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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안전감, 어떻게 높일까요

AI 시대도 다정한 리더가 이긴다

by 준작가

*심리적 안전감: 조직에서 내 생각이나 감정을 말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타인과 관계 속 신뢰와 수용

(심리적 안정감은 자기 자신이 느끼는 내면의 평온함)


1. 오에서 경으로, 공감의 반경 키우기


"개인주의는 틀에 가둔 채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닌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는 포용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 -


서교수님은 타인의 평가를 의식할수록 행복과 멀어진다고 했다. 또한 "행복은 걱정이 없고 불행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즐거움의 유무로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아무 의견을 내지 않고 조용하다면 이슈가 없으니 행복한 조직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수 있다.


그림. 장대익, 『공감의 반경』, 바다출판사, 2022


'공감의 반경' 저자 장대익님은 위 그림과 같이 인간의 본능은 나와 유사하고 가까운 집단에 더 관대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러한 구심력은 본능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 힘이 강해질수록 나와 다른 편에 대한 적대감도 함께 키운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나의 집단이 잘되기를 바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 그들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수준까지 다다른다. 성별, 지역, 학연, 정당 등의 갈라 치기나 갈등 현상이 바로 이 대목에서 발생하고 심화된다.


이에 반해 원심력은 본능과 반대의 힘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이성적인 노력을 해야만 키울 수 있는 영역이다. 우리는 현재 자신과 다른 집단에 대해 관대한 시선을 갖고 있을까? 공감의 반경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경험이다. 내가 기존에 겪어 보지 못한 장소를 찾아가고, 내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때 원심력은 발휘된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배경을 이해하고 감정과 가치관을 느끼면서 공감의 반경은 점점 넓어진다.


심리적 안전감은 나와 다른 생각을 서로 인정할 때, 누구든 언제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로 나타난다. 나와 남 사이에 경쟁이 치열한 환경이나 서로를 평가하는 문화라면 어떨까. 아마 인정보다는 의심이 더 쉬울 것이다. 당장 나의 생존을 위해 본능을 쫒기 때문이다. 그러면 구심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고, 이때 문제는 내집단 편애나 내로남불처럼 부작용도 함께 나타난다.


조직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동료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함께 일을 경험하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주고받으면서 나와 당신은 공감의 반경을 넓힐 수 있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차이점을 이해하고, 가치관과 성격을 인정하면서 심리적 안전감이 점점 높아진다. 나와 동료의 관계, 팀장과 팀원의 관계는 경쟁의 관계인가? 혹은 협력 관계인가? 그렇다. 우리는 적이 아니다. 조직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돕고 지원하고, 협업하는 Win-Win 관계이다. AI 기술과 혁신이 필수인 시대, 심리적 안전감을 높여 경쟁과 견제의 분위기를 화합과 협력의 분위기로 바꿔야 할 때이다.


2. 수직에서 수평으로, 커뮤니케이션 방식 바꾸기


수직적 조직을 떠올리면 계단 구조가 먼저 보인다. 계단식 조직 구조는 위에서 아래로 지시를 내리기는 쉽지만 아래서 위로 의견을 올리는 건 오래 걸리고 어렵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 단계를 넘어야 하고, 보고, 승인, 지시 형태의 절차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때 상급자의 관점에 따라 혁신 가능성이 제한될 수 있고, 참여자들은 자발적, 주체적 주인공이기보다 수동적, 소극적 지시 수용자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다. 무언가 말하기 전 눈치를 본다거나 침묵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군대형 조직이나 관료주의에서 많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한국 기업들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러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한편, 수평적 조직이라고 하면 원 테이블이 떠오른다. 모두가 동일한 높이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직급에 따라 순서나 비중을 따져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실시간, 양방향 소통 방식이 잘 통한다. 미팅 참여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발언하고, 변화의 대응과 협업이 빠르고 유연할 수 있다. 실수를 하거나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걸 당연시하는 분위기에서는 토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창의성과 집단지성이 발휘되기 좋은 환경이 된다. 공식 조직보다 프로젝트 기반으로 그때그때 조직화해서 일하는 구글, 메타 등에서 추구하는 기업 문화이다.


조직에서 팀장이 팀원에게 보고를 요청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데, 팀원에게 의논을 제안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의논을 제안하는 모습은 나와 당신은 계단을 건너야만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다시 말해 원 테이블에서 의논할 수 있는 사이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신뢰의 표현이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통제 기반 관리(Control)를 지양하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맥락(Context)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이는 수직적 지시가 아닌 수평적 맥락 공유가 성과를 리드한다는 컬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일수록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문화, 심리적 안전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꺼낼 수 있어야 혁신과 학습, 성장이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수직에서 수평으로 소통 구조를 변화하는 것은 이제 필수 조건으로 보인다.



3. 팩트에서 감정을 거쳐 가치로, 정서적 동의하기


코칭 모델 중 FEN((Fact_사실, Emotion_감정, Needs_가치)은 사람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단순화하여 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코칭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 툴이다(3Cs, 박정영, 2010).

3Cs(Core Coaching Competencies, 박정영, 2010)

대다수는 객관적 사실인 팩트를 근거로 대화하면 모든 오해나 갈등이 해결될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팩트를 얘기하면 할수록 상대와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감정이 흔들릴 때, 또는 마음속 전쟁이 났을 때 팩트를 바로 수용하거나 인정하기는 어렵다. 위 그림과 같이 감정이 왜 일어났을까의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면, 그건 팩트가 아니라 감정 아래 숨어 있던 나의 코어이자 가치관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예컨대 동료가 나와 다른 의견을 제기할 때, 팩트로만 접근한다면 나는 말도 안 되는 의견을 제시한다고 만류할 수 있다. 아무 대꾸 없이 황당한 표정만 보일 수도 있다. 이처럼 그 동료를 향해 내가 부정하는 행동이나 제스처를 취한다면 그 동료는 곧 입을 닫을 것이다. 이게 반복되면, 동료는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전 나의 눈치를 보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시도조차 안 할 수 있다. 즉, 심리적 안전감이 매우 낮은 환경이 조성된다.


그러나 동료에게 그 의견을 제시한 감정은 어떠한지, 그 감정이 발현되게 한 니즈는 무엇이었는지 들어보면 어떨까. 그가 소중하게 생각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어떨까. 감정과 가치를 알게 되면 팩트상로는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일지라도 정서상 동의는 가능하다.

이게 반복되면, 동료는 당신 앞에서 만큼은 심리적 안전감을 충분히 느끼게 될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조직에서만 중요한 게 아니다. 연인이나 부부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친구나 선후배사이 모든 관계에서 적용된다.

1) 공감의 반경을 키우는 경험 쌓기

2) 수평적으로 소통하기

3) 정서적 동의하기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이 세 가지 방법들을 적극 추천한다. 당신이 가진 소프트스킬과 리더십 역량을 더욱 빛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들과 관계에서 신뢰를 두텁게 쌓는 데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디지털 시대, 말 한마디가 만든 편 가르기'를 주제로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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