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세무 (2)
스타트업 회사의 경우 급여와 근로소득세 계산 작업은 전문적인 외주업체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여는 정말 중요한 부분인 만큼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기도 하고, 회사 운영상 그게 더 효율적이거든요. 그래도 급여를 주고 있는 입장이라면 직원들의 연말정산까지 직접 다 해줄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근로소득세가 최소한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는지 정도는 대략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근로소득세는 전반적으로 2단계 징수 과정을 거칩니다. 첫 번째는 매월 월급 지급 시마다 임시로 원천공제되는 단계, 두 번째 단계는 1년간 모든 소득과 비용, 그리고 원천공제되어 냈던 세금을 싹 다 정산해서 최종 결정 세액을 결정하는 단계, 즉 연말정산이죠. 그럼 우선 매월 급여에서 원천징수해가는 근로소득세는 어떻게 계산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국세청 홈택스에 가면 다운로드할 수 있는 근로소득 간이세액 표라는 것이 있는데요, 내 이번 달 월급여액과 공제대상가족 수만 알고 있으면 정말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월급여액은 비과세 급여는 제외한 금액입니다. 대표적인 비과세 급여는 월 10만 원 이하의 식대(급식 형태로 제공해주는 식사 포함), 월 10만 원 이하의 출산 또는 6세 이하 자녀 보육수당, 학자금, 실비변상 성격의 여비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제대상가족수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부양가족 수인데요, 만약 20세 이하 자녀가 있다면 ×2로 카운팅 해줍니다. 부양가족이 배우자와 18세 딸, 15세 아들이 있다면, 18세 이하 자녀를 두 배수로 하고 본인까지 합해서 총 6명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봤을 때 나의 월급여액이 420만 원이고 공제대상가족수가 6명이라 할게요, 그럼 그대로 간이세액표를 쭉 따라가 보기만 하면 됩니다. 그랬더니 93,040원이 나오네요.
이 금액이 바로 매월 내 급여에서 임시로 공제하는 근로소득세가 되고, 지방소득세 10%까지 추가하면 102,340원이 됩니다. 93,040원+9,304 원이면 102,344원이 아니냐고요? 네, 정부는 원단위까지 세금을 떼어갈 만큼 쪼잔하지 않거든요. ㅎㅎ 원단위는 절사해 주는데, 반대로 내가 정부로부터 환급받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아, 그리고 간이세액표를 보시면 한 가지 특이점이 있는데, 가장 낮은 세금이 1,040원부터 출발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소액부징수라는 원칙이 있어서 징수액이 1,000원 미만으로 계산되면 세금을 징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로소득세 계산 시 적용되는 원칙이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매월 내는 이 세금이 너무 부담된다거나, 오히려 더 많이 내고 나중에 연말정산 때 많이 돌려받고 싶다는 직원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경우 근로자는 80%, 100%, 120% 원천징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월급 받을 때는 조금만 떼이고 연말정산 때 제대로 내겠다 하면 80%, 반대로 월급 때 미리 더 많이 떼이고 싶다면 120%를 선택하면 됩니다. 이도 저도 상관없으면 그냥 100%로 두면 되고요.
자, 이제 두 번째 단계인 연말정산 때 근로소득세 계산하는 과정을 간략히 살펴볼게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1년간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합한 것이 연간급여액입니다. 참고로 회사에서 받은 경조금,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부터 받은 장학금 등은 아예 근로소득 자체로 보지 않습니다. 이 연간급여액에서 아까 말씀드린 비과세소득을 빼준 금액을 '총급여액'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일반 사업자들은 사업하면서 발생한 필요경비를 차감해서 소득을 계산하지만 근로소득자는 필요경비라는 걸 구하는 게 좀 어렵죠. 그래서 비슷한 개념으로 근로소득공제 금액이란 걸 계산해서 근로소득에서 일괄공제해줍니다. 이렇게 계산된 금액 근로소득금액이에요. 근로소득공제 금액 계산 방법은 아래 표를 따릅니다.
만약 총급여액이 400만 원이라면 500만 원 이하 구간이니 400만 원×70%=280만원을 빼준 120만 원이 근로소득금액이 됩니다. 총급여액이 5000만 원이라면 1200만원+(5000만원-4500만원)×5%=1225만원이 되겠네요. 근로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최고 2000만 원까지만 근로소득공제가 가능합니다.
이제 그다음 단계가 과세표준과 산출세액을 확정하는 단계입니다. 연말정산 때마다 부양가족공제나 신용카드 사용액,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등 연말정산 자료를 취합하는 이유도 이 단계를 준비하기 위함입니다. 이 부분은 매우 복잡하니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어쨌든 돈을 많이 쓸수록 더 돌려받는 구조예요.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를 진작해서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테니까요. 물론 공제항목마다 한도가 정해져 있으니, 그걸 잘 따져보고 전략적으로 꼭 써야 하는 곳에 쓰는 게 좋겠죠. 공제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하나는 소득공제이고 또 하나는 세액공제입니다. 소득공제는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것, 즉 번 돈에서 빼 주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산출세액을 바로 깎아주는 겁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뭐가 더 유리할까요?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도 올라가기 때문에 고소득자에게는 소득공제가, 저소득자에게는 세액공제가 유리합니다. 그럼 소득세율 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누진세율이라 소득이 높아질수록 최고세율 45%까지 올라가네요. 저는 평생 볼 일 없을 것 같은 세율이지만... 어쨌든 위의 계산 방법에 따라 나온 과세표준이 2000만 원이라면 72만원+(2000만원-1200만원)×15%=192만원이 계산됩니다! 혹시 세액공제 20만 원이 있다면 최종결정세액은 172만 원이 되겠네요. 자, 지난 1년 동안 매월 월급에서 떼였던 세금이 총 200만 원이었다면 28만 원을 환급받을 테고, 반대로 냈던 세금이 172만 원보다 적다면 그만큼 뱉어내게 되는 겁니다. 이때 환급받는 돈을 13월의 보너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글쎄요... 그냥 내가 낸 세금을 제대로 다시 계산해서 돌려받는 것일 뿐인데 보너스라 할 수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만약 뱉어내야 하는 세금이 너무 커서 부담이 많이 된다면 3개월에 걸쳐서 쪼개어 납부할 수 있습니다. 연말정산에서 확정된 세액은 2월 급여에 반영되는데, 2월, 3월, 4월에 각각 1/3씩 내는 것이죠. 차감징수 세액이 너무 크다고 슬퍼하는 직원이 계시다면 이 제도를 꼭 활용하시도록 알려주세요!
지금까지 근로소득세 2단계 징수 과정을 설명드렸는데요, 사실 이 뒤에 3단계가 숨어있기는 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는 별 상관이 없어서 잘 활용되지 않을 뿐. 바로 5월에 있는 종합소득세 신고 및 납부 기간이에요. 만약 연말정산 때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이때 다시 정산해서 추가 납부하거나 환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때는 회사가 도와드리지 않고 근로자가 직접 세무서에 신고하셔야 합니다. 힘들게 연말정산 다 끝내고 원천세 신고까지 다 끝냈더니 뒤늦게 증빙 가져오며 요청하시는 직원이 있다면, 괜히 신경전 벌이지 마시고 이렇게 조용히 말씀드려 주세요.
"5월 종합소득세 신고기간 때 직접 세무서에 진행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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