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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블랙 Mar 16. 2024

습작2

1부 : 스무살

“홍기현“

..

“홍기현”

“네? 네!”

“빨리 대답하세요”

“죄송합니다.. “


하마터면 출석차례를 넘길 뻔했다. 대답을 한 뒤, 기현의 시선은 이내 다시 창밖으로 향했다. 벚꽃이 강의실 너머로 활짝 피었다. 계절은 어김없이 사람들의 외투를 벗게 하였다. 그러나 기현은 아직 대학생활에 미처 다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지난겨울 지루했던 수험생활도 마침내 끝이 났다. 기현은 그럭저럭 중간은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기현의 수능성적에 전혀 만족스럽지 않아 보였다.


형은 2년 전 남들이 우러러보는 대학에 합격했다. 돌아온 설에서 부모님은 친척들에 둘러싸여 쏟아지는 질문을 받았다. 모든 가족의 부러움을 독차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항렬 중 형이 제일 위였고, 사촌들은 줄줄이 아직 대학입시라는 허들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뒷바라지했냐는 질문에 부모님은 그저 “애가 알아서 잘하더라”며 당당한 목소리로 못내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이번 설에서 기현의 수능, 대학 입시얘기는 금기어였다. 눈치 없는 작은아버지가 술에 취해 어머니에게 “기현이는 수능 잘 봤어? 대학 어디 들어갔어?”라고 물어보자 별안간 어머니는 역정을 내며 “등록금 대주시게요? 공부할 때 뭐 과일하나 사들고 온 적도 없는 양반이 이제 와서 뭔 관심이에요, 신경 끄세요”라며 쏟아냈다. 엉겁결에 화를 받아낸 작은아버지는 영문도 모른 채 시뻘게진 눈방울만 이리저리 굴리었다.


그때 기현은 알게 됐다. 부모님의 중간은 중간이 아니라는 것을. 형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남들한테 부끄럽지는 않아야 그게 중간이라는 것을. 부모님 눈에 인서울도 못한 기현은 중간만도 못한 자식이라는 것을.


개강을 한 후 기현은 집에서 등하교를 했다. 그런데 왜 이리 신입생환영회다 뭐다 술 먹을 일이 많은지.. 집이 멀어서 일찍 나간다고 산통을 깨는 것도 한두 번이지 점점 자리를 지키다 막차가 끊기기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마다 다음날 들어간 집에선 냉기가 감돌았다.


“너 그렇게 살 거면 그냥 나가서 네 알아서 살아라. 눈에 보이니까 스트레스다. 어디 스무 살밖에 안된 어린애가 벌써부터 외박하고 다니니.”


‘나는 하고 싶어서 외박하냐 ‘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쳤지만 힘들었는데 잘되었다 싶어서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중간은 못 간 자식이라도 적어도 부모에게 대드는 자식은 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 관리비는 별도. 감사하게도 부모님은 기현이 졸업할 때까지 학비와 자취비는 지원해 주시기로 했다. 그러면서 “대학졸업할 때까지 책임지는 게 부모의 마지막 역할이니 그 이후는 네가 알아서 살아라. 생활비는 이제 네가 벌어서 써라 “는 말도 덧붙였다.


고등학교때와 비교하면 대학교는 거의 놀러 다니는 수준이었다. 하루에 한 시간 십오 분씩 수업을 세 번 듣고, 월화수목 주에 4일만 학교에 나가면 나머지는 전부 자유였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기현은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학기 초는 카페에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곧바로 조금 모아놨던 용돈도 바닥나고 여유를 부릴 여유도 없게 되자 자취방과 학교 중간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이지만 내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도 처음이거니와, 무언가 스스로 해낸다는 뿌듯함에 열심히 배우며 편의점 일도 적응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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