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윤 Apr 11. 2021

자연주의 출산에 도전하다

출산이 두려운 당신에게

 나는 순리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수술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분명 인위적인 수술은 몸에 무리를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몸에 가해지는 고통을 피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제왕절개를 선택하고 싶진 않았다.


 아이를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아이보다도 나는 ‘나를 위해’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하였다. 자연주의 출산이란 옛날 그대로의 출산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자연 분만과는 약간 다르다. 보통 병원에서 출산하게 되면 자연 분만을 하게 되는데, 자연 분만은 인위적인 내진으로 자궁 입구를 자극하고, 그리고 미리 관장을 한다. 또한 출산이 조금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촉진제를 맞기도 한다. 진통이 올 때,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산모가 원하면 무통 주사를 맞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기가 나올 때, 쉽게 나올 수 있도록 회음부를 절개한다.


 자연주의 출산은 이 위의 인위적인 과정들을 모두 배제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를 나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흔히 조산원에서 출산을 하면 자동적으로 자연주의 출산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나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조산원보다는 병원에서 출산하고 싶었다.



 자연주의 출산을 알아보던 중, 자연주의 출산을 진행하는 병원을 찾게 되었고, 마침 집 근처라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병원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담당하는 원장님과 연락을 한 후, 자연주의 출산 의사를 밝혔다. 자연주의 출산을 하게 되면 옆에서 출산을 할 때까지 원장님과 팀장님이 옆에서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나는 그 무엇보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숙련된 분들이 온전히 나의 출산을 위해 도움을 준다는 것은 출산이 처음이었던 나로서는 큰 메리트였다. 그렇게 자연주의 출산을 하기로 결정한 나는 자연주의 출산을 하려는 사람의 필독 도서들을 탐독하며, 임신 기간을 보냈다.


 임신 37주 5일, 출산의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마침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지 않고 있어서 함께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가진통은 참을만했다. 마치 생리를 할 때처럼 ‘싸르르’한 느낌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점심까지 챙겨 먹는 나를 본 남편은 내가 너무 멀쩡해 보여서 당일에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담당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보니, 이미 자궁문이 4cm가 열려있다고 했다. 보통 10cm가 열리면 아이가 나올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절반이 이미 진행되었던 것이다. 나는 자연주의 분만실에서 두 선생님과 함께 출산을 준비했다.


 분만실에서 가진통으로 3시간 정도를 보냈을까. 진진통으로 넘어가는 것 같지 않자, 원장님은 나에게 물속에 들어가 개구리 자세를 취하게 했다. 그리고 힘을 주라고 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않은 고통. 고통스러워서 다리를 오므려 배를 부여잡고 싶었지만, 원장님은 강력하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손으로 똑바로 두 다리 잡고, 허리를 바닥에 붙이고! 힘줘!! ”


 나는 배가 매우 아파 신음이 저절로 났지만, 옆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시니, 지시하신 대로 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을까. 원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조산사 선생님께서 의사 선생님을 부르셨고, 나는 무사히 첫째를 출산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가슴팍을 파고들었을 때, 문뜩 든 생각은 바로, ‘출산, 할 만 한데?’였다.


아이가 가슴팍을 파고들었을 때, 문뜩 든 생각은 바로, ‘출산, 할 만 한데?’였다.


 첫째와 둘째, 두 번의 출산으로 나는 다음을 깨달았다. 출산에는 편안한 마음을 먹는 것이 최고라는 사실을. 많은 여성들은 출산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이고 겪어 보지 않은 일이니 두려운 게 당연하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물론 출산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있지만 만약 출산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다면 어떻게 인간이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을까. 나는 임신 기간 내내 출산이 두렵다는 생각 대신, 임신했으니까 출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출산을 무섭다고 생각하기보단 아예 출산 자체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진통이 오면 진통이 오는 대로 두면 된다. 고통을 막으려고 하면 할수록 몸은 더욱더 고통스러워진다.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모의 몸이 이완되었을 때, 아이는 가장 빠져나오기 쉬운 상태가 된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금방 출산을 할 수 있고 산모가 겪는 고통의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출산은 임신한 여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누구나 한다.


 첫째를 임신했을 무렵, 나는 할머니에게 출산이 어땠냐고 여쭤보았다.


“손녀야, 나는 드라마에서 애 낳을 때, 막 소리 지르고 이런 게 너무 이상하더라..”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아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것이라 생각했다. 겪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워 보이는 과장된 두려움이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첫째, 둘째 모두 순풍순풍 낳는 모습을 보며 순산 여왕(?)이라는 다소 독특한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런데 내가 순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몸이 특별해서가 절대 아니다. 바로 출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임신한 여성들이여. 출산을 따로 떼서 생각하기보단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해보자. 임신과 출산은 정말 숭고하고 위대한 일이다.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한다면 피하지 말고, 즐겨보자.

이전 03화 태교의 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