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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윤 Apr 09. 2021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진짜 가족의 세계가 시작된다

이 세상 모든 엄마, 아빠에게


“직장도 있지, 결혼해서 애도 있지. 얼마나 좋아?”


 결혼을 기점으로 나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몇십 년을 다르게 살아온 시댁 식구들이 생겼고, 남편이 생겼으며, 두 아이가 생겼다. 그리고 아이 덕에 난생처음 ‘출산’이라는 합법적인 이유로 직장을 두 번이나 쉬었다. 얼핏 보기엔 정말 나무랄 데 없이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했지만 바로 그 사랑했던 상대로 인해 괴롭고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서로 좋은 감정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행복한 순간만큼 고통의 순간도 비례해서 찾아온다. 이렇듯 다 큰 성인 남녀도 서로의 입맛을 맞추기 어려운데, 이 둘 사이에 부모의 도움을 온전히 받아야만 성장할 수 있는 대상이 생긴다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


 아이를 낳기 전, 나는 결혼 생활과 연애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했어도 직장 생활을 했기에 동료들과 밥도 먹고, 친구들도 만났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기념일이나 명절에 챙겨야 할 부모가 더 늘긴 했지만, 원래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것이 그렇게 부담되는 일은 아니었다. 시부모님은 나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셨고 먼저 솔선수범하시는 분들이었기에 시댁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게 없었다.


 그러던 중, 원래 아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결혼을 하니 주변의 아기들이 하나둘씩 예뻐 보였다. 자연스럽게 아이를 생각하게 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과연 내가 괜찮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남편 또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그렇게 많은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이를 낳고 자기(남편)를 원망할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도돌이표처럼 돌고 도는 남편의 걱정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줄 순 없었지만, 아이를 가질 생각이라면 굳이 미룰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어. 부딪혀 보자.’


 하루라도 빨리 낳아 기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바로 임신을 준비했다. 건강 상의 이유(다낭성 난소증후군)로 임신을 하려면 1년은 더 걸릴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기 천사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그렇게 37주 5일이라는 임신 기간을 보내고 출산을 했다. 


 아이의 탄생으로 뒤바뀐 일상에 차츰 적응할 법도 했지만, 아내도 처음, 엄마도 처음인 나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같은 결혼생활이라 할지라도, 아이가 있고 없고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 그 이상이었다. 내가 원할 때 쉴 수 없었고, 내가 원할 때 잘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아기가 원할 때 허기를 채워줘야 했고, 아기가 잠이 들 때 같이 잠을 잘 수 있었다. 친정과 시댁 모두 멀리 있었기에 누구 하나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낮 동안의 육아는 온전히 나의 몫이 되었다. 점점 아기와 온종일 같이 있는 시간이 답답해졌다. 나름대로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기와 함께 밖에서 산책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도 보고, 하고 싶은 것도 하러 나가 보았지만 그때뿐이었다.


 남들도 다 하는 육아, 우리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내가 직접 아이를 낳아 길러 보니, 진정한 의미의 결혼 생활은 결혼한 때부터가 아니라, 애를 낳고부터가 시작이었다. 아이의 탄생에 비하면 남녀 두 사람의 만남은 아주 작은 일에 불과했던 것이다. 상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한다고 맹세했지만, 아이 하나로 서로 부딪히고 상처 받으며, 헤어지는 부부들이 부지기수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은 임신을 통해 처음 엄마가 된다. 아니, 정확하게는 엄마가 된다는 표현보다는 아이를 낳아본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인간에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거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중학교 시절, 수박 겉핥기식으로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내용을 공부하지만,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다고 100점짜리 엄마는 아니다. 


 나는 결혼 이후,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늘 고팠다. 그 마음을 알기에 결혼 또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 및 이 시대 모든 엄마, 아빠가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나의 경험이 많은 예비 엄마 아빠들에게 엄마, 아빠가 되는 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그 어떤 무엇보다도 숭고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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