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도 다정한 리더가 이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쪼아야 한다는 의미로, 사람의 자아실현과 잠재력 개발을 위한 수평적 파트너십 관계를 코칭이라 한다.' - 코칭의 정의, 한국코치협회 -
어른스러운 리더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닌, 함께 있는 사람을 더 높이는 사람이다.
어른 리더십은 단순히 나이나 직급이 높은 리더가 아니라, 성숙한 태도와 배려, 책임감을 갖고 관계를 이끄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뉴-올드보이 박찬욱’ 다큐멘터리에서 소개한 에피소드로써 박찬욱 감독이 아직 신인 감독이었을 때의 일이다. 현장에서 한 스태프의 실수에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내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그때, 눈치가 빨랐던 조명 감독이 그의 팔을 잡고 팔짱을 끼고 세트 뒤로 가서 딱 한마디 말했다.
“감독이 화를 내면 우리가(스태프들이) 감독에 대한 존경이 사라져.“
그 한마디가 그의 리더십을 바꿔놓았다. 그는 ‘소리 지르고 감정적으로 대하는 리더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들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까?’라는 깨달음을 얻어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후 박찬욱 감독은 현장에서 결코 화를 내지 않는 감독으로 알려졌다. 통제가 아닌, 존중의 방식을 택한 리더가 된 것이다.
나 또한 리더가 된 이후 화를 낸 적이 없다. 물론 목소리가 커지거나 말이 빨라질 때는 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내 감정을 앞세웠던 순간엔 단 한 번도 진짜 설득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대신, 내가 잠시 멈추고 상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을 때 오히려 소통이 되었다. 누구나 끌려가길 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면, 그 순간부터 대화는 닫힌다. 리더십은 ‘빨리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에서 발휘된다. 한 텀 기다려주는 그 시간에
팀원은 마음을 정리하고, 생각을 정제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만의 답을 찾아 말하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대화는 설득이 아닌 공감의 과정이 된다.
리더는 언제든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진짜 리더는 ‘내가 말하고 싶을 때’가 아니라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말을 꺼낸다. 그 타이밍을 아는 사람이 팀의 에너지를 바꾼다. 그것이 바로 어른 리더십의 품격이다.
감독: “이렇게 하세요.” vs 코치: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감독의 면담은 사람이 아닌 구성원이 낸 성과와 결과 기반으로 지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화이다. 코치의 코칭은 구성원과 구성원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경청하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대화이다.
팀장과 팀원은 업무 목표 수립 면담, 중간 평가 면담, 성과 평가 면담처럼 공식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면담 기회들이 있다. 이때 어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조건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첫째, 기다려 주는 침묵은 생각 보다 효과가 크다.
말없이 머물러 주는 것은 '나는 당신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릴 수 있어요.'라는 신뢰의 표시이다. 급하게 말하지 않음으로써, 팀원이 '정답'이 아니라 '진심'을 꺼낼 수 있는 공간이 열리게 된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진짜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자기 성찰을 도와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말했다. "리더가 되는 건 당신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당신이 리더라면, 당신이 할 일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팀장의 기다림은 팀원의 성찰을 돕고 신뢰를 높인다. 한국코치협회(KCA) 코칭역량모델에서도 상황과 특성에 따라 침묵을 활용하는 것을 ‘의식 확장' 역량의 주요 행동지표로 삼고 있다.
둘째, 매번 이길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이번엔 양보하자.
대다수 조직에서는 높은 직급의 의견에 반대하기가 어렵다. 회의 자리에서 눈치보다 반대는 못하고 찜찜한 채 통과되는 안건들이 발생하는데, 이는 그 결정의 질이 낮을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내가 팀장이니까 내 의견이 맞다고 고집하는 것은 나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팀원들의 신뢰는 잃을 수 있다.
넷플릭스의 전략 중 일부러 반대 의견을 꺼내게 하고 청취하여 결정이 충분히 검토되었는지 점검하는 Farming for Dissent 전략이 있다. 이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반대를 할 수 있을 때 최고의 결정이 나온다는 심리적 안전감을 기반으로 한다. '리더가 말하는 대로 끝'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숙의를 거친 신중한 결정을 만들어서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아래 링크를 통해 보면 '관계 구축' 역량에 해당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인 '진솔함'을 가리키고 있다. 자신의 생각, 느낌, 감정, 알지 못함, 취약성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드러내는 행동과 태도를 의미한다.
셋째, 남이 아닌 내가 삐지는 모습을 조심하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구성원의 감정을 헤아리고, 감정을 조절하고 품을 줄 아는 것이 바로 자기 인식이다. 코칭에서 말하는 '자기 인식'의 정의는 현재 상황에 대한 민감성을 유지하고 직관 및 성찰과 자기 평가를 통해 코치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정심은 권위라는 무거움 대신 웃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여유를 갖게 해 준다. 이는 리더와 구성원의 면담 자리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사라지게 한다. 그러면 팀원은 팀장이 무서운 상대가 아니라 또 대화를 나누고 싶은 상대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코칭에서 코치는 코칭을 시작하기 전에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여 다양한 코칭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한다. 또한 솔직하고 개방적인 태도, 긍정적인 태도, 상대의 기준과 패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이는 코치다움의 핵심 역량인 '자기 관리'에 해당한다. 아래 그림과 같이 자기 인식과 자기 관리를 기반으로 전문계발을 할 때 코치다움이 드러난다고 한다. 코칭역량모델은 아래 링크 한국코치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역량 별 정의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어른스러운 리더는 나 보다 당신을, 지시보다 여백을 남긴다. 어른 리더로서 코치가 되어 만든 따뜻한 분위기는 결국 조직 전체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다음 장에서는 '심리적 안전감, 어떻게 높일까요'를 주제로 함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