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 직장생활 극복기 7
주말이 사라졌다. 금요일 저녁의 기쁨을 만끽했던 게 불과 몇 초 전 같은데. 또다시 월요일을 맞이해야 한다. 나는 또다시 퇴사하는 상상을 해본다.
내향인이 보통 예민한 기질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크게 공감했다. 나 역시 그렇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사람들과 어울린 뒤에는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직장인이라는 죄로, 평일은 온전히 남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고로, 온전한 나의 휴식 시간은 주말뿐이라는 것이다. 고작 이틀밖에 되지 않는 주말을, 내가 어떻게 사용하는지 얘기해 보겠다.
우선, 되도록 약속을 잡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평일 퇴근 시간이 7시이기 때문에 약속은 자연스럽게 주말에 배치된다. 그렇지만 약속을 토, 일 연달아 잡지는 않는다. 서른이 되고부터는 도저히 이틀 연속 약속을 소화할 수 없게 됐버렸다. 토요일에 약속을 잡고,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누워 있는 것이 보통의 루틴이다. 물론 약속이 없는 주말도 있다. 그럴 때면 금요일 저녁에 혼술을 즐기고 다음날 느지막이 일어난다. 그리고 일요일에 자기계발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일요일은 하루종일 침대에서 보냈다. 일요일 낮시간을 비몽사몽 하게 보내고 어둑어둑해져서야 정신이 들었는데. 현실자각을 하는 시간. 즉, '현타'가 물밀듯 밀려왔다. 주말을 헛되이 보낸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주말은 최소 3일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해 본다. 3일 중 하루는 친구를 만나고, 다른 하루는 온전한 휴식을, 그리고 마지막 하루는 자기 계발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그렇다. 이번 주는 자기 계발 시간이 빠져버린 것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은 내게 상당히 중요하다. 이게 없으면 나는 쳇바퀴 돌듯 일하고 잠만 자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라면 어느새 나의 '현타'는 무한궤도를 돌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만다.
몇 년 전에는 이러한 부정적 생각을 막기 위해 더 큰 부정 에너지를 주입했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공포영화를 봤다. 원래 누구보다 귀신을 무서워하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무섭지 않았다. 기괴하게 생긴 귀신이 화면에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봐도, 당장 다음날 다가올 출근이 더욱 무서웠던 것이다. 간혹 내 정신을 빼앗을 정도로 무서운 영화를 만나면 출근의 두려움을 잊게 됐다.
출근이 유독 두려워진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직장인은 모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지. 돈이 뭐기에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건지. 나는 돈을 갖고 싶은 거지, 벌고 싶은 게 아닌데. 과연 나도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이 켜켜이 쌓인다. 고통을 끊기 위해 오늘은 오랜만에 공포영화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