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도 다정한 리더가 이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단톡방, 메시지 '읽음' 표시 숫자는 눈치 없이 모두 사라졌다!’
침묵과 정적은 어떤 타이밍이었는가에 따라 '기다려줌'의 긍정 효과도 있지만, '불편함'의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대면 회의 자리가 아니더라도 일대일 메신저나 그룹 채팅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그 순간을 사소하게 생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조직문화 관점에서 보면 시나브로 얼어붙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럴 때일수록 구성원들은 따뜻한 온기가 절실하다. 이 상황을 계속 방치해도 될까. 그러면 나와 당신과 조직은 서서히 더 멀어지게 된다. 디지털 시대, 말 한마디는 나를 리더로 만들기도, 보이지 않는 벽을 쌓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다.
정보 과잉의 시대, 리더의 침묵이 만든 경계선
디지털 시대, 정보의 양이 늘어난 것은 누구나 체감하고 있다. 모바일을 통해 온라인 뉴스, SNS, 쇼츠, 유튜브 콘텐츠 등 멈추지 않고 정보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그만큼의 소통도 함께 늘었을까? 소통 채널과 기회가 증가한 것은 분명 하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비판적 수용, 반복적 메시지 노출, 무의식적 동조, 편향적 선동 등을 통해 정보의 균형이 무너지고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사내 커뮤니케이션 차원의 리더 메시지나 조직개편, 회사 구조조정 등의 발표를 외부 미디어 인터뷰나 기업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구성원이 거꾸로 밖에서 듣게 된다면 어떨까. 정보 역전 상황이 된다. 이때 구성원들은 배경과 이유는 모른 채 조직에 대한 실망과 푸념만을 야기할 수 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전사 커뮤니케이션과 조직 커뮤니케이션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사 커뮤니케이션은 회사의 비전, 전략, 가치, 행동양식 등을 의미하고 이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구성원들이 이 방향성을 잘 이해하고 실천할수록 방향성상 One Team이 되어 시너지를 높이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경영진이나 전사 차원의 구성원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만약 이러한 방향성 정보가 경영진에서 임원들까지만 전달이 되고 멈추면 어떻게 될까? 직원들은 회사가 경영진과 임원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처럼 나와는 먼 얘기, 갈라 치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곧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낮추고 소속감도 떨어지게 만드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진다. 정보는 보안 성격에 따라 철저히 관리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회사의 방향성처럼 구성원들이 알면 알수록 더 나은 조직을 만드는 전사 정보들은 그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체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다음으로 조직 커뮤니케이션은 전사 보다 하위에서 팀과 같은 조직 내 정보 공유 수준, 소통 분위기를 의미한다. 팀원들은 회사 보다 팀에 더 가까운 소속감을 느끼기 때문에 조직의 소통은 리더십 보다 팀장의 역할과 책임이 더 크게 작용한다. 경영진으로부터 나온 메시지를 팀원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고 소통하는지, 팀원들 간 정보를 공유하고 어떤 얘기라도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들을 말한다. 상호 부르는 호칭, 회의 방식, 업무 논의 형태, 보고 스타일 등 각 조직 안에서 특성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이때 구성원 개개인은 경영진의 침묵 보다 팀장의 침묵으로부터 더 큰 임팩트를 받게 된다.
2024 갤럽 분석에 따르면 리더로부터 칭찬, 인정 등의 소통을 경험한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 대비 이직을 시도할 가능성이 65% 더 낮았다. 반대로 리더의 침묵은 경영진과 구성원의 연결고리를 끊어 내고, 구성원들 또한 침묵하게 만들어 조직이 경직되고 분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통은 속도보다 함께라는 신호가 더 중요
팀원에게 전화를 걸기 전 메신저를 통해 가능여부를 물어보는가. 이 5분의 투자는 큰 변화를 만든다. 우선 나를 존중하고 있구나라는 상대와 관계에 편안함을 제공한다. 상대로부터 갑작스럽게 요청받거나 중간에 흐름을 끊어야 한다는 가정은 심리적으로 불필요한 긴장감을 만든다. 집중해서 업무에 몰입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더 민감한 요인이 된다.
무엇 보다 세대 차이를 이해하는 배려가 된다. 전화 음성 보다 텍스트가 익숙한 시대에서 살아온 20대 세대는 상담원 통화 연결 보다 챗이나 문의 글을 남기는 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Phone Phobia 또는 콜포비아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고 관련 연구 사례와 현상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3년('22~'24) 동안 알바천국에서 Z세대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콜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30% → 35.7% → 40.8%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텍스트 소통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59.3% → 69.9% → 73.9%로 꾸준히 상승했다. 통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생각을 정리할 틈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하는 점,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였다. 전화 통화 시 구체적인 증상은 전화를 받기 전 느끼는 높은 긴장감과 불안, 전화가 오면 시간을 끌거나 받지 않는 증상이었다. 통화 시 앞으로 할 말이나 했던 말을 크게 걱정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거나 식은땀이 난다 등 신체 증상이 높은 응답 비중을 차지했다.
물론, 구성원 대다수는 일터에서의 생존뿐 아니라 업무의 긴급도나 상황을 대응하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이러한 증상을 극복하고자 한다. 의지를 갖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건강한 소통은 극과 극을 추구할 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리더 또한 그들을 다그치기보다 이해하고 지원해야 한다. 상대방을 조금씩 배려하고 존중할 때 상호 신뢰가 커지고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기 때문이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조직 문화의 물결을 바꾼다
"망하면 어쩔 건데."
팀장이 도전적인 마케팅을 기획한 팀원들에게 말했다. 팀장은 과감한 접근이 더 큰 효과는 가져올 수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되어 피해가 될까 봐 팀원들을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도로 말한 것이다. 팀원들은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네요.'
팀원들은 손과 발이 묶이는 무기력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은 고민해서 만든 기획안이 휴지 조각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그걸 위해 애쓴 시간과 노력들이 모두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또 다른 시도나 도전을 하기에 의욕이 떨어지고 사기가 꺾이고 말았다.
에드거 샤인의 조직문화 세 가지 차원에 따르면, 겉으로 보이는 표면층 '인공물(artifacts)' 아래에는 심층인 '방향성(espoused values)'이 있고, 그 하위에 숨어 있는 '기본 가정(underlying assumptions)'이 있다. 팀장의 말투, 말하는 태도, 말 한마디는 인공물이다. 팀장 입장에서 그저 하나의 순간, 장면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말 한마디는 팀원들에게 무거운 방향성을 준 것과 같다. 우리 조직은 새로운 시도 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우선순위가 높구나라고 해석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방향성 하위에 숨어 있는 가정이 작용한다. '우리 조직은 소극적, 수동적으로 일해야 하는 조직문화이다'라고 마치 이게 당연한 전제이자, 보이지 않는 룰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이처럼 팀장이 팀원들에게 논의를 제안했다면 어땠을까. 팀원들은 놓쳤던 포인트가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를 통해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학습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팀장의 말 한마디가 앞으로 팀이 마주할 시간들, 과제들을 향한 팀원들의 자세, 태도, 자신감과 같이 모든 것들을 바꾸는 것이다.
평일 아침, 팀원과의 첫 대화를 아침 인사로 시작하고, 컨디션이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 것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 보면 어떨까. 그렇더라도 업무 얘기를 나눌 시간은 충분하다. 오히려 그 아침 인사와 안부 묻기가 팀원에게 함께라는 신호를 주어 신뢰를 키우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게 하나씩 모여 조직문화가 형성됨을 강조하고 싶다.
다음 장에서는 'OX 갈라치기 시대, 취약성을 드러내는 용기'를 주제로 함께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