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화동오로라 Nov 10. 2024

너가 행복하면 그뿐이야


“내 친구 소은이 알지?”
“응 알지 고등학교 때 친구랬나?” 
  
  영희가 퇴사하고 한 달이 지났을 즈음, 도경은 친구가 하는 도시락 업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의류회사에서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퇴직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데 뭘 먹고살지 몰라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샌드위치를 주력으로 한 도시락 가게를 해야겠다 생각했고 1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4평의 작은 공간을 얻었다고 했다. 처음에 3개월은 계속 적자였는데 때마침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삼백만 원, 오백만 원, 매출이 오르더니 1년 만에 월 천만 원 매출이 났다고 했다. 지금은 20평 넓은 평수로 옮겨 한결 편하다는 등의 이야기였는데 영희도 주의 깊게 들었다. 제빵도 배우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니, 도경이 ‘영희 너도 한번 해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역도 다르니 소은에게 큰 피해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며 한번 만나만 보라며 소개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영희는 좀처럼 결심이 서지 않았다. 


 제빵학원에서 만들어온 쿠키를 도경의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눠 먹는데 도경이 너무 맛있다며 또 한 번 영희에게 도시락 업체 이야기를 했다. 당장 하라는 게 아니라 소개라도 받고 어떤 일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는다며 한 두 마디 더 보탰다. 가만히 듣고 있던 영희는 ‘그럴까?’ 작은 소리를 냈고 도경은 이런 건 생각난 김에 해야 한다며 바로 소은에게 전화를 했다. 
  “응 소은아 바빠?

 도경은 소은과 간단히 인사 후 용건을 전달했고 이번 주말에 가게로 한번 오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퇴사 후 재입사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자영업이라니?! 영희 가족뿐 아니라 주변에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없다. 특히 음식이나 음료 장사를 하는 사람은 건너 건너서도 없어 뭘 어떻게 할지 몰랐지만 도경을 통해 듣는 소은의 경험과 생생한 이야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밥그릇 싸움인데 도경의 부탁에 소은이 흔쾌히 수용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회계를 전공한 도경은 소은 가게 회계일을 도와주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신청해야 하는 부가세 신고와 일 년에 한 번 있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도와준다. 종합소득세는 품목별로 정리를 해야 해서 한 달에 10만 원에서 15만 원이나 돈을 내고 월기장이라는 걸 받아야 하는데 도경은 소은에게 부가세 신고 2회, 종합소득세 신고 1회 각각 수수료 5만 원씩만 받고 전반적인 세무, 회계 일을 도와주고 있다. 꼭 회계일 뿐만 아니라도 소은 자신도 퇴사하고 막막했다며 무슨 마음인지 너무 잘 안다며 도와주겠다고 했다. 



*


 토요일 오후,  도경과 영희는  소은의 가게 앞에서 만났다. 

 “소은아!”

 “도경~”

 “안녕하세요?”
 도경이 가게 문을 열고 소은을 부르며 들어섰고, 쿠키 포장으로 바쁜 소은은 포장 작업을 하며 인사했다. 뒤이어 영희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며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는 뭐야?! 우리 셋이 다 동갑이야. 말 편하게 해”

 “아.. 그럴까?”

 “그래! 나는 김소은이야”

 “응 나는 김영희”

 “이야기 많이 들었어. 도경이랑 둘이 중학생 때부터 친구라며?”
  “응”

 “나는 고등학교 때 친군데. 신기하게 어떻게 한 번을 못 봤지 우리?! 셋이 한번 만났을 법도 한데 드디어 만났네”


  소은이 먼저 영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분위기를 풀어주었고 영희도 그 분위기 따라 웃고 답하며 한결 편안한 분위기가 되었다. 소은도 도경과 비슷하게 털털하고 호탕한 성격이었다. 영희는 왜 소은과 도경이 친한지 알 것 같았다.  

 “그러게 말이야. 이제라도 만났으니 됐지 뭐. 바쁘지? 우리가 좀 도와줄게 뭐부터 하면 돼?”

 “아, 그러면 이거 쿠키 포장 좀 부탁해. 하나하나 비닐에 넣고 밀봉하고 앞쪽에 우리 가게 로고 스티커 붙여주면 돼. 500개.. 포장.. 해야 하는데 괜찮지..?”

 “금으.. 럼! 원래 일하면서 배우는 거잖아.”

 “고마워, 너네 아니었음 나 오늘 또 밤 12시 퇴근인데 일찍 퇴근하겠다. 그럼 나는 박스 포장해야지. 리본 끈도 자르고” 

 소은은 손가락 다섯 개를 천천히 펼쳐 보이며 500개를 조심스레 부탁했고 도경과 영희는 놀란 눈치였지만 놀란 반응을 재빨리 수습하며 본격적으로 일을 돕기 시작했다. 도경의 주도하에 영희도 소은 가게 일을 도왔다. 소은이 박스포장과 리본끈을 다 자르고 쿠키포장에 합류했다. 


 오후에 왔는데 어느덧 밤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비닐 껍질과 리본 자투리를 쓸고 담은 뒤 그제야 허리 한번 편다며 도경과 소은이 일어서서 기지개를 켜며 스트레칭을 했다. 단순한 일인데 몇 시간을 같은 자세로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셋은 저녁을 먹으러 테이블에 모여 앉아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팔과 어깨도 앞으로 뒤로 돌리며 저녁 메뉴인 보쌈 정식을 기다렸다. 

 배달음식이 도착했고 영희는 테이블에 포장용기들을 하나 둘 뜯어 가운데 모아놓았다. 도경은 바로 옆 편의점에서 캔 맥주 네 개를 끌어안고 들어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과 두툼한 고기, 쌈장과 편마늘, 새우젓을 조금 올려 상추쌈을 싸서 크게 한입 먹고 오물거리며 소은이 말했다. 

 “나 이거 오늘 첫 끼잖아. 아.. 맛있다 진짜.”

 도경은 맥주 캔을 하나 따서 곧바로 소은에게 건넸다. 치익~ 똑! ‘꿀꺽꿀꺽 꿀꺽꿀꺽 캬~’ 가게 안에는 소은의 맥주 마시는 소리만 들렸다. 첫 입에 맥주의 반 캔이나 먹고 나서 다시 또 상추쌈을 싸서 한입 크게 먹는 소은은 달콤하고 아삭한 보쌈김치에 고기를 두 세입 더 먹고 나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출근과 퇴근이 없다. 평일과 주말의 개념도 없다.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은 지 오래되었다. 돈은 회사 다닐 때 보다 잘 버는데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가 생겼다. 다 일일이 손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손목도 나가고 손가락 관절염도 생겨 약을 먹고 있다. 돈을 얻고 몸을 잃었다.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어서 병원 출입도 잦다, 등의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자영업의 희로애락이라고 했지만 도경은 왜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만 하냐며 소은을 말렸다. 혼자 일을 하는데 오랜만에 친구 만나니까 입이 터진 것 같다며 소은은 그동안 참았다가 엄마 앞에서 우는 아이처럼 힘들었던 이야기를 마저 쏟아 놓았다.   


 “지난달에 도시락 100개 주문이 들어온 거야. 요즘은 연예인 서포트 도시락이 많거든? 샌드위치에다가 한식도 추가해달라면서 크로와상 샌드위치, 떡갈비, 새우치즈오븐구이, 토핑 유부초밥 등등을 엄청 다양하게 주문했어. 안된다고 할 수 없잖아. 도시락 하나당 2만 원에 100개면 200만 원인데 무조건 된다고 했지! 근데 막상 하는데 손이 너무너무 많이 가는 거야. 나 혼자서 100개 다 하는데 36시간 동안 잠을 못 잤어. 근데 그것도 시간에 못 맞출 거 같아서 막 밤에 울었다니까. 결국 엄마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해서 우리 엄마 자다가 나왔고 겨우 시간 맞춰 보냈잖아.”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스트레스받는다며 소은은 남은 맥주 반 캔을 마저 다 들이켰다. 어느 정도 식사를 다 마친 뒤 본격적으로 가게를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키워나갔는지 실제적인 이야기들이 오갔다. 


 “작업실로 쓸 거고 포장만 하는 가게니까 작은 평수로 시작하는 걸 추천하고, 손님들이 오고 가지 않으니 상권이 그렇게 좋지 않아도 돼. 그래도 배송하는 트럭이 들어와야 해서 대로변에 1층을 추천해. 샌드위치나 디저트류의 간단한 도시락을 할지, 한식으로 할지 등의 주력 메뉴를 우선 구성해야 가게 이름도 정하고 로고 작업이나 이런 걸 진행할 수 있어. 나는 처음에 샌드위치랑 디저트만 하려고 ‘달콤 도시락’이라는 상호를 썼는데 하다 보니 한식도 안 할 수가 없더라고 아무튼, 메뉴 구성이 중요해! 그리고..”

 소은은 핸드폰을 두리번거리며 찾더니 미리 정리해 둔 내용을 한 번 죽 훑어보고 또 말을 이어갔다. 

 “아, SNS 계정 만들고 홍보부터 해야 해. 무조건 사진을 잘 찍어야 된다. 다들 SNS에 올라온 사진 보고 주문을 하거든. 자연광이 제일 좋지만 조명을 신경 써야 하고 카메라도 화질 좋은 것으로 써야 돼. 내가 쓰는 카메라도 괜찮으니 이따가 모델명 알려줄게. 도시락 위에 라벨지 작업이 중요해서 프린트도 좋은 걸 사야 해. 이것도 모델명 알려줄게. 음식 재료 주문은.. 도시락 용기 주문은... “

 며느리도 몰라야 하는 영업비밀인데 소은은 자기 일처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었고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업체들 전화번호도 공유해 주었다. 영희는 핸드폰을 켜서 녹음도 했고 수첩에 꼼꼼히 적기도 했다. 


 

 영희는 소은과 이야기하는 내내 희망, 소망 등의 단어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6개월만 쉬었다가 뾰족한 수가 없으면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갈 수 있는 곳이 그곳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전혀 새로운 회사에 취직할 수도 없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다. 결혼할 확률은 더더구나 없으니 6개월 뒤 영희의 삶은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버티다가 도망가고 또 버티다가 도망가는 것의 반복이었는데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란 생각에 퇴사를 한 후에도 마음 한쪽은 돌멩이를 얹은 것처럼 딱딱하고 무거웠다. 소은을 만나면서 그 돌멩이가 빠져나간 느낌이었고 숨도 한결 편안히 쉬어지는 듯했다. 자꾸만 입가가 올라갔고 마음이 간질거리며 설레기까지 했다.

 가게를 열자마자 소은처럼 성공가도를 달린다는 보장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영희 마음 한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안정감이 더 크게 차지했는데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것도 먼저 시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어서 그랬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식사가 끝났고 도경과 영희가 테이블 위를 정리하고 소은은 가게 정리에 나섰다. 가스밸브 잠그기, 환풍기 끄기, 수도꼭지 확인하기, 화장실 체크하기, 전등 끄기 등 가방을 들고나갈 준비를 마친 도경과 영희에 비해 넓은 데로 이사 와서 좋기는 한데 챙겨야 할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분주한 소은이었다. 셋은 밖으로 나왔고 소은은 위아래 문도 꼼꼼히 잠그며 문을 이리저리 한번 더 흔들며 잠긴 것을 확인하고 이제 정말 끝이라는 듯 크게 한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그리고 도경과 영희를 보며 까먹었던 일이 생각난 듯이, 또 정신이 이제야 든 사람처럼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가게에서 일하고 정리하느라 두서없이 힘들었던 이야기만 한 것 같고 또 실무적인 일들만 전달한 것 같네. 음.. 1년 동안 힘든 일도 있었지만 힘든 것보다 보람된 일이 더 많았어. 손님들이 도시락 너무 맛있다, 예쁘다 해줄 때가 제일 기분 좋고 잠 못 자고 몸 아픈 게 싹 달아날 정도로 행복해! 단골손님이 계속 늘고 또 믿고 맡겨주면 뿌듯하고 더 잘 만들어 보내고 싶은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소은은 걸으면서 이야기하자는 듯 몸을 돌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도경과 영희도 따라 걸어 다.  

 “또 손님들 반응을 떠나서 내가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들고 포장해서 담아놓은 도시락들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 음식 만들고 담고 예쁘게 포장하고 이런 게 좋으니까 계속하는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일인데 다른 사람도 좋아해 주니까. 서로 좋은 거지!”


  “야! 그러고 보니까”
 도경이 소은의 팔을 탁 쳤다. 소은은 ‘아!’ 하며 아픈 팔을 문지르며 말할 때 사람 치는 거 아직도 못 고쳤냐며 도경을 나무란다. 아랑곳하지 않고 도경은 한껏 더 큰 목소리로 뒷말을 이었다.   

 “너 학교 다닐 때 꾸미고 포장하는 거 엄청 좋아했어!! 다이어리 꾸미는데도 알록달록 볼펜에 스티커에. 또 편지 쓰는 것도 좋아해서 편지도 자주 썼어. 편지봉투가 이만큼 빵빵해서 열어보면 기본 2장에서 많으면 4장이나 썼어. 맞지? 너 기억나지?!”

 “아 진짜?! 내가 그랬나? 그리고 목소리 좀 낮출래? 밤 10시가 넘었고 여기 빌라촌이라 다들 잘 시간이야 ”
  소은의 말에 도경의 목소리는 줄어들었지만 흥분과 감정이 공기에 잔뜩 섞여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너 진짜 그랬다니까! 우리 집에 네가 준 편지들 아직도 있을걸? 그리고 친구들한테 선물 줄 때도 포장지에 리본에 스티커에 포장이 정말 예술이었다. 근데 내용물은 학생이니까 필통, 수첩, 핸드크림 뭐 문방구에서 산 그런 것 들이었지만. 달콤 도시락이 잘 되는 이유가 있었네. 너한테 도시락이 딱이다. 예쁘게 꾸미고 포장해서 사람들 기분 좋게 해주는 그런 거.”

흥분한 도경에 비해 소은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 사람처럼 영희에게 필요한 말을 손가락을 꼽아가며 조목조목 전했다.   


 “아무튼 영희야, 한번 해봐! 너도 음식솜씨 좋다며? 사람들한테 요리해 주는 것도 좋아하고. 좋아하고 잘하면 돼! 그리고 기본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해. 음식 맛있게 하기. 주방 포함 가게 청결하기. 원하는 시간에 잘 맞춰서 배달 가기 이것만 해도 반 이상 성공이다! 얼핏 보면 쉬운데  기본이 또 어떤 때는 제일 어려워. 도시락 나가고 나면 설거지할게 한 가득이야. 대충 하고 쉬고 싶은데 그게 안 돼. 설거지 한 시간 걸리지, 재료준비도 한 시간 걸리지. 작업실 청소도 해야지. 퀵 기사님 시간 맞춰 불러도 막히면 늦어서 제시간에 못 가기도 한다? 그래도 위 세 가지는 무조건 지키려고 노력해야 돼. 기본이 이렇게 힘들어. 하다가 궁금하거나 모르는 거 문자나 전화해. 작업 중에는 바빠서 못 받거나 할 수 있지만 여유 있을 때 확인해 보고 답장할게.”

 영희는 가게에서부터 소은에게 고맙다는 말만 이십 번은 넘게 했고 고맙다는 말이, 말 뿐인 것 같아 염치없어 ‘응’이라는 대답으로 바뀌었다. 세 사람은 소은의 집까지 걸어왔다. 소은은 가게를 이사하고 몇 블록 옆 빌라를 구해서 살고 있다. 빌라 1층에서도 소은은 영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계속하다가 도경이 빨리 가서 쉬라며 입구 안으로 떠밀고 문을 닫자 소은도 그제야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올라갔다. 



 도경과 영희는 버스정류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영희는 그제야 도경이 보였다. 소은에게 했던 것처럼 ‘고맙다’는 말을 또 반복한다.  

 “아직 고마운 거 아니고, 가게 차리고 잘 돼야 고마운 거지!”
  정신 차리라며 팩트 폭격을 날리는 도경에게 영희도 맞는 말이라며 크게 웃는다. 
  “너 잘 살면 돼. 네가 행복하면 그뿐이야.” 

  도경이 두 팔을 크게 펼치곤 영희를 안는다. 


 직장 운도, 남자친구나 결혼 운도 지지리 복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모든 운은 친구 운으로 몰빵 했나 보다며 영희가 도경의 품에 안겨 우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타야 할 버스가 도착해 이제 막 정류장을 떠나려는 참이다. ‘야 저거 타야 돼’라는 말과 함께 도경이 안고 있던 영희를 밀치고 뛴다. 도경이 몇 마디만 더 했더라면 살짝 눈물도 나려고 했던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자신이 내동댕이쳐진 이 상황과 버스를 향해 뛰는 도경의 뒷모습이 우스워 영희는 도경을 따라 뛰다가 웃다가 뛰다가, 활짝 웃었다.  





이전 11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