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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Feb 01. 2019

심슨의 기면증 진단과 미국의 반응

코미디가 장애를 다루는 방식에 담긴 사회적 합의 과정

심슨은 성이고 그의 이름은 호머다. 중간 이름도 있어서 전체 이름은 호머 재이 심슨(Homer Jay Simpson)이다. 화면에서는 작아 보이지만 이래 봬도 그는 프로필상 180cm이 넘는 장신에 120kg에 달하는 몸무게로 체격도 건장하다. 1989년 12월 첫 방영을 시작으로 현재 시즌 30이 제작된 애니메이션 <The Simpsons(심슨가족)>은 미국의 국민 콘텐츠다. 심슨은 1956년 5월 12일에 태어나 현재 63살이어야 하지만, 짱구가 영원히 다섯 살 인 것처럼 심슨도 지난 30년 동안 늘 30대 후반 정도에 아내와 자녀들 역시 나이를 먹지 않는다. 직업은 스프링필드 원자력 발전소 직원이며 그가 좋아하는 것은 도넛, tv, 맥주, 먹을 것, 엄마 그리고 낮잠이다. 심슨은 앞의 여러 시즌들에서 갑자기 잠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시즌 27에서 심슨이 기면증 진단을 받으려고 제작진이 깔아놓은 복선이었다.


심슨은 기면증 진단을 받기 전까지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했다. 심슨의 직업은 약 60여 개에 달하는데 소방대원, FBI 비밀요원, 영화배우, 파파라치, 해군 수병, 교도관에 우주비행사 경력까지 있다. 또한 그가 중앙 조정실에 있을 때 제대로 화재진압을 하지 않았던 스프링필드 원전에서는 이사, 부사장 그리고 원전의 사장까지 승진한다. 이는 심슨이 기면증을 진단받았어도 무리 없이 직장생활을 계속함을 나타낸다. 심슨의 기면증 진단은 단 한 회만 나오지만 심슨은 지난 에피소드 내내 줄곧 급작스럽게 잠에 빠졌다. 이는 심슨이 무사 태평한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신체가 갑자기 잠에 빠져버려 본인의 의지로 졸음을 제어하지 못함을 암시했다.


심슨은 어떤 상황에서도 잠에 빠지는 걸로 잘 알려져 있었다. 기도하는 것 처럼 보여도 코를 골고 있으며, 운전 중에도 잠에 빠졌다. 출처: CNN


2015년 9월 27일 방영된 시즌 27의 첫 에피소드 <Every Man's Dream>에서 심슨의 직장인 원자력 발전소 중앙 통제실에 화재가 발생한다. 황급히 신고를 하고 불을 끄려던 심슨은 갑자기 졸음을 느끼고 잠이 든다. 불길이 타오르는 통제실에서 눈이 감기는 심슨. 소방 대원들이 와서 불을 끌 때 잠시 눈을 떴다 이내 다시 눈꺼풀을 닫는다. 그는 소화기의 하얀 분사액을 구름 배게 삼아 코를 골며 잔다.


심슨의 직장 원자력 발전소 통제실에서 갑자기 졸아 기계 이상에 대처하지 못해 화재가 발생하고 그는 잠이든다. 화제 진압 중에도 심슨은 꿀잠을 잔다. 출처: YOUTUBE영상


병원에 입원한 심슨 옆에 모인 가족들. 아내는 그간 심슨이 지나치게 잠이 많았고 갑작스레 잠에 빠지는 일이 여러 번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내 마지심슨은 휴대폰의 사진들을 담당 의사에게 보여준다. 남편이 평소에 잠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일터에서 그것도 핵 에너지를 관리하는 원자력 발전소의 중앙 통제실에서 잠에 빠질 줄이야.


아내 마지심슨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 성난 싸움용 소들이 탈출할 때도, 스킨스쿠버를 하다가도,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심슨은 잠에 빠져있다.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의사는 심슨의 척추에 주사기를 꽂아 뇌척수액을 뽑아내 분석하는 검사를 한다. 심슨의 뇌척수액을 기계에 넣은 후 진단지를 살펴보는 의사. 만화 속에서 의사는 정확히 "하이포크레틴 농도가 낮군요. 기면증입니다."라고 심슨에게 기면증을 선고한다. 하이포크레틴은 우리 몸을 깨어있게 만드는 호르몬이며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보통 사람들보다 적게 분비되면 뇌가 잠에서 깨지 못해 눈을 뜨고 있어도 늘 잠을 자는 상태와 같은 기면증에 걸린다.


심슨의 척추에서 뇌척수액을 뽑아 기면증 진단을 하는 의사


의사가 기면증을 선고하자 심슨의 아들 바트가 "우리 아빠 죽을병에 걸린 건가요?"하고 호들갑을 떨면서 울상을 짓더니 이내 '조금이라도 아빠가 편안하게 갈 수 있게 해 주겠다.'며 병실의 모든 플러그를 뽑아버린다. 바트가 뽑은 것은 TV와 다른 가전제품들의 전선이었다고 가족들을 안심시킨 후 의사는 아버지가 죽을병에 걸린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의사: "기면증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약물치료를 통해 정상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수면발작*의 기폭제(trigger)가 될 수 있습니다."

심슨: "빨래를 해야 하는 상황 같은 거요?"

의사: "바로 그겁니다!"

심슨: "비싼 병원비를 내야 하는 상황도 포함이죠?"

의사:...(정색하며) "저한테 수작 부리지 마세요."


*수면발작: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깬 정상 각성 시간대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통제 불능의 수면


그리고 의사는 의학적 소견이 담긴 증명서를 써준다. 심슨의 상태와 증상을 설명해주는 종이가 심슨이 기면증 증상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거라고 덧붙인다. 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심슨의 성격을 아는 부인이 심슨에게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쓸 거죠?"라고 묻는다. 그러자 심슨은 자신 있게 "아마도 증명서를 쓸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답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심슨은 예상대로 의사의 소견서를 일상에서 남발하기 시작한다.


기면증을 핑계로 육아책임을 전부 아내에게 떠넘기는 심슨. 심슨이 내미는 것은 의사가 써준 소견서인 '기면증 증명서'다.

친구 집에 차로 데려다줄 수 있냐고 묻는 아들에게, 방에 거미를 잡아달라는 딸에게, 치료약을 타기 위한 처방전을 받으러 가야 한다며 걸려온 전화에, 막내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줘야 한다는 부인에게 모두 의사 소견서를 내밀며 "기면증!(Narcolepsy)"이라고 말한다. 화가 난 부인은 심슨에게 하루의 절반을 낮잠으로 보낼 수 없지 않냐며 어서 병원과 약국으로 가서 기면증 치료약을 타오라고 말한다. 약국의 긴 줄을 기다리다가 심슨은 바닥에서 인형을 끌어안고 의도적으로 "기면증이여 나를 데려가 주오!"를 외치고 잠에 빠져버린다.

길게 늘어선 약국의 줄에 서서 귀찮아진 심슨은 기면증을 핑계대며 일부러 바닥에 누워 인형까지 끌어와서 껴안고 잠을 자버린다.


그는 기면증 치료약을 받아오지도 않고 맥주까지 한 잔 걸친 후 차를 운전 해 집으로 들어온다. 이런 결혼생활을 계속하기 힘들다는 아내에게 심슨은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한다. 심슨과 마지의 결혼생활이 심각한 위기이며 서로 잠시 떨어져 있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상담사 앞에서도 심슨은 잔다. 마지는 심슨에게 약물 치료를 권했고 그의 기면증 증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소연을 한다. 상담의 역시 심슨이 기면증을 가지고 있음을 알지만 그의 문제는 질병이 아니고 이를 핑계 삼아 모든 책임을 부인에게 떠넘긴다는 것을 지적했다.

상담 중에도 잠에 빠지는 심슨

의도적으로 병을 악용해 모든 의무를 소홀히 하는 심슨에게 질려 더 이상 못 견디는 아내 마지. 심슨은 집에서 쫓겨나 회사에서 먹고 자며 아내와 별거하게 된다. 이후 기면증 치료제를 처방받으러 갔다 약사와 눈이 맞아 그녀와 술을 마시고 잠자리를 함께하는 외도까지 한다. 국민 애니메이션 주인공 심슨이 기면증 진단을 받은 것도 시청자들에게 충격일 텐데 심슨이 바람까지 피운다니 수많은 팬들의 실망을 우려한 것일까. 심슨이 집에서 쫓겨나는 것부터는 심리치료를 받다 잠에든 심슨의 꿈이거나 아내 마지의 상상일 수도 있다는 암시가 나온다. 결국 심슨이 집에서 쫓겨난 이후의 사건들은 어떤 여성의 문신에 새겨진 이야기였다는 다소 황당한 결말로 시즌 27의 첫 에피소드 <Every Man's Dream(모든 남성의 꿈)>은 끝이 난다.

심슨이 기면증 진단을 받고 기면증을 핑계로 나태해진다는 것까지만 현실. 심슨 부부의 별거와 외도는 이름 모를 여성의 문신에 새겨진 허구였다....는 다소 황당한 결말.

심슨이 기면증 진단을 받는다는 것은 시즌 27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큰 화제였다. 심슨의 제작자 Al Jean은 매체 인터뷰와 트위터를 통해 심슨이 기면증을 진단받고, 부부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밝힌다. 심슨의 기면증 진단이 2015년 9월 방영한 시즌 27의 첫 화였는데, 심슨 제작자의 인터뷰는 2015년 6월에 공개됐다. 이후 학계와 기면증 환자 협회 그리고 언론의 열띤 토론이 시작된다.


시즌 27에서 심슨이 기면증 진단을 받고, 부부관계가 위기를 맞는다는 내용을 발표한 <VARIETY>의 인터뷰 기사.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마치 실존하는 유명인이 기면증 진단을 받은 것처럼 언론보도와 이에 따른 각계의 반응으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다. 먼저 CNN을 비롯한 언론이 심슨의 기면증 진단을 보도한다. 이후 미국 수면의학회, 기면증 환자협회 등에서 성명을 낸다. 또한 기면증 협회의 대변인이 의견을 내고, 심슨의 기면증이 단순히 환자의 증상을 희화화하는 코미디가 되지 않길 바란다는 긴 글들을 포스팅했다. 이에 심슨 제작자 Al Jean은 기면증 환자가 직접 쓴 '기면증을 앓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인터뷰를 주의 깊게 읽었으며, "심슨 제작진이 기면증을 다루는 방식은 다른 코미디 콘텐츠와 다를 것이다."라고 약속한다. 이어 기면증 환자협회 등에서는 제작 전에 심슨 애니메이션 대본을 함께 공유하고 수정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심슨 제작진은 제작 전 대본 수정 제안까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슨이 그저 잘 조는 게 아니고 기면증이었다는 것을 보도한 CNN의 기사


논란 속에서 심슨이 기면증 확진을 받는 시즌 27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방영된다. 제작자가 약속한 대로, 다른 콘텐츠들이 기면증 환자가 갑자기 잠에 빠져 바닥에 쓰러져 버리는 상황만을 웃기게 묘사한 것과는 달랐다. 심슨이 기면증 증상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병원에서 진단받을 때 의사가 "하이포크레틴 농도가 현저히 낮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정확한 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제작했음을 나타냈다. 또한 그가 원자력 발전소에 화재를 일으키는 심각한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직장에서 해고당하지 않는다. 정확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으나 의사의 소견서가 '심슨은 기면증을 앓고 있어 뇌에서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잠에 빠진 것이며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직장에 증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심슨의 아내가 심슨과의 별거를 결심하는 이유는 심슨의 질환 자체가 아니라 심슨이 기면증을 핑계로 모든 집안일을 거절하고 나태했기 때문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 심슨의 새 시즌이 화제가 된 이유는 심슨이 기면증을 앓고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공고히 다져진 심슨 부부 사이가 틀어진다는 스포일러도 한몫했을 것이다. 시즌 27 방영을 시작하기 전에 심슨 제작진이 심슨과 마지가 이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과 동시에 기면증 전문의와 환자들의 청원에 적극적으로 답하며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에 답해 수면 전문의들과 기면증 환자들은 심슨이 기면증을 그저 가벼운 웃음거리로 소비하지 않은 것에 감사를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슨이 기면증을 다룬 에피소드에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미국의 기면증 환자 협회와 전문의들은 언론과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심슨은 비교적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기면증을 다뤘다. 하지만 여전히 심슨이 기면증을 핑계로 모든 일을 하지 않고 아내를 괴롭게 하는 장면으로 기면증 환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기면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 환자들이 치료를 미루게 만들 여지가 있다.'라고 했다. 또한 기면증을 진단할 때 심슨처럼 척수액을 뽑는 검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음을 알렸다. 심슨처럼 척추에 구멍을 내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각종 센서와 호흡기를 피부에 부착해 자는 동안 몸의 반응을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와 수면잠복기 반복 검사를 활용함을 홍보한 것이다.


심슨의 기면증 논란을 다룰 때 전문의들과 기면증 환자 협회는 "미국은 기면증 환자의 30%만이 기면증 진단과 치료를 받는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유명 애니메이션을 통해 기면증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길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면증 환자의 10%만이 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다. 기면증은 불치병이라기보다는 아직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평생 약물과 생활패턴을 조절해야 하는 당뇨와 비슷한 병이다. 또한 증세가 호전될 수 있으며, 특히 병이 발병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치료를 빨리 시작하면 한창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할 20대와 30대 때 급작스러운 잠의 공격을 받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전문의의 말을 빌려 심슨이 기면증을 받기 전부터 갑자기 잠에 빠지는 이유가 그저 피곤이나 우울증 때문이 아니었던 것처럼 기면증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진료와 치료를 받길 권장했다.


심슨이 기면증을 진단받는 에피소드가 방영된 후 매체에는 전문의들의 기고문, 환자들의 요청 그리고 칼럼니스트의 의견이 실렸다.

또한 기면증을 홍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면증을 가진 아이들이 본인의 증상에 맞춘 학습을 하고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직장을 갖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많은 캠페인들도 진행 중이었다. 미국에서 사회적인 토론의 장을 만든 심슨 시즌 27의 첫 번째 이야기에서 주인공 심슨은 근무 중에 갑자기 잠에 빠져서 화재를 내는 큰 사고를 냈다. 하지만 의지 부족이나 주의력 결핍이 아닌 뇌 호르몬 이상으로 급작스럽게 잠에 빠짐을 사회가 받아들여 그가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는다. 하지만 병을 핑계로 집에서 모든 의무를 피해버리는 심슨은 아내와 상담사에게 별거 조치를 받는다. 그저 코믹한 만화의 20분 정도 되는 이야기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불특정 다수가 기면증에 오해를 갖지 않도록 만들었다. 각계각층이 강하게 의견 내고 제작진은 이들과 소통하며 특정 질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담지 않은 것이다. 심슨의 기면증 논란을 보면 심슨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유명 콘텐츠가 기면증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담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현재도 심슨을 비롯한 해외의 유명한 콘텐츠 제작진은 사회적 논의 과정에 참여해 직접 소통한다. 콘텐츠에서 질병이 가벼운 개그 소재로만 쓰이지 않고 의료지식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현실에 녹여낼 수 있도록 사회가 돕고 노력하고 있다.






원문 출처:

The VARIETY <'Simpsons' EP Al Jean on Homer's 2016 Vote, Another Movie & the Star He Still Wants>

https://variety.com/2015/tv/news/simpsons-movie-al-jean-interview-1201514127/


CNN <HomerSimpson has narcolepsy>

https://edition.cnn.com/2015/09/25/health/narcolepsy-homer-simpson/index.html


YOUTUBE <The Simpsons - Homer Simpson diagnosed with narcolepsy> (시즌 27의 에피소드 1 중 초반 4분가량만 나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jb_PrzHVSk

The Simpsons - Homer Simpson diagnosed with narcole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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