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게 장땡
문전옥답(門前沃畓)이라는 말이 있듯이 집 앞에 있는 텃밭만큼 좋은 게 없다. 지금 같은 장기적 팬데믹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주말 텃밭이라는 걸 처음 했을 때 집에서 텃밭까지 거리는 차로 40분이었다. 처음엔 재미가 있어 주말에 눈 뜨면 달려갔다. 이후 차로 20분 거리에도 했었고, 이사 오기 전까진 걸어서 10분 거리로 가까워졌지만 점점 게을러졌다. 봄에는 날씨도 좋고 하니까 부지런히 가지만 비 오고 슬슬 더워지고 풀이 무성해지고 모기가 많아지면서 점점 발길이 끊어지곤 했다. 어쩌다 한번 가면 토마토는 너무 익어 터져 버리고, 고추는 말라비틀어져 있고 오이는 노각이 되어 있었다.
늘 문 앞에 텃밭을 갈망해오다가 집 지으면서 손바닥만 한 텃밭을 마련했다. 주차장에서 집으로 올라오는 계단 층층이 테라스 텃밭을 만들어서 고추랑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방울토마토 다섯 주, 고추 다섯 주 밖에 안 되지만 우리 세 식구 충분히 먹을 만큼 열매가 달려주고 있다. 일부러 따러 갈 필요도 없이 아침저녁으로 산책한 후 돌아오는 길에 방울토마토를 똑똑 따먹는데 그 재미가 솔솔 하다. 그야말로 제로 마일리지에 개꿀맛이다. 터질 새도 없이 익는 족족 따먹는데도 또 어느새 주렁주렁 달려있다.
뒤켠에 봄에 심은 포도나무에 얼기설기 달린 포도송이도 어느새 물들어 가고 있다. 집 앞 텃밭은 시시각각 변하는 관전의 즐거움, 가만 바라만 봐도 마음이 정화되는 식 멍의 기쁨을 주기도 한다. 메마른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고 새 가지가 쭉쭉 뻗어가고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고 익어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장면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평화롭고, 그렇게 생산적일 수가 없다. 소비적이고 소모적인 삶을 사는 인간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그 과정 끝에 맛볼 수 있는 먹방의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고. 암튼 어쩌다 보니 오늘의 결론은 슬세권, 팍세권 부럽지 않고 식멍, 먹방 다 되는 문전옥답 자랑이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