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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경 Aug 17. 2024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계속 울리는 전화

It is very unusual that she couldn't answer my phone. Please go and check her. 밤이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국제전화로 걸려온 다급한 목소리. 가야 했다. 차를 출발시켜 가는 내내 전화했는데 대답이 없었다. 그녀 집 앞에 도착해서 창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었다. 계속해서 이름을 부르고 창문을 두드리니 소리가 난다. 으……. 하는 소리가 나서 대화를 시도했지만, 대화가 되지는 않았다. 나야. 너의 여동생이 전화했었어. 문 좀 열어봐. Go home!! I don't want to talk to you!!! 당황했다. 소리를 꽤 크게 질러서 겁이 났다. 어떡하지.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했는데 문도 안 열어주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친다. 서울의 박 선생님께 전화했더니 그냥 두라고 하신다.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와보라고. 차에 조금 앉아있다가 집으로 왔다. 다음날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다. 오늘은 같이 은행에 가기로 한 날이기 때문에 나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전화했는데 계속 받지 않고 창문도 두드려 봤는데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어떡해야 할지 몰라서 Y에게 전화하니 빨리 대사관에 전화해 보라고 한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대사관에 전화하니 119에 전화하라고 한다. 어젯밤에도 왔었는데 병원에 안 간다고 했다. 거부한다.라고 전했더니 그래도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니 119를 부르라고 한다. H에게 전화했더니 119로 전화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고 서울의 박 선생님도 전화해 보라고 한다. 난 119에 전화해 본 적이 없어서 두렵다고 했더니 주인집에 한번 문을 두드려 보라고 한다. 혹시나 해서 문을 두드렸더니 주인집 아저씨가 무슨 일이냐고 해서 사정을 얘기했더니 빨리 전화해 보라고 한다. 옆에 있어 주겠다고. 119에 전화했더니 바로 경찰과 소방차가 왔다. 119에 전화해도 소방차가 온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창문을 뜯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소방관 대원 둘이 창문을 뜯고 들어가서 안쪽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자마자 강아지들이 맹렬히 짖는다. 방안에는 처참한 얼굴의 D가 있었고 그 옆을 루크가 지키고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며 그녀를 구급차에 태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겁이 나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불과 5일 만에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사람이라기보다 짐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옷도 입지 않고 온갖 오물이 뒤섞인 좁고 어두운 방. 그 안에 있던 3마리의 개와 그녀. 루크는 그 뒤로 집을 나갔다. 


한참을 떠돌다가 이틀 만에 돌아왔는데 지붕 밑에 있더란다.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먹고. 주인아저씨가 그래도 계속 먹을 것을 가져다주니 조금 먹기는 한다고 한다. 아마도 D를 기다리는 것이겠지. 다른 두 마리는 주인집 강아지들과 당분간 한솥밥을 먹게 될 것 같다. 주인아저씨가 잘 돌봐준다고 했는데 넓게 쓰던 곳을 다른 두 마리와 나누어 쓰려니 주인아저씨 강아지가 성이 난 것처럼 많이 짖는다고 한다. 원래 진료를 받던 병원이 있었다. 처음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던 그 병원이었다. 당연히 그 병원에서 그녀를 받아주리라 생각해서 제일 먼저 그 병원으로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우리는 그녀에게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어서 받아 줄 수가 없다. 이것이 병원 측 대답이었다. 화가 났다. 아무리 죽어가는 사람이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지금 가면 살 수도 있지 않은가.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로 핑계를 대며 그녀를 받아주기를 거부했다. 30분 거리의 조금 큰 병원에서 다행히 와도 좋다고 했다. 나는 내 차로 움직이려고 내렸다. 구급차에 누워있는 동안에도 my babies 외치며 멀리 갈 수 없다고 했던 그녀였다. 이 마당에 강아지들이 중요한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곧 이해가 갔다. 처음에 그녀를 지키고 있었던 루크의 눈빛이 생각이 났다. 안심시키고 운전을 해서 병원으로 가는 내내 너무 불안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왔지만 일일이 다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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