 펀치의 속도를 늦추고 오른 팔로 감싸아 자신의 몸 쪽으로 그의 팔을 깊게 당겼다. 덩치는 팔이 꺾기며 속수무책으로 넘어져 버렸다. 그러자 성은 넘어진 그가 으악- 비명을 지를 때까지 그의 팔을 90도가 넘게 힘껏 당겼다.


  "아, 오랜만에 기술 좀 쓰게 되네. 서둘러야겠다. 저기 저 건물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준아는 갑자기 나타나 도와주는 성진이 고마웠다. 그가 누군지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린이 찮을까 걱정되었으나 이 친구와 같이 움직이면 괜히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성진과 준아는 곧 아린이 들어간 건물 앞에 다다랐다. 두 마리의 거대한 호랑이 석상이 '아무나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긴 송곳니를 드러 낸 표정과 공격 자세의 몸짓으로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마치 디즈니 만화 속 궁전처럼 으리으리하고 거대한 규모의 그곳은 바로 한영대학교의 본관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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