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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by 혜화동오로라




진희의 주재원 결정이 났다.


몇 년 전 지역전문가로 남미를 2년 정도 다녀왔고 회사에서도 스페인어를 계속 배우는 중이었다. 4개 국어에 능통하고 스페인어를 잘 구사하는 준석보다 이제는 진희가 더 잘하는 수준이 되었다.


진희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좋아했는데 왜 좋아했을까 생각해 보니 공부를 통한 경쟁을 좋아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시험으로 확인해 등수가 매겨져 1등 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회사에서도 정기적으로 시험을 보는데 즐겁게 시험을 본다고 했다. 진희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주재원을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진희는 남미로 출장을 자주 가고 한번 출장을 갈 때마다 몇 달씩 다녀온다. 출장의 주된 업무는 현지 주재원의 서포트 역할이었는데 갈 때마다 주재원분들의 고충을 전해 들었다. 한국과 정반대의 시간과 계절을 살고 있는 남미, 그 지역과 시간에 출근과 퇴근을 해야 하지만 한국 본사와의 교류와 업무 보고도 담당해야 한다. 낮에도 일하고 밤이나 새벽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 현지 주재원의 업무를 지켜보던 진희는 출장을 다녀올수록 주재원을 나가지 않고 한국에서만 회사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가족들에게도 한국에만 있을 거다, 다녀와야 승진이 유리하다, 등 몇 번 말이 바뀌었다가 아무래도 주재원을 다녀오는 게 승진에도 도움이 되고 또 체류비 생활비가 지원이 되기에 월급을 고스란히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겨울, 내년 봄쯤 나가는 것으로 결정을 한 것이다.


아파트와 자동차는 팔기로 했고 집안에 있는 가전제품도 정리했다. 자동차와 텔레비전은 영애와 정섭에게, 냉장고와 에어컨은 선희에게 주었다. 소파나 침대는 중고로 팔거나 처분했다. 영애는 가만히만 놔둬도 값이 오르는데 아파트는 팔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은 호황인 부동산이 앞으로 몇 년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며 4년 뒤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살겠다고 했다. 그래도 목소리 높여 아파트를 팔지 말라는 영애의 성화에 이런 자신감은 든든한 경제력에서 오는 거라는 영희 말에 영애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한국에 집도 없이 차도 없이 물건도 남김없이 진희와 준석은 맨몸으로 한국을 떠난다. 개인 짐을 배로 부쳤고 두세 달 정도 걸린다. 남미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에서 머물기로 했고 개인 짐이 오자마자 계약해 둔 아파트로 들어가기로 했다.


캐리어 두 개로 짐이 정리되었고 한 달여간 시댁과 친정,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며 인사하는 시간을 보냈다. 시댁에는 준석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 외할머니가 함께 산다. 용인의 유명 브랜드 아파트 그중 펜트하우스에 거주 중인 시부모님 댁은 복층이다. 신축 아파트였음에도 전체 리모델링을 하고 들어왔고 집안의 모든 가구는 엔틱가구를 들였다. 거실, 주방, 어느 방을 가더라도 통일성이 있었다. 높은 층고의 거실에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와 곳곳의 부분조명으로 넓고 높은 집임에도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집이다. 1층에 부부 침실과 서재가 있고 시할머님이 지내시는 방과 주방 옆 가사도우미가 지내는 방이 작게 하나 더 있다. 2층은 진희와 준석이 1년 정도 살았다. 진희가 지역전문가로 외국을 몇 년씩 다녀와야 할 시기, 신혼집을 전세로 놓고 준석이 부모님과 같이 지냈고 진희가 한국에 올 때마다 시댁에서 지냈다. 방 2개와 거실, 간이 주방이 있어 두 집 살림이 충분히 가능했다.


저녁을 먹고 커피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내려마셨다. 짐은 꼼꼼히 다 챙겼는지, 한국에는 또 언제 오는지 궁금한 이야기들을 묻고 답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시아버지가 흰 봉투를 건넸다. 준석이 바로 건네받고 확인했다. 꽤 두툼한 봉투에 달러가 빼곡히 들어 있었다.

이어서 시어머니가 남미 가서 필요한 거를 사거나 먹고 싶은 거 먹으라는 말을 덧붙였다. 진희와 준석은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진희와 준석은 아이가 없다. 앞으로도 낳지 않을 계획이다. 결혼 초 시댁에서 그래도 한 명은 낳으라며 성화셨지만 진희 혼자 직장 생활하며 가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 더 목소리 높일 수도 없다. 아이 키우느라 고생하고 싶지 않고 또 잘 키울 자신도 없다, 둘이 잘 살고 싶다고 했다. 시어머님은 존중하고 받아들였다. 만나면 더 이상 손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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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은 대가족이고 일정을 한 번에 맞출 수 없어 두 번에 나누어 인사했다. 1차는 진희 부모님과 선희네 가족 2차는 미희와 정태, 영희를 만나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 2차 팀 모임이다. 영희는 점심 약속이 있어 오후쯤 티타임에 합류하기로 했고 미희와 정태가 점심을 사기로 했다. 진희가 남미에 가면 한국음식이 그리울 것 같다며 해물찜이 먹고 싶다고 했고 미리 알아봐 둔 곳이 있다며 앞장서서 식당으로 향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넓고 쾌적한 프랜차이즈 매장이었고 식탁과 의자, 식기들도 깨끗했다. 음식은 엄청 맛있다거나 맛이 없다 거나하지 않고 특별할 것 없는 보편적인 맛의 프랜차이즈 느낌이었다.


매운걸 잘 먹지 못하는 정태는 ‘습습’하며 연신 물을 마셨고 봄이었는데도 한여름처럼 땀이 줄줄 흘러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았다. 매운 거 못 먹는 거 뒤늦게 생각이 났다며 진희가 정태를 살폈다. 탕을 하나 더 시키자고 했지만 정태는 이런 것도 자꾸 먹어야 는다며 계속 이렇게 살 순 없다(?)며 적절한 유머로 진희와 준석의 식사가 방해되지 않게 노력했다. 카페로 이동했고 커피도 정태가 사겠다고 했지만 진희는 정태를 가로막았다. 아이스 라테 세 잔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딸기 생크림 와플과 레몬 마들렌을 진희가 계산하고 넷이서 테이블에 앉았다. 정태는 그간 궁금했던걸 물었다. 준석이 대부분 대답했고 진희가 한 두 마디 보탰다. 미희는 듣고만 있었다.


‘보통 주재원은 4년 정도 있고 더 있고 싶은 사람들은 5년이나 6년도 있다, 우리는 4년만 채우고 올 거 같다. 여기저기 살아봤는데 한국이 음식도 제일 맛있고 편리하고 살기 좋더라. 일 년에 한 번씩 들어올 거고 가봐야 알겠지만 내년 여름이나 가을쯤 한국에 들어올 것 같다. 한국에 집이 없으니까 호텔에서 몇 달 머무를 예정이다. 우리가 가는 지역은 높은 건물이 별로 없고 우리가 지내는 아파트가 23층으로 가장 높다. 어쩌다 보니 꼭대기 층에 살게 됐다. 100평 정도 되는데 수영장도 있고 테라스도 넓어서 바비큐 하기에도 좋다. 방이 5-6개인데 두세 개만 사용하고 나머지 방은 잠가 둘 것 같다. 둘이 살기에 넓기는 한데 보통 지금 주재원분이 사시던 곳을 이어서 산다더라, 우리도 그렇게 됐다. 놀러 오면 방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와도 좋다. 차는 가서 살 거고 외국인이 운전하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현지 운전수를 고용할 생각이다. 남미가 위험하기는 한데 그래도 잘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치안이 좋다고 하더라. 그래도 조심할 예정이다.’


미희는 4년 중에 한 번은 언니와 형부가 있는 남미를 가보고 싶다고 말했고 정태는 4년 뒤, 좀 더 나은 삶을 살며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능력 있는 아내를 둔 준석이 부럽다고 말하는 정태 말에 다 같이 웃기도 했다.


곧이어 영희가 도착했다. 진희에게 줄 운동화를 한 손에 들고 있었는데 지난 일주일 동안 고심해서 고른 신발이다. 신발 하나를 고르는데 미희에게 여러 번 전화하고 문자를 했다.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미희와 정태의 여러 번 컨펌을 받고 결정된 신발이다. 영희는 결국 살건대도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확인을 받고 사는 게 그간의 습관이 되었다.


진희는 영희와 체형과 키가 비슷하다. 진희는 옷이나 신발을 영희에게 자주 나누었는데 영희도 진희가 주는 옷과 신발이 잘 맞았고 마음에 들었다. 받기만 하던 영희가 이번에는 진희에게 무언가 선물해 주고 싶었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는데 멀리 가는 진희가 어디를 가든지 좋은 일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 운동화 선물을 결정했다.


신발을 준비하면서 그간 진희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없었다. 영희도 놀랐다. 언니는 돈이 많으니까, 필요한 것도 다 있겠지, 없더라도 필요하며 다 살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처음으로 진희에게 선물을 한다는 생각에 영희는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얀 쇼핑백 안에 빨간 상자가 꺼내지면서 편지가 한 장 툭 떨어졌다. 진희가 편지를 주워 들자 영희는 집에서 읽으라며 급하게 말했고 진희는 편지를 가방 안에 넣었다.


상자 안에는 하얀색에 노란색 나이키 로고가 스티치 라인으로 들어가 있는 깔끔하고 귀여운 느낌의 신발이 들어 있었다. 진희는 신발을 꺼내 두 짝을 맞추어 보더니 예쁘다며 마음에 든다고 했다. 준석과 정태도 진희와 잘 어울리겠다며 한 마디씩 보탰다. 다행이라며 안도한 영희는 그제야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켰다.


“준석이 브라질에서 살았잖아. 나보고 좋은 옷이나 운동화 신고 그러면 남미에서 범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나이키나 뭐 브랜드 옷 절대 사지 말라고 했거든. 이거 하나는 신고 가도 되겠지?”

“어.. 응 뭐 그 정도는 괜찮아.”

둘이서 나눈 자세한 이야기들을 동생들이 있는 자리에 꺼내놓으니 살짝 멋쩍어진 준석이 웃으면서 대답했고 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는 일화들을 꺼내 놓았다.

“오버하는 게 아니라, 나 10대 때인가? 브라질에서 강도 두 명이 내 머리에 총 대면서 가지고 있는 거 다 내놓으라는 거야. 손을 들고 있어야 하니까 바지에 손을 넣을 수 없잖아. 결국 바지 벗기고 지갑 털어간 적이 있어. 어릴 때인데 진짜 너무 놀라서 아직도 트라우마야.”

“와 진짜요 형님?! 영화에서 나올법한 일이 실제로 있네요?!”

“나는 지갑이라 다행이지. 같이 알고 지낸 한인 중에 집 계약 건으로 은행에서 현금 오천만 원 인출하고 나가는 길인데 은행 나오자마자 강도가 총 들이밀면서 현금 내놓으라고 했대. 어떡해 안 주면 총 맞아 죽게 생겼는데. 결국 고스란히 오천 뺏기고..”

“와.. 거기서 어떻게 살아 언니?!”

듣고 있던 영희가 꽤나 충격이었는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가린 두 손을 천천히 내리며 진희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 주재원으로도 가겠지. 그리고 기본만 잘 지키면 돼. 밤늦게 안 돌아다니고 골목길은 피하고 사람 많은 데로 다니고. 또 누나네 사는 지역은 치안이 그래도 좋은 편 이래. 아, 형님 그러고 보니까 집에 생존가방도 있잖아요?!”
정태가 영희를 안심시켰고 광교 집에서 봤던 생존가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생존 가방? 그게 뭐야”

“전쟁 나면 가방만 들고나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가방인데 백팩으로 두 개 있어. 누나 형님 각각 하나씩. 그 가방 하나에 백만 원어치 들어있다.”
“아 진짜?!”

“뭐 온 갖고 다 들었어. 나침반, 로프, 칼, 손전등, 은박 담요, 식량 등. 진희 누나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보니까 한국에서 이 정도면 어딜 가든 생존한다. 형님, 든든합니다!”

정태는 준석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저녁이 되어갈 무렵, 진희는 아직도 챙겨야 할 서류와 회사에 제출할 서류가 많다고 슬슬 정리하자고 했다. 준석도 집에 가려면 또 한참 가야 하니 그만 일어나자고 했다. 일제히 일어났고 건강히 다녀오라고 내년에 만나자며 인사를 건넸다.


준석은 우리 있을 때 꼭 한번 오라며 비행기 값만 가지고 오라고 했다. 미희와 영희는 ‘네!’라고 대답하며 진짜로 꼭 가보고 싶고, 가겠다고 대답했다. 남미라니?! 여행 좀 다닌다는 사람들도 가기 어려운 곳이 남미인데 언니가 아니었다면 평생에 한 번이라도 가볼 엄두도 안 났을 텐데 그 멀고 가게 어려운 곳이 가깝고 쉽게 느껴졌고 여행 생각에 심지어 들뜨기까지 했다. 내년에 갈까 내 후년에 갈까? 언니랑 형부는 언제가 좋냐고 헤어지는 마당에 말이 길어진다. 정태는 미희 팔을 건드리며 자제시켰다.


“누나는 고생하러 그 먼 곳까지 가는데 가족이 놀러 갈 생각 하는 건 아닌 거 같아. 가게 되면 무조건 누나네 집에서 신세를 지거나 누나나 형님 에너지가 쓰이는 건데 우리가 간다는 것 자체가 누나와 형님에게 무조건 피해 끼치는 거야. 가게 되면 숙소 따로 잡고 누나와 형님 일하고 생활하는데 피해 가지 않는 선에서 하자고 해야 되는데 그러면 일인당 비행기 값이랑 체류비 해서 기본 오백에서 천만 원은 들 걸? 우리 형편에 무리야. 갈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잘 보내드리자.”

찬물을 끼얹었다. 미희는 ‘형부가 와도 된다고 했잖아’ 라며 조용히 맞받아쳤고 ‘형님이 좋은 마음으로 오라고 했어도 우리 입장에서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자기 좋을 대로 생각만 해. 시골 부모님도 누나 있을 때 한 달 남미여행 간다며 형님보고 가이드 해달라고 하지. 너도 간다고 하지. 누나 생각해 주는 사람이 가족 중에 정말 없는 것 같아.”


정태도 이 말까지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간 담아놓았던 생각이 툭 하고 나와 버렸고 내뱉고 나니, 아차 싶었다.

“누나 형님만 무조건 잘 지내시고 건강히 다녀오세요!”

하며 급하게 마무리하며 인사했고 흰 봉투를 꺼내 건넸다.

“요즘 환율이 많이 올라서 얼마 안 돼요. 삼백달러인데 남미 가서 필요한 거 사시고 맛있는 것도 사 드세요.”

냉랭해진 분위기에 준석과 진희가 당황했고 정태가 준비한 봉투를 얼른 꺼내 건넸다. 미희와도 이야기되지 않은 봉투였다. 정태가 그간 모은 용돈에서 환전을 해온 것이다. 정태는 오르락내리락 환율이야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노력했다. 카페를 나와 네 사람은 아파트 입구까지 같이 걸었고 진짜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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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조금 상한 미희는 영희와 광역버스를 타고 갔고 정태는 혼자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미희는 가족끼리 할 수 있는 이야기였고 그렇게 크게 잘못한 거 같지 않은데 우리 가족까지 싸잡아서 이렇게까지 한소리를 들었어야 했나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영희는 말하지 않아도 미희 마음 상태를 느끼고 안다. 영희도 그간 생각해 왔던 것들을 차근차근 꺼냈다.


“언니, 정태오빠 말이 맞아. 평생 이렇게 나고 자라서 당연했고 잘 몰랐던 것들이었는데 알게 모르게 진희언니에 대해서 우리가 미성숙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 요즘 뉴스에 연예인 가족 이슈가 많잖아. 부모님 빚 몇 십억을 몇 년째 갚고 있다, 연예인 생활하면서 가족 먹여 살렸는데 알고 보니 가족이 몇 백억을 빼돌렸다, 손절했다, 연을 끊었다 등등. 남 일이니까, 가족이 너무했다. 누구 연예인 불쌍하다 하잖아. 진희언니가 엄청 부자가 아니라서 다행이고 지금이라도 언니가 할 거는 다 하면서, ‘우리 가족 우리 가족’ 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자기 영역을 지키는 것도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연예인 가족들도 뭐 처음부터 등골 빼먹어야지, 몇 백억 빼돌려야지 했겠어? 연예인 수입이 생각보다 많고 그러니까 가족이나 지인이 몰리게 되지. 어쩌면 자연스러운 거지. 그러니까 연예인 이슈가 한 둘이 아니라 꽤나 비일비재한 거 같아. 우리 가족도 이제는 좀 성숙해야지. 자기 인생 자기가 책임지고 살아야지. 아무리 가족이어도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해.”


미희는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았지만 영희 말을 집중해서 들었고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영희와 미희는 서울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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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진희는 영희에게 선물 받은 신발을 꺼내 신발장에 넣었고 영희가 써준 편지를 가방에서 꺼내 읽었다.



진희언니

발사이즈가 같다는 이유로 항상 언니에게 신발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야 나도 신발을 선물하네. 언니는 우리 가족에게 정신적인 지주이자 나에게는 영원한 롤모델이지만 이제는 언니 자신을 위해 꽃길만 걸어. 언니가 한국에 돌아올 땐 가족이 더 이상 짐이나 상처가 아닌 힘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 우리가 기다리고 있을게 건강히 잘 다녀와 사랑해♡


영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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