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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Oct 23. 2023

정신과 상담에 서류를 준비하라고요?

내가 겪은 일이 어떤 일인지 설명이 힘든 때가 있습니다. 겪은 일이 너무 힘들어서 트라우마가 생긴 경우 단기 건망증이 생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해요. 


게다가 리얼라이프 빌런의 치밀하고 교묘한 행동은 누구에게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이성의 영역을 벗어난 행동을 겪으면서 과연 나에게 일어난 일이 진짜일까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아래 사례들은 지금까지 <리얼라이프 빌런과 함께하기 happyloser.77p@gmail.com>에 제보해 주신 내용에서 발췌했습니다.


- 나와 단 둘이 있을 때 갑자기 나에게 뜬금없이 쌍욕을 한다. ㅅㅂㄴ아! 정도의 심한 욕설을 출장지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둘 이 있을 때 해서, 잘못 들었나 싶어 뭐라고 하신 거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도 안 했는데?"라고 대답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을 감고 잠을 자버리는 상사.

- 상사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묻지도 않은 상사에 대한 험담이나 커다란 비밀을 말해놓고서는 사람들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한다. 상사가 나와 둘이 면담이나 미팅을 갈 때면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거나 전화로 "내가 한 말들 제발 비밀로 해달라."라고 한다.

- 우울증 예방 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주변 사람과 가족들에게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행위는 나약해서 그런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주변사람들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자신에게 복종하라고 이야기한다.

- 평소에 식사를 할 때는 임신한 사람이 먹기 힘든 회 등의 메뉴를 주는 등 전혀 챙기지 않다가 교회 사람들, 가족들 친구들 등 꼭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만 임신한 며느리에게 집에서 준비를 정성스레 한 음식이라며 챙겨주는 시늉을 하는 시어머니. 그런데 음식을 열어보면 곰팡이가 나 있거나 유통기한이 지나있다.

- 사람들이 동석한 자리에서는 페미니스트인데 여자친구인 나와 있을 땐 지나가는 여성들의 몸매와 얼굴에 평점을 매기면서 그래도 내 여자친구가 상급은 된다고 말하는 남편

- 가장 기분이 좋은 순간 꼭 과거의 잘못을 이야기해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형제들을 비교하며 A에게는 B욕을, B에게는 A욕을 해 경쟁을 시키면서 "너는 투자대비 성과가 저조하다.", "그렇게 못생겨서 어떻게 결혼하느냐."는 말을 버릇처럼 하는 엄마

- 아이가 셋인 아들 집에 결혼 전에는 아들 월급을 내가 관리했다며,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딸이 낳은 손주의 등하원만 도와주는 엄마. 아들의 자녀들에게는 간식한 번 안 사주면서 카카오톡 프로필은 아들의 자녀들로 해놓고 주변에 아들의 자녀들이 상을 받거나 좋은 성과를 내면 자랑하고 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하지 말라고도 해보고, 불쾌감을 표현해도 돌아오는 말은 "내가 언제 그랬냐.",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느냐."며 리얼라이프 빌런들은 오히려 나를 나무랍니다. 하도 오리발을 내밀어서 녹음을 해서 들려주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거나 어떻게 녹음을 할 수 있느냐며 소름 끼치는 행동에 정이 떨어진다고  까지 하면서 펄펄 뜁니다. 오만정 다 떨어져서 등 돌리고 떠나려고 하면 또 너밖에 없다, 사랑한다, 이해해 달라 등 엄청 따뜻한 말들로 헤어질 결심을 했던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들죠. 그리고 다시 학대 행동을 시작하는 빌런의 행동패턴은 늘 반복됩니다.


직장에서 만난 사람이 아닌 가족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가장 사랑해줘야 할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며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학대 행위를 하지만 너무 길고 교묘한 행동을 주변인들에게 말하고 싶어도 설명할 길이 요원할 때가 많습니다. 리얼라이프 빌런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또는 자신의 평판에 손상을 입을 만한 행동의 경계를 귀신같이 알아요. 빌런이 타깃으로 삼은 또는 나에게 해를 입히지 못할 상대라고 판단하면 끊임없이 상대방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거나 그들을 이용해 자신이 이득을 취하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죠.


전문가들은 리얼라이프 빌런과의 일들은 꼭 메모를 시간순서대로 해두길 추천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심리상담센터를 갈 때도 반드시 사전에 리얼 라이프 빌런(전문 용어를 쓰지 않은 이유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리얼라이프 빌런의 행동패턴 중 일부와 더 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해 학계에서는 나르시시스트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는 상담센터를 찾길 권합니다. 전문의들 조차 리얼라이프 빌런들의 교묘한 행동에 대한 지식이 없거나 나르시시스트의 행동 패턴이 내담자의 설명에 담기지 않은 일상 곳곳에 치밀하게 숨어있음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입니다.


상담의 목적은 상담의가 내 편을 드는 게 아닌 나를 돌아보고 일상생활에서 개선점을 찾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때문에 나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필요한 정확한 도움을 받을 수 있거든요.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정리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종이에 적어서 전문가를 찾아가길 권합니다. 리얼라이프 빌런 때문에 겪은 고통을 설명하려는데 너무 오랜 기간 여러 일들이 일어나 머리가 하얘지거나 내가 겪은 일이지만 전후관계부터 시작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잘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마음이 상하는 일은 예상처럼 큰 일들이 아닙니다. 애정 없이 의무만 강요하며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강요하는 리얼라이프 빌런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생을 공유해야 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냥 넘어가 보려고도 하고 저런 작은 일들쯤은 대인배처럼 눈감고 지나치려는 노력도 해보고 수년간 숱한 노력을 해보셨을 겁니다. 상대를 바꿀 수 없다면 나의 반응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끝없이 경계를 침범하는 빌런들의 존재를 계속 알리면서 나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하면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봐요.




* 여러분이 만난 리얼라이프 빌런 사례와 해결책 또는 좌절하고 있는 상황 등 리얼라이프 빌런 관련된 모든 상황을 제보해 주세요. happyloser.77p@gmail.com <리얼라이프 빌런과 함께 살기>는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매거진입니다.


*이미지 출처: Fre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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