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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Won Aug 03. 2020

철학자의 길에서
언감생심

서유럽 여행기 3.

  레 미제라블 (한국에선 장발장)을 쓴 빅토르 위고가 생전에 집필하던 곳. 그 건물 앞이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있는 그랑플라스 광장이다. 이 광장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광장으로 유명하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로 둘러싼 그랑플라스 광장엔 여행자들로 빼곡했다. 비를 맞으며 오줌싸개 동상을 본 날은 벨기에의 국왕 필리프(Philippe)의 생일을 위한 축제가 열렸다. 벨기에의 전통의상처럼 보이는 옷을 입은 사람들의 축하행렬은 볼만한 볼거리였다. 오줌싸개 동상을 보고 나서 점심으로 먹은 홍합요리는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골목을 돌아 돌아 도착한 식당은 작은 규모이지만 맛과 주인의 친절한 서비스는 최고다. 


  네덜란드의 풍차마을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전시용인 풍차를 보며 풍차 안에 마련된 상점에선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이드가 설명했다. 된장과 비슷한 모양의 치즈에 대해 듣다 보니 각국의 선조들의 지혜로 만들어진 발효음식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에 존경심이 절로 나왔다. 풍차가 보이는 곳에서 점심으로 먹은 크리페는 그동안 먹어본 것 중 제일 맛있었다. 


  빗속의 풍차를 뒤로하고 유채꽃과 풍력 발전기가 곳곳에 있는 곳을 지나며 도착한 독일은 세련된 그러면서 욕망이 넘치는 차남 같은 당찬 모습으로 다가왔다. 비록 동서독의 벽이 허물어진 곳엔 가보진 못했어도 축구선수 차범근이 활약한 곳이라 더 친근했다. 이곳의 가이드는 런던의 한국 관광가이드에게서 느꼈던  세련됨에 시크함이 더해져  심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풍부한 지식, 세련미와 시크함까지 겸비하여 단연 여행객들의 마음을 더 들뜨게 하기 충분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좋아하는 선생님 과목을 들으면 성적이 올라가듯 그가 하는 모든 설명이 귀에 쏙쏙 잘 들어왔다

 

  독일의 시청광장을 떠나 괴테가 사색하기 위해 차주 찾던 산책로 "철학자의 길"이 있는 대학도시이며 관광도시로 유명한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많은 학부가 외부로 옮겨진 상태여도 곳곳은 대학가답게 젊은 기백이 그러면서도 어떤 포용력에 이끌린 듯 마음이 편안했다. 다른 곳 보다 우선 철학자의 길을 걷고 싶었다. 철학자의 길을 다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이 안 되지만 벽을 보며, 길을 오르면서 이곳을 거쳐간  많은 철학자에게  “저도 후손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주제 파악도 못하고 그것도 큰소리로 속내를 보였다. 연초록으로 그을린 벽이 철학자 괴테의 옷자락이라도 된 양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쁘띠프랑스로 출발했다. 

 

  이곳은 프랑스 파리가 큰언니라면 막내 언니 같은 발랄함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그곳에서 먹은 프랑스식 갈비구이는 짰지만, 낮이라 맥주도 못 마셨고 또한 거리의 테이블에서 먹지도 못했지만, 유리창 너머 보이는 생기발랄함에 기분이 좋아 그 짠 음식을 다 먹었다. 여행자 한 명이 2시간 동안 일행에서 벗어나 보고 싶었던 불에 탄 노트르담 대성당 외관이라도 보려 했던 예정이 취소된 것이 아쉬웠다. 그 사람은 코를 고는 나의 룸메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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