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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추 Jun 27. 2024

캄보디아 씨엠립 산책과 앙코르 국립박물관 관람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필리핀 여행기(6)

 씨엠립에서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씨엠립 시내에 있는 앙코르 국립박물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앙코르 유적들을 둘러보기 전에, 유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이런 일정을 계획했다. 오늘 하루는 박물관에서 예습하고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앙코르 와트부터 시작해 앙코르 톰, 프놈 바껭, 프레아 칸 등의 앙코르 유적들을 가능한 많이, 그리고 오래 둘러볼 예정이다. 나처럼 여행 전에 미리 공부하지 않았거나, 공부를 했더라도 확실한 복습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첫째 날은 박물관 관람 및 휴식, 둘째 날부터 앙코르 유적 관람 식으로 일정을 짜도 좋지 않을까.


 박물관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이, 먼저 아침 식사부터 든든히 챙겨 먹기 위해 구글 맵으로 미리 검색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 지도에 표시된 내 현재 위치가 식당 바로 앞인 걸 확인하고 맛있는 아침 식사를 기대하며 기운차게 들어갔다. 하지만 식당 직원이 가져다준 네 장짜리 메뉴판에는 죄다 음료 종류뿐이었다. 혹시 다른 메뉴판이 있나 싶어서 짧은 영어로 밥이나 면 같은 식사류는 없냐고 물어봤는데, 영어가 가능한 직원으로 두 번 교대하고 나온 세 번째 직원이 여기는 카페라서 음료만 주문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었다.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친절히 응대해 준 직원들의 수고가 고맙고 미안했기에, 음료 종류 중 그나마 배가 좀 찰 것 같은 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대신 이따가 점심을 든든하게 먹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1.25 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상당히 먹을만한, 아니 맛있는 라떼가 나온 것이 아닌가. 다른 손님들도 다들 조용하게 커피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카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저렴하고, 맛있으며 분위기 좋은 카페. 우연찮게도 이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다닐 단골 카페를 발견하는 데 성공해 버렸다.(카페 구글 맵 링크: https://maps.app.goo.gl/S1S1WHKRKcocx4kz7)

따뜻한 라테 한 잔 1.25 달러 / 차 무료 제공



 라떼 한 잔을 다 마시고 기분 좋게 일어나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씨엡립의 조용하고 한적한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박물관에 도착했다. 앙코르 국립박물관의 외관은 딱 봐도 귀중한 고대 유물을 보관 중인 박물관처럼 보였는데, 설계와 건축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입구로 들어가 가지고 온 가방을 맡기고, 매표소에서 12달러를 내고 입장료를 구매했다. 입장료에서 추가로 5달러를 더 지불하면 오디오 가이드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나는 전시관 내 설명문을 믿기로 하고 안내에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멋진 건물의 앙코르 국립박물관
건물 내 매표소, 우측엔 2층 전시관 관람 후 지친 방문객을 위한 카페도 운영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 인테리어도 아름다운 앙코르 국립박물관, 2층으로 연결된 통로를 올라가다 보면 전시에 대한 기대감이 더 부풀어 오른다.



 앙코르 국립박물관의 관람 구조는 2층에 세 곳의 전시관을 먼저 보고, 1층으로 다시 내려가 나머지 네 곳의 전시관을 보게끔 되어있었다. 2층에는 크메르 문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그들의 종교 및 신앙, 그리고 크메르 왕국을 번성케 한 유명한 왕들에 대해, 1층에선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 비석과 고대 크메르 문자, 그리고 고대 크메르인들의 의복에 대해 설명해 주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모든 전시관과 전시품들을 다 둘러보고 나니 다섯 시간 반이 지나있었다. 나의 관람 시간이 오래 걸린 데에는 박물관이 넓고 전시된 유물이 많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영어로 된 설명문 또한 너무 많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설명문 하나 읽는데,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는 사전에 찾아보고 다시 돌아와 독해하고 또 기억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과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했다. 한두 시간 정도 경과했을 때부터 실시간으로 당이 떨어지고 허기짐이 느껴졌지만, 이왕 이런 방법으로 관람하기 시작한 것, 끝을 보자 싶어 열심히 보고 읽어나갔다.

박물관 안내도, 전시관 내부는 촬영 불가 구역이었다.



 하지만 욕심만 너무 앞섰던 것일까, 내 영어실력과 이해력, 기억력으로는 모든 걸 다 학습하고 기억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설명문에는 분명 영어 단어이지만 읽고 발음하기에도 벅찬 인도어와 크메르어 고유명사들, 그리고 힌두교와 불교, 미술 및 건축 관련 등 전문용어들이 난무했고,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도 여럿 있었다. 고대 크메르 왕국의 시대 구분과 미술 양식 구분에 대한 내용도 방대했고, 설명을 보고 유물을 봐도 시대마다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미리 책이나 관련 다큐를 미리 보고 오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크메르 왕국의 유물들을 눈으로 보는 즐거움은 이곳에 온 보람을 느끼게 했다. 조각상과 건축물 파편들의 형상을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볼 때면 그 세밀하고 꼼꼼한 묘사에 대한 감탄, 창작자의 창의력과 집념에 대한 존경, 제작에 동원된 인력의 수와 크메르 군주의 막대한 권력에 대한 상상 등의 감상이 자연스레 일어났다. 새삼스레 인간 그 자체와 인간들의 대단함을 실감하며 내일부터의 일정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내일 앙코르 와트에서의 일출 감상을 위해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하기에 조금 일찍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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