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고 산다는 것은
누군가 나를 노려보는 느낌, 뭔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으악, 사마귀다. 곤충 중에서 바퀴벌레와 비등비등하게 극혐인 사마귀, 그것도 매우 큰 왕사마귀.
왜 거기서 그러고 있는 건데? 다행히 통창에 붙은 사마귀여서 집에 들어올 염려가 없기에 딸을 불러 녀석의 동태를 관찰하기로 했다.
사마귀를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본 적은 처음이다. 특히 배 쪽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녀석은 우리가 배운 대로 머리, 가슴, 배로 뚜렷이 나뉜 곤충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 막 허물을 벗었는지 몸 전체가 투명하다.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삼각형 모양의 머리와 양쪽에 툭 튀어나온 겹눈인데, 그것이 사마귀의 인상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 겹눈 안에 점처럼 찍힌 눈동자가 있다. 작아서 소름 끼치고, 겹눈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어서 더 소름이다. 녀석도 우리를 관찰하는 건가? 그나저나 왜 유리창에서 이러고 있는 건데, 톱니가 있는 튼튼한 앞다리라도 유리창을 기는 것이 버거워 보이는 구만. 적당히 놀다 어서 풀섶으로 돌아가지 않으련?
아파트가 아닌 땅과 가까운 집에 산다는 것은 온갖 벌레와 더불어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 좋은데 벌레가 싫어서 이런 주택에 못 살겠다는 사람도 있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벌레에 질색팔색 하지 않는다.
가끔 집에 들어오는 벌레는 벌, 노래기, 노린재 정도고, 마당에서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매미는 각 1회씩 보았고, 나비, 잠자리, 무당벌레는 아주 수두룩 빽빽하다. 모기, 파리는 뭐 일상이지만, 신기하게 올여름 모기는 거의 없었다. 온갖 나비가 날아다니면 예뻐서 헤벌레 하면서 쳐다보다가 벌이 나타나면 기겁을 하고 쫓아내게 된다. 집 지은 지 1년밖에 안 됐으니까 아직은 브랜드 뉴라 벌레의 출현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 점점 많아질 것이다. 좋으나 싫으나, 미우나 고우나 더불어 살아야 한다.
집 짓고 사는 소감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좋은 것도 있고, 싫은 것도 있다고. 집 지으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좋은 것만 모아서 진공 상태에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장점이라고 생각한 것이 어느 순간 단점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하긴 집 짓기만 그럴까. 결혼이 그렇고, 육아가 그렇고, 돈벌이가 그렇고, 그러고 보니 사는 게 다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지금까지 내 경험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